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사건에서 수사 초기 조사를 받을 때는 겁에 질리거나 회유에 넘어가 순순히 자백했다가, 변호인을 선임하고 사건 기록을 확인한 뒤 법정에서 그 진술을 뒤집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바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즉 자백이 고스란히 담긴 그 서류가 여전히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2022년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검사가 작성한 조서라 해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백을 번복했을 때 실제로 어떤 조서가 증거에서 빠지는지, 조서가 빠진 뒤에도 유죄가 유지되는 경우는 어떤 때인지, 그리고 번복이라는 선택을 실무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 '성립의 진정'에서 '내용의 인정'으로
개정 전 형사소송법 아래에서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문턱이 지금보다 낮았습니다. 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작성됐다는 형식적 진정성립과, 조서에 적힌 내용이 실제 진술한 그대로 기재됐다는 실질적 진정성립만 인정되면 증거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수사 단계에서 자백해놓고 법정에서 아무리 부인해도 조서 자체는 증거로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수사기관 조서 한 장이 재판의 실질적 결론을 좌우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2020년 2월 4일 개정되어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이 구조를 바꿨습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그동안 사법경찰관 작성 조서(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만 적용되던 '내용부인 시 증거능력 상실' 원칙이 검사 작성 조서에도 그대로 적용되게 된 것으로, 검사 조서와 경찰 조서의 증거법상 취급이 사실상 통일된 셈입니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3741 판결은 여기서 말하는 '내용을 인정할 때'의 의미를 구체화했습니다. 이는 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진술한 그대로 적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즉 "제가 그렇게 말한 건 맞는데, 그때 진술한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라고 법정에서 진술하면, 조서 작성 절차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더라도 그 조서는 유죄의 증거에서 빠지게 됩니다.
이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도 경찰 작성 조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면 증거능력을 잃는다.
마약 투약 사건에서 자백 번복이 유독 치명적인 이유
마약 투약 사건은 다른 범죄와 달리 목격자나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변검사나 모발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그 결과만으로는 정확한 투약 시점이나 투약 경위, 투약량까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모발검사는 채취 시점 이전 수개월의 투약 이력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공소사실에 적힌 특정 일자의 투약을 곧바로 증명해주지 못하는 반면, 소변검사는 상대적으로 최근 투약만을 보여줍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실무에서는 피의자 본인의 자백이 투약 시점·장소·방법을 특정하는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인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부인이 갖는 무게가 다른 범죄와 달라집니다. 자백을 담은 조서가 증거에서 빠지면, 검찰이 기댈 수 있는 증거는 양성 반응이라는 정황증거 정도만 남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기에 형사소송법 제310조가 정한 자백보강법칙, 즉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는 원칙까지 함께 고려하면, 자백 자체가 흔들리는 순간 사건 전체의 증명구조가 재검토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조서 하나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지탱하던 기둥 하나가 빠지는 셈입니다.
투약죄는 판매·유통 범죄와 달리 대부분 혼자 이뤄져 상대방이나 목격자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자수범적 성격을 띱니다. 판매·알선 사건이라면 거래 상대방의 진술이나 통신·계좌 내역으로 정황을 보강할 여지가 있지만, 순수 투약만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그런 보강 재료 자체가 빈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소변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떤 경위로 투약했는지는 오직 피의자의 진술로만 특정된 사건에서 그 진술을 담은 조서가 빠지면, 공소사실에 적힌 특정 일시·장소 자체를 뒷받침할 증거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임의성 다툼과는 다른 문제다 — 강압이 없었어도 조서가 빠질 수 있는 이유
실무에서 자주 혼동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수사관이 협박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는데 조서가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9조는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기망 등으로 임의성 없이 이루어진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요건입니다. 반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내용부인은 진술이 임의로 이루어졌는지와는 전혀 별개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하는지에 관한 요건입니다.
다시 말해 조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회유가 전혀 없었고, 진술거부권 고지와 변호인 참여 기회도 절차대로 지켜졌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나중에 법정에서 "그때 진술한 내용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고 하면 조서의 증거능력은 그것만으로 상실됩니다. 임의성 없는 자백은 애초부터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이고(제309조), 임의성이 있는 자백이라도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제312조 제1항)이어서, 두 조항은 서로 다른 단계에서 각각 조서를 걸러내는 별개의 장치입니다. 변호인이 방어 전략을 짤 때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임의성 다툼에만 집중하다가 더 확실한 내용부인 주장을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조서가 빠져도 유죄가 유지되는 경우 — 배제와 무죄는 다르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에서 빠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도2102 판결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사건에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문제와 공소사실 특정 여부를 함께 다뤘는데, 이 판결이 보여주듯 조서 배제 이후의 쟁점은 결국 검찰이 제출하는 나머지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특정하고 입증할 수 있는지로 옮겨갑니다.
실무에서 조서 없이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는 증거로는 소변·모발 감정서 등 객관적 감정 결과, 압수된 마약류 실물과 감정서, 마약 구매·판매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대화 내용, 계좌이체 내역, 통신사실확인자료, 공범이 아닌 제3자의 진술 등이 있습니다. 이런 증거들이 투약 시점과 경위를 뒷받침할 만큼 촘촘하게 갖춰져 있다면, 자백 조서가 빠지더라도 나머지 증거의 종합으로 유죄가 인정될 여지가 남습니다. 반대로 이런 보강증거가 빈약한 사건이라면, 조서의 배제가 사건 전체의 향방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가령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구매했다는 정황이 통신내역과 계좌이체 기록으로 뒷받침되는 사건이라면, 피고인이 투약 사실 자체를 부인하더라도 검찰은 구매 정황과 감정 결과를 결합해 공소사실을 유지하려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변검사 양성 반응 외에 구매·소지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가 전혀 없는 사건이라면, 조서가 빠지는 순간 공소사실의 특정 일시·장소 자체가 흔들리게 되어 무죄 주장이 훨씬 힘을 받습니다. 결국 변호인이 조서의 내용부인만큼이나 검찰 측 보강증거의 강약을 함께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용부인으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사라지는 것과, 그 사건이 무죄로 끝나는 것은 다른 문제다 — 관건은 조서를 뺀 나머지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이 입증되는지다.
