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술 증거능력, 가족·지인이 들은 성범죄 피해자 진술을 증언하면
전문진술 증거능력, 가족·지인이 들은 성범죄 피해자 진술을 증언하면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고소/소송절차

전문진술 증거능력, 가족·지인이 들은 성범죄 피해자 진술을 증언하면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 사건은 제3의 목격자도, 물적 증거도 남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사건 직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말이 재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곤 합니다. 엄마에게, 친구에게, 상담교사에게 "그 사람이 저한테 이렇게 했어요"라고 말한 내용을 그 사람이 법정에서 그대로 옮겨 증언하면, 그것만으로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형사소송법은 이렇게 남에게 전해들은 말을 원칙적으로 증거에서 배제하고, 아주 좁은 예외 요건을 충족할 때만 증거능력을 인정합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들은 말을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가 법정에서 증언하는 경우, 그 전문진술의 증거능력이 언제 인정되고 실무에서 어떤 함정이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재판에 "전해들은 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성범죄는 밀폐된 공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건 당시를 직접 본 목격자를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가 사건 이후 가장 먼저 그 사실을 털어놓은 상대, 즉 부모나 배우자, 친구, 학교 상담교사, 심리상담사 등의 존재가 중요해집니다. 이들이 "피해자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하는 것이 바로 전문진술입니다. 원진술자(피해자) 본인이 직접 겪은 사실을 법정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전해들은 사람이 대신 전달하는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전문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전해들은 사람의 기억과 전달 과정에서 왜곡이나 오류가 개입할 여지가 있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정작 그 말을 한 원진술자를 상대로 반대신문을 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경찰관 등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해자로부터 들은 말을 증언하는 이른바 "조사자증언"이 아니라, 가족·친구·상담교사처럼 수사와 무관하게 사건 초기 피해 사실을 전해들은 일반인이 법정에서 증언하는 경우입니다. 청취자가 수사기관인지 일반인인지에 따라 실무에서 다뤄지는 축이 달라지므로, 이 구분을 먼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원진술자 본인이 아닌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오는 진술은 그 자체로 왜곡·오류의 위험을 안고 있어, 형사소송법은 이를 원칙적으로 증거에서 배제한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 전문진술이 증거가 되는 두 가지 요건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공판기일 외에서 이루어진 진술이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법이 정한 예외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전문법칙의 원칙을 선언합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들은 말을 제3자가 증언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예외 규정이 바로 제316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조문을 나누어 보면 요건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원진술자, 즉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 요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진술이 특히 믿을 만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특신상태 요건입니다. 두 요건은 선택이 아니라 누적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며, 어느 하나라도 증명되지 않으면 그 전문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 필요성 — 피해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법정 진술이 불가능해야 함.

  • 특신상태 —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함.

  • 두 요건은 누적 요건 — 하나만 충족해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음.

  • 증명책임은 그 전문진술을 증거로 쓰려는 쪽(대개 검사)에 있음.

결정적 함정 — 피해자가 법정에 나올 수 있다면 애초에 요건이 없다

실무에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누군가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증언이 자동으로 유죄를 뒷받침하는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제316조 제2항의 문언을 그대로 적용하면,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으로 법정에 나올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실제로 법정에 출석해 직접 진술할 수 있는 이상, 필요성 요건 자체가 처음부터 충족되지 않습니다.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이상 특신상태를 아무리 잘 갖췄다 하더라도 그 전문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 점은 하급심 판결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서울고등법원 2012. 2. 2. 선고 2011노3226 판결은 원진술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는 이상 제316조 제2항이 정한 필요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그 전문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실무에서는 검사가 피해자 본인의 진술과 함께 청취자의 전문진술을 보강자료로 함께 제출하려다가, 정작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진술을 마친 시점에는 그 전문진술 부분의 증거능력 자체가 부정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이 지점, 즉 원진술자인 피해자가 법정 진술이 가능한 상태였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전문진술을 다투는 첫 단추가 됩니다.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직접 진술할 수 있는 이상, 그 피해자에게 들은 말을 전하는 제3자의 증언은 필요성 요건 자체가 없어 증거로 쓸 수 없다.

