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사내 갈등, 교통사고 합의 과정에서 “고소하겠다”는 말과 함께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받았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내가 당한 게 있으니 이 정도는 요구해도 된다”, “고소한다고만 했지 협박한 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상대방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공갈 혐의로 고소하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다”라는 항변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갈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고소권 등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 그리고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고소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공갈죄로 이어지는지, 반대로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되는 경우는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정당한 권리가 있어도 그 행사 방법이 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합니다
공갈죄는 협박을 수단으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공갈죄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협박은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반드시 명시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언어나 거동으로 상대방이 어떤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709 판결).
문제는 “고소하겠다”는 말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피해를 입었다면 형사 고소나 민사 소송을 예고하는 것 자체는 위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예고에 합의금 요구가 결합되고, 요구 방법이나 금액이 도를 넘어서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고소권 행사를 예고하는 것 자체는 위법하지 않지만,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로 평가됩니다.
2. “고소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목적의 정당성과 요구 방법이 공갈 여부를 가릅니다
대법원은 정당한 권리자라도 그 행사 방법이 사회통념을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정당한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도 그 권리 행사를 빙자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을 겁먹게 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권리행사에 빙자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을 외포시켜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받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갈죄가 성립된다(대법원 1991. 12. 13. 선고 91도2127 판결).
이 판단은 목적, 즉 추구한 이익이 실제 손해에 부합하는지와 수단, 즉 요구 방법이 얼마나 집요하고 위협적인지 두 측면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실무에서 특히 문제되는 요소로는 ①요구 금액이 실제 손해·피해 규모에 비해 현저히 큰지 ②고소·형사처벌 외에 제3자에게 알리겠다거나 폭력을 시사하는 발언이 더해졌는지 ③합의를 거절하면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식으로 반복 압박했는지가 꼽힙니다.
이 중 하나만 있다고 곧바로 공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요소가 겹칠수록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집니다.
“고소하겠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요구한 금액과 그 방법이 사회통념을 넘었는지가 공갈죄 성립의 실제 기준입니다.
3. 실제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했다면 함부로 공갈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 주장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공갈로 단정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실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을 요구하며 고소를 예고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갈로 몰아붙일 수도 없습니다. 최근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상대방과 함께 투숙한 뒤 준강간상해 피해를 주장하며 5천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동거인의 폭력적 성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이 거절하자 실제로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고, 이후 피고인이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하면서,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사람이 합의금을 요구하며 해악을 고지했더라도 상대방의 범죄 성립이 최종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권리남용이라 단정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갈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피해 주장이 나중에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합의금 요구를 곧바로 공갈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4. 이득액과 수단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고, 미수에 그쳐도 처벌됩니다
흉기나 다수의 위력을 동원하면 특수공갈로, 이득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가중됩니다.
공갈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350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공갈했다면 형법 제350조의2 특수공갈이 적용되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중됩니다.
실제로 재물이나 이익을 받지 못하고 요구만 한 단계에서 끝났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형법 제352조는 공갈죄와 특수공갈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상대가 요구에 응하지 않아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공갈미수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요구·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5. 고소·피고소 어느 쪽이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대응 자료를 확보해두는지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공갈 또는 공갈미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진정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하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합의금을 요구받은 쪽이든, 정당하게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 쪽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구·협박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문자, 카카오톡, 통화녹음 등 자료를 날짜별로 정리합니다.
상대가 주장하는 피해 사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 근거자료(진단서·사진·거래내역 등)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요구한 금액이 실제 손해·피해 규모에 비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구체적으로 비교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갈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함께 정당한 권리 범위 안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전략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고소를 빌미로 한 합의금 요구는 “그래도 내가 당한 게 있는데”라는 생각, 또는 “일단 요구받은 대로 주고 끝내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금을 요구받은 입장에서는 무조건 응하기보다, 상대의 주장과 요구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정당한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입장에서도 “내가 피해자니까”라는 생각만으로 요구 방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목적과 수단 모두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안에 있어야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합의금을 요구받아 공갈 여부를 다투는 쪽과, 반대로 정당한 피해를 주장하다 공갈로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상황도 사실관계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든 합의금 요구든, 초기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판단이 서지 않는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이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실제로 저에게 잘못을 했는데, 합의금을 요구하며 고소하겠다고 한 것도 공갈이 되나요?
A. 정당한 피해가 있고 고소권을 행사하는 취지라면 그 자체만으로 공갈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요구 금액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요구 금액이 크면 무조건 공갈인가요?
A. 금액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제 손해·피해 규모에 비해 현저히 불균형한 금액을 요구하며 압박한 정황은 공갈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작용합니다.
Q.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고소하겠다, 합의 안 하면 다 알리겠다”고 한 것도 협박에 해당하나요?
A. 해당할 수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언어나 거동으로 상대방에게 해악을 인식시키면 충분하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
Q. 반대로 저는 정당하게 고소를 준비 중인데 상대가 저를 공갈로 역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실제 피해 사실과 그 근거자료, 요구 금액의 산정 근거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대법원도 피해 주장의 진위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공갈로 단정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Q. 실제로 돈을 받지 못했는데도 공갈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형법은 공갈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므로, 요구만 하고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공갈미수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흉기를 보여주거나 여러 명이 함께 요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형법 제350조의2 특수공갈이 적용되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됩니다.
Q. 협박죄와 공갈죄는 어떻게 다른가요?
A. 협박죄는 해악을 고지하는 것만으로 성립하지만, 공갈죄는 그 협박으로 실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취득하려 했어야 성립합니다. 재산 교부로 나아가지 않았다면 협박죄만 문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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