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에서 후임 장난으로 만진 게 군형법 추행이래요
사건 개요
같은 생활관에서 동고동락하다 보면 선임과 후임 사이에도 나름의 장난과 친밀함이 쌓입니다. 취침 점호 전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거나, 어깨를 툭 치며 농담을 건네는 일이 그 부대에서는 흔한 일상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순간 후임이 느낀 감정이 선임의 생각과 다를 때 생깁니다. 후임이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여 소대장이나 상담관에게 알리면, 상황은 곧바로 군사경찰(헌병) 조사로 이어지고, 어느 순간 "군형법상 추행 혐의"라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앞섭니다.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평소에도 다들 그렇게 장난친다"는 항변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군형법은 행위자가 속으로 무엇을 의도했는지가 아니라,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어떤 정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놓고 판단합니다. "장난이었다"는 진술 하나로 혐의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사안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의도에 대한 항변이 아니라 접촉이 이뤄진 구체적 정황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이 법이 정한 '추행'의 요건에 실제로 들어맞는지를 조문별로 얼마나 정확히 짚어내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게 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2013년 신설된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이 이 사안에 적용되는지입니다. 이 조항은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실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지만, 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은 영외의 사적 장소에서 당사자 합의로 이뤄진 추행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문제는 생활관이 영내이자 다수 병사가 함께 생활하는 공용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배제 법리를 그대로 끌어오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둘째,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제92조의3(강제추행)이 함께 검토됩니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는 없고,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만으로도 충족된다고 종전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찌르거나 붙잡는 정도의 접촉도 이 기준에서는 폭행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 접촉의 경위, 부위와 태양, 시간·장소, 전후 맥락을 객관적으로 종합해 판단합니다. 넷째, 선임-후임이라는 계급·서열관계가 후임의 즉각적인 거부 의사표시를 사실상 억누르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어, 겉으로 저항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합의'나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네 지점이 실제 처분과 결과를 가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접촉의 객관적 정황부터 사실로 재구성하기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흔들리는 것은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당사자의 확신입니다. 그러나 군사경찰과 군검찰, 재판부는 의도가 아니라 정황을 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접촉의 부위·강도·지속시간을 시간순으로 특정합니다.
"만졌다"는 진술 한 줄로 사건 전체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접촉이 이뤄진 정확한 신체 부위, 옷 위였는지 맨살이었는지, 순간적인 접촉이었는지 지속적인 접촉이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는 추행의 태양을 가늠하는 핵심 자료이며, 조사 단계마다 진술이 흔들리면 오히려 신빙성을 잃게 되므로 최초 진술부터 일관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평소 병영 내 신체접촉의 관행과 상호관계를 정황증거로 남깁니다.
같은 생활관 병사들 사이에 평소 유사한 신체접촉이 오갔는지, 그것이 특정인만을 겨냥한 일방적 행위였는지 아니면 상호 간 오래전부터 있어 온 장난이었는지는 '추행' 해당성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맥락입니다. 함께 생활한 동료 병사들의 진술, 생활관·복도 CCTV(설치된 경우)와 근무일지 등을 통해 접촉 전후의 상황과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확보합니다.
3) '성적 수치심·혐오감' 요건을 피해자 진술과 정면으로 대조합니다.
추행이 성립하려면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접촉 부위와 방식이 통상적인 병영 내 신체접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지, 그리고 피해자의 최초 반응—즉각적인 거부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문제 제기가 이뤄졌는지—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이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는 사안인지를 다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적용 조문의 갈림길에서 방어선을 세우기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조문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다투는 지점과 예상되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조문별 요건을 나눠 대응 방향을 설계합니다.
1) 92조의6 적용 여부부터 냉정하게 짚습니다.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은 영외의 사적 장소에서 당사자 합의로 이뤄진 추행만 이 조항의 적용에서 제외했습니다. 생활관은 영내이자 다수 병사가 함께 생활하는 공용공간이므로, 이 배제 법리를 그대로 끌어와 무혐의를 주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먼저 냉정하게 인정합니다. 대신 애초에 문제된 접촉이 '추행'으로 평가될 만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합의'나 '위력' 여부는 어떠했는지를 다투는 방향으로 전략을 좁힙니다.
2) 92조의3 강제추행 성립 여부를 2023년 전합판결의 재정의된 기준으로 검토합니다.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는 있어야 합니다. 순간적으로 스치듯 닿은 접촉과, 의도적으로 특정 부위를 누르거나 붙잡은 접촉은 유형력 행사로 평가되는 정도가 다르므로, 이 구분을 접촉 태양에 관한 사실관계로 뒷받침해 강제추행이 아닌 92조의6 또는 그 이하 수준으로 평가받을 여지를 확보합니다.
3) 헌병수사 단계의 진술과 절차, 그리고 양형자료를 함께 준비합니다.
군사경찰(헌병) 조사 단계의 진술은 이후 군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과 재판 단계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초기 진술을 신중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혐의가 일부라도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초범 여부, 평소 복무 태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관계 회복 노력, 지휘관 등의 선처 의견 등 양형에 반영될 자료를 함께 정리해 불필요하게 무거운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합니다.
결론
"장난이었다"는 항변은 이 사건의 출발점일 뿐, 결론이 되지 못합니다. 법은 행위자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의도했는지가 아니라, 접촉이 이뤄진 구체적 정황과 그것이 군형법이 정한 추행의 요건에 실제로 들어맞는지를 봅니다.
생활관이라는 공간, 선임과 후임이라는 관계, 그리고 접촉의 부위와 태양이 어떻게 기록되고 진술되느냐에 따라 같은 사안도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헌병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첫 진술을 하기 전에 사실관계부터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