조사자증언과는 다른 문제 — 경찰관이 아니라 가족·지인의 증언

같은 "전해들은 말"이라도 누가 그 말을 들었는지에 따라 실무에서 다뤄지는 축이 달라집니다. 경찰관 등 수사기관 종사자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들은 말을 법정에서 증언하는 경우는 이른바 조사자증언이라 불리며 별도의 판례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도7301 판결도 조사자증언에서 특신상태의 존재 여부가 다퉈진 사건을 다룬 바 있습니다. 조사자증언은 수사기관이라는 청취자의 지위 자체가 임의성·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신상태 증명을 특히 엄격하게 심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부모, 배우자, 친구, 학교 상담교사, 심리상담사처럼 수사기관과 무관하게 사건 초기에 피해 사실을 전해들은 일반인의 증언입니다. 적용되는 조문과 요건의 골격(필요성 + 특신상태)은 조사자증언과 다르지 않지만, 특신상태를 뒷받침하는 정황의 성격은 다릅니다. 수사기관 청취자에게는 조사 절차의 적법성·임의성이 주된 쟁점이 되는 반면, 일반인 청취자에게는 피해 사실을 전해들은 경위 자체의 자연스러움과 유도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특신상태를 가르는 구체적 정황들

필요성 요건이 갖춰진 예외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전문진술의 증거능력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되풀이해 확립해 온 법리에 따르면 특신상태란 그 진술 내용이나 전달 과정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만한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단순히 "그럴듯하다"는 정도의 개연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가족·지인 등 일반인이 청취자인 사안에서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정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먼저 말을 꺼냈는지, 아니면 청취자가 캐묻거나 유도해서 나온 말인지가 가장 먼저 검토됩니다. 사건 발생 시점과 그 말을 전한 시점 사이의 간격이 짧을수록, 그리고 그 진술이 이후 수사기관 진술이나 법정 진술과 일관될수록 신빙성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반대로 청취자가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있거나, 피해자를 상대로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할 동기가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면 특신상태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 최초 발언의 자발성 — 캐묻거나 유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스스로 꺼낸 말인지.

  • 시간적 근접성 — 사건 발생과 발언 시점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짧은지.

  • 진술의 일관성 — 이후 수사·법정 진술과 내용이 부합하는지.

  • 청취자의 이해관계 — 피고인과의 관계, 특정 결론을 유도할 동기가 있는지.

  • 발언 당시 상황 — 흥분·공포 등 꾸며내기 어려운 정서 상태에서 나온 말인지.

실제 사례로 보는 적용 — 언제 막히고 언제 남는가

가정해 보면, 초등학생 피해아동이 담임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고 그 교사가 법정에서 이를 증언하려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아동이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수 있는 상태라면, 앞서 살펴본 대로 필요성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아 담임교사의 증언 중 "아동에게 들은 말" 부분은 증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검사 입장에서는 청취자의 전문진술에 의존하기보다, 아동 본인이 법정에서 안정적으로 진술할 수 있도록 신뢰관계인 동석이나 진술 방식 조정 등을 준비하는 쪽이 더 실효적입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이 심각해 진술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이미 해외로 이주해 소재 확인이 어려운 경우처럼 "이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사안에서는 필요성 요건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곧바로 특신상태 심사로 넘어가, 청취자가 그 말을 들은 경위와 정황이 앞서 정리한 기준들을 충족하는지가 실질적인 승패를 가르게 됩니다.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안일수록 특신상태 증명에 대한 법원의 심사는 더 꼼꼼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상 영상녹화물 특례와는 다른 문제

미성년 피해자 등의 진술을 촬영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은 성폭력처벌법의 별도 특례 규정이 다루는 영역으로, 이 글에서 살펴본 가족·지인의 법정 증언 문제와는 근거 조문과 요건이 다릅니다. 영상녹화물 특례는 조사기관이 촬영·보존한 영상물 자체를 증거로 쓸 수 있는지의 문제이고, 이 글에서 다룬 전문진술은 그 진술을 전해들은 제3자가 법정에서 증언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두 쟁점을 혼동하면 대응 방향이 어긋날 수 있으므로, 어떤 형태의 증거를 다투는 것인지부터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 대응 — 방어와 입증의 포인트

