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현장 자술서가 발목 잡는 경우 — 임의성 다투기
단속 현장 자술서가 발목 잡는 경우 — 임의성 다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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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현장 자술서가 발목 잡는 경우 — 임의성 다투기 

김강희 변호사


단속 현장 자술서가 발목 잡는 경우 — 임의성 다투기


사건 개요


오피스텔형 성매매 업소나 유흥업소에 경찰이 급습하는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은 아무런 준비 없이 조사의 대상이 됩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나면 곧이어 "사실대로 쓰면 정상참작이 된다", "묵비권을 쓰면 오히려 불리해진다"는 말과 함께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자술서 작성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인은 당연히 없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몇 분 남짓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당황한 채로 쓴 문장 하나하나가, 몇 달 뒤 정식 재판에서는 본인의 자필 서명이 찍힌 '결정적 증거'로 돌아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보다 과장해서 쓰거나, 조사관이 유도하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 적은 부분이 있어도, 일단 서명·무인까지 마친 문서는 뒤집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가 그때 왜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는 후회는, 법정에서는 그 자체로 무기가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속 현장에서 작성한 자술서 한 장이 곧바로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술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다른 증거보다 특별히 강한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작성 경위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면으로 다툴 수 있는 대상입니다. 다만 그 다툼은 감정적 억울함이 아니라, 작성 당시의 절차와 정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내는가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이 자술서가 법적으로 어떤 성격의 서류인지입니다. 형식은 '자술서'라도 수사기관의 관여 아래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대법원은 이를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도5939 판결). 즉 형식상 이름과 무관하게 실질에 따라 증거법상 취급이 결정됩니다.

둘째, 작성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는지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것, 진술하면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지받지 못한 채 작성됐다면, 설령 강요당한 정황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증거능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셋째, 작성 과정에 임의성을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형사소송법 제309조). 고문·폭행처럼 노골적인 강제가 아니더라도, 단속 직후의 심리적 압박이나 조사관의 유도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했다면 같은 문제가 됩니다. 넷째, 자술서 외에 이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있는지입니다. 자백이 그 사람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라면, 그것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310조).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연결되어 있어, 앞선 지점에서 문제를 짚어내지 못하면 뒤의 쟁점은 다툴 발판조차 마련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자술서 작성 경위를 임의성 다툼의 재료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기 쉬운 지점이 "그때 상황이 이랬다"는 사실관계 자체입니다. 당사자는 억울함을 느끼지만, 그 느낌만으로는 재판부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작성 당시의 정황을 증거로 되짚습니다.

1) 진술거부권 고지 여부부터 서류로 확인합니다.

자술서나 함께 작성된 확인서·조사서류 상단에 진술거부권 고지 문구와 그에 대한 별도 서명·기재가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고지 문구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형식적으로 인쇄된 것일 뿐 실제로 고지받고 이해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는 임의성과는 별개로 증거능력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독립된 사유가 됩니다. 이 점은 강제성 여부와 무관하게 다툴 수 있는 지점이라, 초기에 확인해 두면 이후 대응 전략 전체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2) 작성 당시의 물리적·심리적 상황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합니다.

단속이 시작된 시각, 자술서 작성을 요구받은 시각, 서명까지 걸린 시간, 그 자리에 있던 경찰관의 수, 변호인 조력 여부, 정정하거나 다시 생각할 기회가 있었는지를 최대한 세밀하게 재구성합니다. 출동 기록, CCTV, 다른 동석자의 진술 등으로 이 시간표를 뒷받침할 수 있다면, "몇 분 만에 압박 속에서 작성됐다"는 주장이 막연한 하소연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황으로 바뀝니다.

3) 자술서를 피의자신문조서에 준하는 서류로 자리매김시켜 내용부인 절차를 밟습니다.

수사기관이 관여한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자술서는 그 이름과 무관하게 피의자신문조서와 같게 취급된다는 법리(대법원 2014도5939 판결)를 근거로, 재판 단계에서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진술하도록 준비합니다.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만큼(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5항), 이 절차를 정확히 밟는 것 자체가 방어의 핵심 축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보강증거 부재와 2차 증거의 연결고리를 함께 공략하기


작성 경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자술서를 축으로 다른 증거들이 얼마나 단단하게 이어져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검토합니다.

1) 자술서를 제외했을 때 남는 증거가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사건 기록 전체를 자술서를 빼고 다시 읽어, 목격자 진술·현장 사진·계좌 내역 등 독립적으로 유죄를 뒷받침할 증거가 실제로 남는지를 확인합니다. 자술서가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면, 그 자백이 그 사람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일 때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보강법칙(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애초에 유죄 판단의 토대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정면으로 주장합니다.

2) 자술서를 근거로 확보된 후속 증거의 연결고리를 끊습니다.

자술서 작성 이후 그 내용을 단서로 계좌를 추적하거나 추가 진술을 받아냈다면, 애초의 자술서 작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이상 그로부터 파생된 2차 증거도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의 이른바 독수의 과실 법리). 다만 판례는 시간 경과, 변호인 조력, 자발적 진술 등으로 최초 위법과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므로, 이 예외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 반박을 준비합니다.

3) 임의성에 다툼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법정에서 분명히 제기합니다.

임의성이 의심되는 사정이 조금이라도 소명되면, 그 자백을 증거로 쓰려는 쪽에서 임의성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 구조를 활용해 조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청하거나, 작성 당시 정황에 관한 재구성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해 다툼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명확히 각인시키는 것이 이 단계의 목표입니다.


결론


단속 현장에서 서명한 자술서 한 장은, 그 자체로 사건의 결론을 결정짓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종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는가입니다.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고지받았는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는지, 다른 증거 없이 그 문서 하나에 사건 전체가 기대어 있는 것은 아닌지를 지금이라도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자술서를 작성했다면 그 경위를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단속 현장에서 작성한 자술서 때문에 곤란해진 경우라면, 그 문서가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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