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개인 간 급전을 빌려주고 매달 이자를 받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자가 끊기고 원금까지 받지 못하게 되어 고소를 고민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자를 성실히 내다가 사정이 어려워져 이자를 못 내게 됐을 뿐인데, 채권자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를 당하는 분들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채무자분들 중 상당수는 “그래도 이자는 몇 달씩이나 꼬박꼬박 냈으니 사기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고소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수사기관 출석 통보를 받고 나서야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이자를 냈다는 사실이 사기 혐의를 자동으로 지워준다고 믿지만, 실제 판단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차용금 사기 사건에서 편취의 범의를 차용 당시의 재력·환경·거래 이행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자 지급 여부는 그 판단에 참고되는 하나의 사정일 뿐, 그것만으로 혐의를 벗어나거나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이자를 지급하다가 끊긴 경우가 왜 곧바로 사기죄로 이어지지 않는지, 반대로 어떤 사정이 있으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이자를 계속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죄 성립 여부는 이자를 냈는지가 아니라 차용 당시의 사정으로 판단됩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상대방을 속였는지, 즉 기망 여부이고, 그 기망은 돈을 건네받는 시점인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이자를 몇 달이나 받았으니 처음부터 속은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원의 판단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자 지급은 차용 이후에 발생한 사정 중 하나일 뿐이고,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돈을 빌리던 그 순간 채무자에게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반대로 채무자 입장에서도 “이자를 냈으니 무조건 무죄”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자 지급이 실제로는 신용을 유지해 더 큰 금액을 빌리기 위한 수단이었거나, 다른 곳에서 빌린 돈으로 겨우 이자만 메꾼 것이었다면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 3번 항목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자를 냈는지 여부는 사기죄 판단의 여러 사정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혐의를 벗어나거나 확정 짓는 결정적 증거가 아닙니다.
2. 차용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이자가 끊겨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수 있습니다
허위 사실을 말한 사정이 없었다면, 그 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편취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소비대차 거래에서 채무자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변제능력·차용 조건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해 거짓말을 한 사정이 없다면, 이후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변제능력을 속였다거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해왔습니다.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이 법리를 이자 지급이 끊긴 사안에 대입하면, 차용 당시 소득이 있었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받은 돈을 빌린 목적대로 사용했다면, 이후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소득이 줄어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은 예측하지 못한 사정 변경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소를 당한 채무자라면, 차용 당시 자신의 재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자료 — 급여명세서·사업소득 신고 내역·거래처 자료 등 — 를 우선 확보해야 합니다. 편취의 범의는 결국 차용 시점의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 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사건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차용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사정만 뒷받침된다면, 이후 이자가 끊긴 사실만으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3. 다른 곳에서 빌린 돈으로 이자를 메꿔온 사정은 오히려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자 지급의 자금 출처가 새로운 차용금이었다면 기망행위의 연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유형은 이른바 ‘돌려막기’입니다. 기존 채권자에게 줄 이자나 원금 일부를 자신의 소득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새로 빌린 돈으로 충당하는 구조입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이런 돌려막기 사실이나 자신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숨긴 채 계속 돈을 빌린 행위 자체를 기망행위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구도에서는 이자를 꾸준히 지급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채권자를 안심시켜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상환을 미루게 만든 수단, 즉 기망행위의 일부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원금이나 이자를 갚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지급한 원금·수익금을 공제하지 않고 처음 교부받은 금액 전체를 이득액으로 산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4411 판결 참조).
따라서 이자를 계속 냈다는 사실을 방어 근거로 삼으려 한다면, 그 이자가 실제로 어디서 나온 돈인지가 핵심입니다. 급여나 사업소득 등 정상적인 수입에서 나간 것이라면 변제 의사·능력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지만, 다른 채권자에게 새로 빌린 돈으로 메운 것이라면 반대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자 지급의 자금 출처가 새로운 차용금이었다면, 그 지급 사실 자체가 방어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4. 빌린 금액 규모에 따라 사기죄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무거워집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편취한 금액인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3조가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개인 간 급전 거래는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하더라도, 이자만 주고받으며 원금을 계속 연장하거나 추가로 빌려주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총 대여액이 누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계획 아래 반복된 차용이라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특경법 적용 여부를 따지게 되므로, 개별 차용 시점마다 소액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미 변제한 원금이나 이자가 있다고 해서 그 금액을 무조건 이득액에서 공제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반환 여부와 그 경위는 유죄·무죄 판단 자체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5. 고소를 당했다면 조사 전 자료 정리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차용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개인 간 금전거래 사기 고소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한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소장을 받았거나 수사기관 출석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용 당시 자신의 재정 상태를 보여줄 자료(급여명세서, 사업소득 신고 내역, 재산 현황 등)부터 확보합니다.
빌린 돈을 실제로 어디에 썼는지 계좌 거래내역, 영수증, 사업 관련 자료로 정리합니다.
채권자에게 지급한 이자·원금이 자신의 수입에서 나간 것인지, 다른 곳에서 빌린 돈이었는지 자금 출처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차용 시점부터 시계열로 정리해두면, 편취의 범의를 부정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기 고소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형사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자를 주다가 끊긴 상황은,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설마 사기까지 되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자만 받다가 원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자료 — 차용 당시 재정 상태, 자금 사용처, 돌려막기 정황 — 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갚을 생각은 있었지만 사정이 어려워져 이자마저 끊긴 채무자 입장에서도, “이자는 계속 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차용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저는 개인 간 금전거래 분쟁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만 받다가 원금을 떼인 쪽과, 반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이자는 냈다”는 사실이 사건에 따라 정반대로 작용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이자가 끊긴 시점부터 어떤 자료를 남기고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자를 6개월 넘게 냈는데도 사기죄로 고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이자 지급 여부는 사기죄 판단의 여러 사정 중 하나일 뿐이고, 핵심은 차용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다만 장기간 이자를 냈다는 사실은 변제 의사가 있었다는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원금을 일부라도 갚았으면 사기죄가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반환한 원금이나 수익금을 공제하지 않고 처음 교부받은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이득액을 산정한다고 보고 있어, 일부 변제가 곧바로 무혐의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Q. 차용증이나 계약서 없이 구두로 빌려준 돈도 사기 고소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차용증이 없더라도 계좌이체 내역, 문자·메신저 대화, 증인 진술 등으로 차용 사실과 당시 정황을 증명할 수 있다면 고소·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이자를 갚아온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그 자체만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돌려막기 사실이나 자신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숨긴 채 계속 돈을 빌렸다면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 소송도 함께 진행해야 하나요?
A. 상황에 따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상 대여금 반환청구의 입증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Q. 수사기관 출석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 내용이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득액 규모에 따라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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