피고인 측에서는 우선 원진술자인 피해자가 법정 출석과 진술이 가능한 상태였는지를 확인해, 가능했다면 필요성 요건 자체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어입니다.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특신상태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다투는 방향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청취자가 유도질문을 했는지, 발언 시점과 사건 발생 시점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져 있었는지, 청취자와 피고인 사이에 특정 결론을 유도할 만한 이해관계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탄핵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반대로 검사나 피해자 측에서는 전문진술에 의존하기보다 원진술자 본인의 법정 출석과 진술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득이 원진술자의 법정 진술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을 뒷받침하는 진단서나 심리평가서 등 객관적 자료를 미리 준비해 필요성 요건을 명확히 하고, 청취자가 그 말을 들은 경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특신상태 증명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재판에 나와 직접 증언할 수 있는데도 굳이 전문진술을 증거로 내는 이유가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원진술자 본인의 법정진술이 가장 우선하는 증거이므로, 피해자가 직접 진술할 수 있다면 전문진술을 별도 증거로 쓸 필요도, 쓸 수 있는 근거도 없습니다. 실무에서 청취자의 증언이 함께 제출되는 경우는 대개 정황을 보강하려는 목적일 뿐, 그 자체가 독립된 증거능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Q. 부모가 자녀에게 들은 말을 증언하면 무조건 증거로 못 쓰나요?

A. 자녀가 원진술자로서 법정에 출석해 직접 진술할 수 있는 상태라면, 원칙적으로 부모의 전문진술 부분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자녀가 정말로 진술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다면 필요성 요건이 인정될 여지가 있고, 이 경우 특신상태 증명 여부로 쟁점이 넘어갑니다.

Q. 상담교사나 심리상담사가 들은 말은 다르게 취급되나요?

A. 청취자가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적용되는 조문과 요건은 동일합니다. 다만 상담 과정에서 남겨진 기록이나 상담 경위가 특신상태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함께 고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상 자료의 성격이 다소 다르게 취급되곤 합니다.

Q. 조사자증언과 이 글에서 다루는 증언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조사자증언은 경찰관 등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해자로부터 들은 말을 법정에서 증언하는 경우로, 특신상태 심사가 특히 엄격한 별도의 판례 흐름을 이룹니다. 이 글에서 다룬 것은 그와 달리 가족·친구·상담교사처럼 수사와 무관하게 피해 사실을 전해들은 일반인의 증언입니다.

Q.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하기만 하면 언제든 전문진술이 증거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단순한 진술 거부만으로는 필요성 요건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고,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에 준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특신상태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별도로 증명되지 않으면 여전히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Q. 전문진술이 증거에서 배척되면 그 사건은 곧바로 무죄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진술이 배척되더라도 피해자 본인의 법정진술, 정황증거, 물적증거 등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유무죄가 판단됩니다.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문제는 그 증거 하나를 쓸 수 있는지의 문제일 뿐, 사건 전체의 결론을 자동으로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피해자에게 들은 말을 제3자가 증언하는 경우, 그 증거능력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이 정한 필요성과 특신상태라는 두 가지 좁은 문을 모두 통과해야만 인정됩니다. 특히 피해자 본인이 법정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는 상태라면, 아무리 청취자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더라도 필요성 요건 자체가 없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수사기관 종사자의 조사자증언과는 별개로, 가족이나 지인의 증언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그 발언이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를 처음부터 꼼꼼히 짚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편에 서 있든, 전문진술을 둘러싼 다툼은 조문 하나의 문언을 정확히 읽어내는 데서 시작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성범죄 사건에서 이런 증거능력 다툼이 실제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는 만큼, 관련 증거가 나온 경위를 초기 단계부터 세밀하게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3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