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인이나 지인 소개로 급하게 돈을 빌려주고받는 과정에서 차용증을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해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친한 사이에 차용증까지 쓰기는 좀 그렇다”, “계좌이체 내역이 남아 있으니 나중에 문제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문서 없이 돈을 빌려주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연락을 끊거나 “빌린 적 없다”, “돈 준 게 아니라 투자금이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면, 차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고소도 민사소송도 불리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차용증이라는 문서의 존재가 아니라 차용 당시의 편취 고의 유무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서가 없더라도 정황증거로 기망행위가 증명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문서가 있어도 편취 고의가 증명되지 않으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도 사기 고소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차용증이 없어도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소비대차는 문서가 아니라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입니다.
민법 제598조에 따른 소비대차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품질·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낙성·불요식 계약입니다. 즉 차용증이라는 서면 작성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아니라, 나중에 그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여러 증거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형사고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이나 검찰은 고소장에 차용증 원본이 첨부되어 있는지를 접수 요건으로 보지 않습니다. 고소는 상대방이 돈을 빌릴 당시부터 갚을 생각이나 능력이 없으면서 이를 숨기고 금전을 편취했다는 범죄 사실을 소명하면 되고, 그 소명 자료가 반드시 차용증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차용증이 없으면 “애초에 돈을 빌려준 사실 자체”, “구체적인 액수와 시점”, “변제 약정 여부”부터 다퉈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차용증이 있는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상대방이 “받은 적 없다”, “빌린 게 아니라 그냥 받은 돈이다”라는 식으로 다투면 초기 대응이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차용증이 없다고 해서 사기 고소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차용증이 없을수록 다른 증거로 대여 사실과 편취 고의를 함께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커집니다.
2. 그러나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기죄 성립 여부는 갚은 결과가 아니라 빌릴 당시의 고의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은 자를 처벌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돈을 빌리는 시점에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이를 속이고 금전을 교부받았다는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 편취의 고의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사기죄 성립 여부를 행위 당시, 즉 돈을 빌리는 그 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다른 사정으로 갚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뿐 형사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그래서 실무에서는 “빌려간 돈을 안 갚는다”는 사정만 들고 고소장을 내면 혐의없음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차용증이 있든 없든, 결국 핵심은 상대방이 빌릴 당시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입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빌릴 당시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3. 차용증이 없다면 주변 정황으로 편취의 고의를 입증해야 합니다
대화 기록과 재산상태 정황을 촘촘히 모을수록 편취의 고의가 드러납니다.
대법원은 편취의 범의를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한,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차용증 한 장이 없다고 입증이 막히는 것이 아니라, 차용증을 대신할 여러 간접사실을 모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무적으로 자주 쓰이는 자료는 문자메시지·카카오톡 대화, 계좌이체 내역, 통화 녹음, 그리고 빌려준 경위를 아는 지인의 진술입니다. 다만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단순히 돈이 오간 사실만으로는 그 돈이 증여인지, 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조차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대화 내용 등을 통해 “빌린다”, “언제까지 갚겠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함께 확인되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빌릴 당시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를 지고 있었는지, 사업 실패나 자금난을 숨긴 채 “곧 투자금이 들어온다”는 등 거짓 용도를 댔는지가 중요한 정황입니다. 다만 법원은 이 부분을 신중하게 봅니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1809 판결은 피고인이 상당한 채무를 지고 있었더라도, 당시 보유하던 부동산 등 재산과 이자 납부 등 이행 노력이 함께 확인되는 경우에는 재산상태를 완전히 숨긴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사기죄 성립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 즉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사정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산상태를 적극적으로 속였다는 점까지 함께 드러나야 합니다.
차용증이 없을수록 대화 기록·계좌이체 내역·상대방의 재산상태에 관한 정황을 함께 모아, 빌릴 당시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4. 편취 금액과 반복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소액이라도 반복되면 합산되어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현재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2026년 9월 13일부터는 개정 형법이 시행되어 법정형이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됩니다. 행위 당시의 법이 적용되므로, 시행일 이후에 이루어지는 편취 행위부터 상향된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편취한 금액이 큰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함께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빌린 경우라도, 동일한 범의로 단기간에 반복된 것으로 인정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이득액이 합산됩니다. 처음에는 몇백만원 단위로 시작했더라도, 같은 수법으로 여러 차례 반복되면 합산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준비 순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을 사기로 고소하는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편취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차용증이 없는 사건일수록 고소장 자체의 완성도가 중요합니다. 감정적으로 경위만 나열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통화 녹음 등에서 “빌린다”, “언제까지 갚겠다”는 취지의 표현이 담긴 부분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계좌이체 내역을 발급받아 송금 일시·금액을 확정하고, 그 돈이 증여나 투자금이 아니라 대여금이었다는 정황을 대화 내용과 함께 묶어 둡니다.
상대방이 빌릴 당시 이미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었는지, 거짓 용도를 댔는지 등 재산상태·거래 경위에 관한 자료를 가능한 범위에서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차용증 없는 대여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대여금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 문제는 “친한 사이였는데 굳이 서류까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상대방과의 연락이 끊기거나 대화 내용이 삭제되면서, 정작 나중에 필요한 증거를 놓치게 됩니다.
돈을 빌려준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남아 있는 대화와 송금 내역을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돈을 빌린 쪽 입장에서 갑작스럽게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면, 빌릴 당시 실제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사정—소득, 재산, 상환 이력 등—을 함께 준비해야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차용증 없는 대여금 분쟁에서 돈을 빌려준 쪽과 빌린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처음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차용증이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신다면, 그 정황을 어떻게 증거로 엮어낼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용증 없이 계좌이체 내역만 있어도 사기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고소 자체는 가능하지만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돈이 대여금이라는 점과 빌릴 당시 갚을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문자메시지, 통화 녹음 등 추가 자료로 함께 뒷받침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하면 어떻게 하나요?
A. 계좌이체 내역으로 송금 사실 자체는 객관적으로 증명됩니다. 다만 그 돈의 성격(증여·투자금·대여금)이 다투어지므로, 송금 전후 대화 기록으로 대여 취지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자를 약속받았는데 차용증에 이자율을 안 썼다면 문제 되나요?
A. 차용증이 없어도 소비대차는 성립하므로 이자 약정도 문서 없이 유효합니다. 다만 이자율이나 변제기 등 조건은 대화 기록으로 구체적으로 남겨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유리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상 대여금 반환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편취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차례 나누어 빌린 경우도 합산될 수 있습니다.
Q.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 실제로 갚을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빌릴 당시의 소득·재산 상태, 상환 이력, 이자 납부 내역 등 변제 의사와 능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최대한 모아 조사 단계에서부터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 사기 고소 말고 민사소송만으로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대화 기록이나 계좌이체 내역이 있다면 대여금 반환청구소송으로도 가능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변제할 재산이 없다면 형사 고소를 병행해 심리적 압박과 함께 자료 확보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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