거짓말탐지기 조사 제안받았다면 — 응할 실익과 증거능력
거짓말탐지기 조사 제안받았다면 — 응할 실익과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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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탐지기 조사 제안받았다면 — 응할 실익과 증거능력 

김강희 변호사


거짓말탐지기 조사 제안받았다면 — 응할 실익과 증거능력


사건 개요


마약이나 성범죄, 폭행처럼 진술과 진술이 부딪히는 사건에서 수사관이 "떳떳하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한번 받아보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이 제안 앞에서 딜레마에 빠집니다. 거부하면 뭔가 숨기는 사람처럼 비칠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응했다가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오히려 수사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것입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 중에는 이미 조사실에서 그 자리에 응하겠다고 답해버린 뒤 뒤늦게 "이래도 되는 것이었냐"고 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수사기관이 임의로 활용하는 도구인 동시에, 법정에서는 그 결과가 생각만큼 힘을 갖지 못하는 이중적인 물건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 간극을 모른 채 응하거나 거부하면, 어느 쪽이든 실익 없이 심리적 압박만 떠안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하고,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보조적인 정황증거에 그칩니다. 응할지 여부는 이 법적 지위를 정확히 알고, 사건의 증거 구도 안에서 실익을 계산해 판단할 문제이지, 결백을 증명하는 관문이 아닙니다.


핵심 쟁점


이 상황에서 실제로 따져야 할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증거능력을 갖추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입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검사기계의 성능, 검사자의 전문성, 질문지 작성의 합리성, 검사 당시 피검사자의 컨디션, 검사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피검사자의 동의라는 여러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79. 5. 22. 선고 79도547 판결). 이 요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그 결과는 애초에 증거로 제출조차 될 수 없습니다.

둘째, 설령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해도 그 결과가 갖는 증명력의 한계입니다. 대법원은 요건이 충족된 경우라도 검사 결과는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 쓰일 수 있을 뿐, 그 자체로 유·무죄를 가르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대법원 2005도130 판결 등). 셋째, 검사는 동의를 전제로 한 임의수사이므로 거부한다고 해서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취급될 근거는 없다는 점입니다.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제안을 받은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응할지 여부를 사건 구도에 맞춰 실익으로 계산하기


제안을 받은 순간의 감정으로 답을 정하면 안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응할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1) 제안의 성격부터 구분합니다.

수사기관이 검사를 권하는 맥락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진술 대 진술로 팽팽히 맞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국면에서 수사 종결의 계기로 삼으려는 제안과,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심리적 압박 수단으로서의 제안입니다. 조사 경위, 이미 확보된 물증의 유무, 담당 수사관이 검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응할지 여부의 실익이 달라집니다. 같은 제안이라도 사건마다 뒤에 깔린 의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 이미 확보된 객관적 증거와 진술 구도를 먼저 점검합니다.

통신기록, CCTV, 알리바이 등 객관적 증거로 혐의가 이미 상당 부분 뒷받침되거나 반박되고 있는 사건이라면, 정황증거에 불과한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굳이 보탤 실익은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다른 물증 없이 순전히 진술과 진술이 부딪히는 구도이고 본인 진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어 있다면, 검사가 불송치·혐의없음 판단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판단은 사건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확보된 증거를 먼저 정리한 뒤에야 가능합니다.

3) 거부가 불리한 정황이 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 둡니다.

검사는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수사이고, 동의 여부는 피의자의 선택입니다.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 사실만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거부 사유를 조서에 담백하게 남기고 필요하다면 별도 의견서로 "임의수사인 검사에 응하지 않는 것과 혐의 인정 여부는 무관하다"는 취지를 명확히 밝혀 둡니다. 압박에 밀려 즉석에서 답하지 않고, 이 절차적 성격을 먼저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응하기로 했다면 결과의 법적 지위를 관리하기


응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다음부터는 검사 결과가 나중에 부당하게 확대 해석되지 않도록 절차마다 흔적을 남기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1) 동의서와 질문지를 사전에 확인합니다.

대법원이 요구하는 증거능력 요건에는 질문사항 작성과 검사 방법의 합리성이 포함됩니다. 검사 전 동의서에 검사 목적과 결과의 활용 범위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질문지가 사건 쟁점과 무관한 유도성 질문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은지 미리 확인하고, 이의가 있다면 검사 전에 문제 제기를 해 둡니다. 이 과정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요건 미비를 다툴 근거가 됩니다.

2) 검사자의 자격과 검사 환경을 확인합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요건에는 검사자가 전문지식과 훈련을 갖춘 사람일 것, 질문자극 외의 다른 자극이 없는 환경에서 검사가 이루어질 것도 포함됩니다. 검사 당일 수면 부족이나 심리적 불안정 등 컨디션이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알리고 필요하면 연기를 요청합니다. 이런 사정을 사전에 남겨 두지 않으면, 나중에 결과의 신뢰성을 다툴 여지가 그만큼 좁아집니다.

3) 결과가 나온 뒤에는 그 법적 지위를 서면으로 못박습니다.

설령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그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보는 정황증거 하나에 불과하며 그 자체로 혐의를 입증하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의견서로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출합니다. 다른 객관적 증거 없이 검사 결과만으로 기소나 구속의 결정적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문서로 명확히 짚어 두면, 결과 하나가 사건 전체를 좌우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응하든 거부하든 그 자체로 결백이나 유죄를 증명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정에서는 요건을 갖춰도 정황증거 하나로만 취급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증거로 쓰이지도 못합니다. 이 지위를 모른 채 조사실 분위기에 떠밀려 즉석에서 답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제안을 받았다면 사건에 이미 확보된 증거가 무엇인지, 진술 구도가 어떤 형태인지부터 냉정하게 살펴 응할지를 정하고, 응하기로 했다면 동의서와 질문지, 검사 환경까지 절차마다 흔적을 남겨 결과가 부당하게 확대 해석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지금 그런 제안을 받은 상황이라면, 응하기 전에 사건 구도와 증거 상황부터 먼저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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