공범의 자백까지 막힌다 — 대법원 2023도3741이 넓힌 범위
내용부인의 효과는 자신에 대한 조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23도3741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이 말하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습니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 조서는 당해 피고인 본인에 대한 조서만이 아니라, 당해 피고인과 공범 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범에는 형법총칙상 공동정범·교사범·방조범뿐 아니라,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면서 각자 별도의 처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대향범까지 포함됩니다.
마약 사건에 대입하면 이 판례의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마약을 판 사람과 산 사람, 함께 투약한 사람들처럼 서로 대향관계에 있는 상대방이 수사 단계에서 "함께 투약했다" 또는 "이 사람에게 팔았다"고 자백했더라도, 정작 피고인 본인이 법정에서 그 상대방에 대한 검사 작성 조서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조서 역시 자신에 대한 유죄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변호인이 자신에 대한 조서의 내용부인만 챙기고 공범이나 거래 상대방에 대한 조서는 미처 확인하지 못해, 정작 유죄 인정의 핵심 근거가 그 조서에서 나오는 경우를 놓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번복 전략, 아무렇게나 쓰면 오히려 불리해진다
내용부인이 법적으로 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는 강력한 장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작정 "안 했다"고 부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조서의 증거능력과는 별개로, 피고인의 법정진술 자체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를 살핍니다. 수사 초기에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진술해놓고 별다른 설명 없이 법정에서 전면 부인으로 돌아서면, 그 번복의 경위와 동기 자체가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번복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왜 수사 단계에서 그렇게 진술했는지, 그리고 그 진술이 실제와 어떻게 달랐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사 당시 다른 사건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수사관이 제시한 진술 내용을 그대로 따라 말한 경우, 특정 부분을 착각하거나 다른 사람의 행위와 혼동한 경우, 수사관이 유리한 처분을 암시하며 진술을 유도한 정황이 있는 경우 등은 번복의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 사정 없이 막연히 부인만 반복하면, 조서 자체는 증거에서 빠지더라도 법정진술의 신빙성이 낮게 평가되어 다른 정황증거와 결합해 여전히 유죄로 판단될 위험이 남습니다.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절차 — 조서 열람부터 내용부인 의사표시까지
내용부인을 실제로 재판 절차에서 관철하려면 몇 가지 단계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마약 사건처럼 자백 조서의 비중이 큰 사건에서는 절차상의 작은 누락이 방어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을 원본과 대조하고, 실제 진술과 다른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둘 것.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이 증거 목록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명확한 언어로 진술할 것 — 모호한 답변은 인정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증거목록에 공범이나 거래 상대방에 대한 검사 작성 조서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그 조서에 대해서도 별도로 내용부인 의사를 명시할 것.
조서가 배제된 이후 검찰이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감정서·통신내역 등 다른 증거에 대한 반박·탄핵 준비를 병행할 것.
자주 묻는 질문
Q. 수사 단계에서 자백한 뒤 변호인을 선임하고 바로 부인해도 되나요?
A. 법적으로는 언제든 법정에서 조서 내용을 부인할 수 있고, 그 시점에 따라 증거능력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인의 시점이 늦거나 경위 설명이 부실하면 신빙성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변호인 선임 이후 사건 기록을 검토해 이른 시기에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조서를 부인하면 그것만으로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어지는 것과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소변·모발 감정서, 통신내역, 제3자 진술 등 다른 증거만으로도 공소사실이 입증될 수 있다면 조서 없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에서는 부인했는데 검찰 조사에서 자백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두 조서 모두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정한 내용부인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법정에서 검사 작성 조서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조서 역시 증거능력을 잃으며, 이는 경찰 조서에서의 진술 내용과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Q. 함께 투약한 사람이 수사기관에서 저에 대해 진술한 조서도 부인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범 관계에 있는 상대방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적용을 받으므로, 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에 대한 유죄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Q. 조사 당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다면 나중에 부인할 수 없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진술거부권 고지나 변호인 참여권 보장은 조서 작성 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요건이고, 내용부인은 그 진술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에 관한 별개의 요건입니다. 절차가 적법했더라도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은 상실됩니다.
맺음말
마약 투약 사건에서 수사 단계의 자백과 법정에서의 번복은 단순한 태도 변화가 아니라, 증거법 구조 전체를 흔드는 선택입니다. 2022년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덕분에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라 해도 법정에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게 됐고, 이 원칙은 본인 조서뿐 아니라 공범에 대한 조서에까지 미칩니다. 다만 조서가 빠진다고 사건이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며, 남은 증거로 공소사실이 입증될 수 있는지가 실제 쟁점으로 남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번복 자체가 아니라, 왜 그렇게 진술을 바꾸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과 남은 증거관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입니다. 수사기록을 꼼꼼히 대조하고 절차마다 의사표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조서 하나에 사건 전체가 좌우되지 않도록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마약 사건은 수원지검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한마디가 이후 재판 전체의 증거구조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원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이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이든 대응 방향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정리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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