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조직 총책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 강요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마약 유통조직 총책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 강요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법률가이드
마약/도박형사일반/기타범죄

마약 유통조직 총책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 강요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강대현 변호사

마약 유통조직에서 운반이나 보관 업무를 맡았던 피고인들이 재판에서 가장 많이 꺼내는 말 중 하나가 "총책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입니다.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보복이 두려웠다는 사정이 실제로 있었다 해도, 그 두려움이 곧바로 형법상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은 강요된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 요건은 생각보다 훨씬 좁고 엄격합니다. 이 글에서는 조직의 지시를 따랐다는 사정이 어떤 경우에 강요된 행위로 인정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형법 제12조 강요된 행위 — 성립 요건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성립하면 행위자는 무죄가 되는데, 그 이유는 위법행위 자체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그런 극한 상황에서는 행위자에게 다른 선택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책임이 조각되기 때문입니다. 조문은 두 갈래 경로를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으로, 육체적으로 다른 행동을 절대 할 수 없게 만드는 물리적 힘뿐 아니라 심리적·윤리적으로 강하게 억압된 상태까지 포함한다고 해석됩니다. 다른 하나는 협박으로,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다른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경우라야 인정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중요한 기준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이 그 위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가"입니다. 신고, 도피, 제3자의 도움 요청 등 범죄에 가담하지 않고도 위해를 피할 다른 길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요된 행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강요란 피강요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자체를 봉쇄하면서 특정 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을 뜻하므로, 단순히 심리적 부담이 컸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의사결정의 자유가 실제로 박탈된 수준이어야 합니다.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는 폭력·협박이 저항 불가능한 수준이어야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 외에 위해를 피할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어야 비로소 성립한다.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이 실무에서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마약 유통조직에서 하부 조직원이 총책이나 중간관리자의 지시로 마약을 운반·보관·전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형법 제12조가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조직 내 위계질서에서 오는 압박감과, 조문이 요구하는 저항 불가능한 폭력·협박은 층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요구하는 것은 특정한 순간에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해가 자신 또는 가족의 생명·신체에 가해졌거나 가해지려 했다는 사실이지, "조직에서 배신자 취급을 당할 수 있다"거나 "나중에 어떤 보복이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공포는 그 자체로 강요의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여기에 더해 실무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점이 있습니다. 조직원이 한 번의 지시만 따른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운반·보관 업무를 수행했다면, 그 기간 동안 지시를 거부하거나 조직에서 이탈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기회가 최소한 한 번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런 기회를 살리지 않고 계속 지시를 따랐다는 사정은 "달리 위해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또한 지시를 따르는 대가로 금전적 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순수하게 강요당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가담의 성격이 섞여 있었다고 판단될 여지도 커집니다.

예를 들어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특정 장소에 두고 오는 운반책이 조사에서 "조직 상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는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이 운반책이 지시를 받은 뒤 이동하는 동안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과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이 확인되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며 대가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법원은 이를 강요된 행위가 아니라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가담한 행위로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첫 가담이었고, 지시 직전 조직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위해 고지와 함께 감시가 있었으며, 통신·이동이 실제로 제한되어 있었다는 사정이 함께 확인된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실제로 인정한 강요된 행위 사례와 비교해보면

강요된 행위가 인정된 대표적인 사례로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276 판결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배우자로부터 지속적인 구타와 협박을 당하던 피고인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위 고소장을 작성하게 된 사안으로, 법원은 이를 자기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로 보아 책임을 조각했습니다. 이 판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협박의 주체가 피고인과 물리적으로 근접해 있었고, 위해가 특정 시점에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가해졌으며, 피고인이 그 상황에서 벗어날 현실적인 통로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마약 유통조직의 "지시를 따랐다"는 사안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해집니다. 총책의 지시는 대개 전화나 메신저, 중간관리자를 거쳐 전달되고, 조직원은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물리적으로 감시받거나 구금된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시와 지시 사이에는 이동·통신·타인과의 접촉이 가능한 시간이 존재하고, 그 시간 동안 신고나 도피가 이론상 가능했다면 법원은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결국 관건은 위해의 구체성·즉시성과, 그 상황에서 실제로 벗어날 방법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회피가능성 — 강요된 행위 항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쟁점

법원이 강요된 행위 주장을 심리할 때 가장 집중해서 보는 부분은 "정말로 다른 선택지가 없었는가"입니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는지,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가능했는지, 경찰서나 파출소에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는지, 이동의 자유가 있었는지가 구체적으로 심리됩니다. 이런 사정 중 하나라도 확인되면 "위해를 피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주장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 조직을 벗어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이는 오히려 항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도와 좌절의 구체적 경위, 시점, 그로 인한 추가적인 위협이 있었다면 그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조직에 스스로 가입했거나, 지시를 따르는 대신 금전적 대가를 받았거나,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추가 업무를 맡은 정황이 확인되면 강요보다는 자발적 가담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통신·이동의 자유 여부 — 지시 이행 과정에서 연락하거나 도피할 수 있었는지.

  • 신고 기회 유무 — 경찰서·지인 접촉이 물리적으로 가능했던 시점이 있었는지.

  • 반복성 — 한 번의 지시가 아니라 여러 차례 가담했다면 그사이 이탈 기회가 있었는지.

  • 대가 수수 여부 — 지시 이행의 대가로 금전·마약 등을 받았는지.

예외적으로 강요된 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상황

모든 조직 지시 항변이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원이 물리적으로 감금된 상태에서 감시자의 통제 아래 있었고, 지시를 거부하면 즉시 눈앞에서 폭행이 가해지는 등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 현실화된 경우, 또는 본인이나 가족의 생명·신체에 대한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해가 반복적으로 고지되면서 통신·이동 수단이 전면 차단되어 신고나 도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경우에는 강요된 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남습니다. 이런 경우는 단순한 심리적 압박이 아니라, 조문이 요구하는 저항 불가능성과 회피불가능성이 실제로 갖춰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사정은 피고인이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감금이나 감시가 있었다는 사실, 그 기간 동안 통신·이동이 실제로 차단되어 있었다는 사실, 위해의 고지가 구체적이고 반복적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정황이나 자료가 없다면, 진술만으로 이 요건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검찰과 법원은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 통신기록 조회, 이동 동선 확인, 동시기 체포된 다른 조직원의 진술 대조 등을 통해 실제로 감시·통제 상태에 있었는지를 교차 검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요된 행위가 인정되지 않을 때 — 양형에서는 어떻게 반영되나

형법 제12조의 요건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그 정황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타인의 강압이나 위협 등에 의하여 강요된 상태에서 범행에 가담한 경우(형법 제12조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를 일반양형인자 중 감경 요소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책임 자체를 조각시키는 무죄 판단과, 유죄를 인정하되 형을 낮추는 양형 판단은 서로 다른 단계의 문제이고, 강요 정황은 두 단계 모두에서 각각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형법 제12조 성립 여부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설령 그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조직으로부터 받은 압박의 정도와 경위를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재판 단계에 가서야 강요 정황을 주장하면 뒤늦게 지어낸 사정이라는 의심을 받기 쉽고, 반대로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같은 취지로 진술해 온 기록이 있다면 양형 단계에서 감경 사유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은 마약의 종류와 수량, 가담 형태(단순 투약인지 유통·운반인지)에 따라 형량 편차가 매우 큰 편입니다. 같은 운반책이라도 강요 정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경우와, 비록 형법 제12조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압박을 받아 가담한 사정이 양형자료로 충분히 제출된 경우는 선고형에서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강요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무죄를 다투는 카드일 뿐 아니라,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을 낮추는 별도의 카드로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형법 제12조가 인정되지 않아도 강요된 정황은 마약범죄 양형기준상 별도의 감경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 무죄 여부와 형량 감경은 서로 다른 단계의 문제다.

실무에서 이 항변을 준비할 때 챙겨야 할 증거

강요된 행위 주장이든 양형 감경 주장이든, 결국 관건은 구체적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입니다.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나 통화 기록, 폭행을 당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진단서나 사진, 감금·감시 상태를 뒷받침할 정황(같이 있었던 장소의 특정, 목격자 진술) 등이 확보되어 있다면 항변의 신빙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이런 객관적 자료 없이 진술에만 의존하면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도피나 신고를 시도했다가 좌절된 경험이 있다면 그 경위를 시점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벗어나려 했는지, 왜 그것이 실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수사 초기 조사 단계에서부터 이런 정황을 빠짐없이 진술하고, 필요하다면 변호인을 통해 관련 자료를 조기에 확보해 두는 것이 이후 재판 단계에서 항변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특히 체포·구속 직후 첫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시점에 강요 정황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단순히 혐의를 인정하는 데 그치면, 이후 재판 단계에서 같은 주장을 뒤늦게 꺼내더라도 신빙성을 인정받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체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을 정하고, 확보 가능한 객관적 자료를 놓치지 않고 수집해 두는 절차가 특히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직 두목의 지시를 거부하면 보복당할까봐 마약을 운반했다면 무죄가 되나요?

A. 단순히 보복이 두려워 지시를 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생명·신체에 대한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해가 있었고, 그 범행 외에는 피할 다른 방법이 없었음이 함께 증명되어야 합니다.

Q. 실제로 폭행을 당하면서 지시를 따른 경우는 어떻습니까?

A. 저항할 수 없는 폭력에 의해 강요된 경우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폭행의 정도와 지속성, 그 상황에서 벗어날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가 함께 심리되므로 폭행 사실만으로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강요된 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면 감경받을 방법이 전혀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12조상 책임이 조각되지 않더라도, 마약범죄 양형기준에서는 강요된 상태에서 범행에 가담한 정황을 별도의 감경 요소로 고려할 수 있어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조직에서 벗어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항변에 도움이 되나요?

A. 예. 이탈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구체적 경위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시도 시점과 실패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신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면 항변이 불리해지나요?

A. 그렇습니다. 신고나 도피의 현실적인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방어할 방법이 없었다는 주장과 배치되어 항변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 마약인 줄 몰랐다는 주장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A. 강요된 행위는 위법성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이 없었는지를 따지는 책임 단계의 문제이고, 마약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고의 자체를 다투는 별개의 쟁점입니다. 두 주장은 근거와 입증 방법이 전혀 달라 함께 준비하더라도 각각 독립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맺음말

"총책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말은 조직 내에서 겪은 압박을 설명하는 표현으로는 자연스럽지만, 그 자체로 형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항변이 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는 저항 불가능한 폭력이나 생명·신체에 대한 구체적이고 임박한 협박, 그리고 범행 외에는 위해를 피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사정이 함께 증명되어야 인정됩니다. 이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강요 정황이 양형 단계에서 감경 요소로 고려될 수 있는 만큼, 수사 초기부터 관련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뒷받침 자료를 확보해 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조직범죄에 연루된 사건은 진술 하나하나가 이후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초기 대응 방향을 정하는 단계부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원지검·수원구치소 인근에서 조사나 구속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조력이 필요한 단계라면 초기부터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6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