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책 장부에 이름 올랐을 때 증명력 다투기
사건 개요
수사기관이 마약 공급책을 검거하면, 뒤이어 그 공급책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순차로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근거가 되는 것은 대개 공급책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판매 장부입니다. 텔레그램 대화방 목록, 메모 앱에 적힌 닉네임과 금액, 엑셀 파일 형태의 거래 내역표 같은 것들인데, 여기에 의뢰인의 이름 일부, 전화번호 뒷자리, 혹은 평소 쓰던 닉네임이 적혀 있다는 이유로 소환 통보를 받는 것입니다.
정작 본인은 그런 거래를 한 적이 없거나, 있었더라도 장부에 적힌 횟수·금액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수사기관 앞에서는 "장부에 이름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 하나로 상황이 순식간에 불리해집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도 않은 남의 메모 한 줄이, 마치 본인의 자백과 같은 무게로 취급되는 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공급책이 작성한 장부에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매매 혐의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장부가 애초에 증거로 쓰일 자격이 있는지, 있다 하더라도 그 기재 내용을 그대로 믿을 만한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이 두 갈래를 얼마나 정밀하게 다투는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은 크게 두 층위에서 판가름 납니다. 첫째는 증거능력의 문제입니다. 공급책이 작성한 장부는 피고인 본인이 아니라 제3자가 작성한 서류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가 정한 '진술서 등'에 해당합니다. 2016년 개정으로 이 조항은 종이 문서뿐 아니라 휴대전화·메모 앱·클라우드에 저장된 전자 기록까지 포괄하도록 확대됐는데, 그럼에도 이런 문서가 증거로 쓰이려면 작성자인 공급책이 법정에서 그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거나 디지털포렌식 등 객관적 방법으로 진정성립이 증명되고, 나아가 피고인 측이 그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장부는 애초에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없습니다.
둘째는 증명력의 문제입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되어 재판부가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더라도, 그 기재만으로 특정 일시·특정 수량의 매매 사실까지 증명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는데, 닉네임이나 전화번호 뒷자리로 사람을 특정하는 방식 자체에 오류 가능성이 있고, 장부를 적은 공급책에게는 수사 협조를 통해 자신의 형을 줄이려는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층위를 순서대로, 그리고 각각 다른 무기로 다투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장부와 공급책 진술의 증거능력부터 차단하기
가장 먼저 손대야 할 지점은 그 장부와 공급책의 진술이 애초에 증거로 쓰일 자격이 있는가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장부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고, 진정성립 절차를 정면으로 요구합니다.
검찰이 제출한 장부·캡처화면·거래내역표는 공판 절차에서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따라 작성자인 공급책이 법정에 나와 "내가 작성했고, 이 기재는 이런 뜻이다"라고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디지털포렌식으로 작성 시점·수정 이력·기기 소유관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공급책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그 예외를 인정할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제314조)가 있는지까지 재판부가 별도로 심리해야 하므로, 이 요건이 흐릿한 상태에서 장부가 그대로 유죄 자료로 쓰이지 않도록 절차마다 이의를 제기합니다.
2) 공급책의 수사기관 진술은 대향범 관계의 한계 안에서 다룹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마주 보는 대향범 관계에 있습니다. 공급책이 검찰이나 경찰 조사에서 "이 사람에게 팔았다"고 진술했더라도,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제3항이 적용되어, 의뢰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검찰 조서든 경찰 조서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므로, 조서의 형식이나 작성 주체를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으려는 시도가 있는지 살피고, 그 즉시 내용을 부인하는 취지를 조서와 공판 진술로 명확히 남깁니다.
3) 장부와 진술이 서로를 보강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환 구조를 끊습니다.
수사기관은 흔히 "장부에 이름이 있고, 공급책도 그렇게 진술했으니 서로 들어맞는다"는 식으로 두 증거를 묶어 제시합니다. 그러나 장부 자체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상태라면, 그 장부는 공급책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도 쓰일 수 없습니다. 두 증거가 사실은 같은 뿌리(공급책 본인의 기억과 진술)에서 나온 것인지, 서로 독립된 근거로 뒷받침되는지를 구분해 재판부에 짚어 줌으로써, 증거 하나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힘을 갖는 상황을 막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장부 기재의 신빙성과 특정성을 무너뜨리기
증거능력의 벽을 넘어 장부가 재판부 앞에 놓인 이후에도, 그 기재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1) 이름·닉네임·전화번호 뒷자리로 사람을 특정하는 방식의 허점을 짚습니다.
마약 거래는 대포폰이나 텔레그램 익명 계정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장부에 적힌 정보가 곧바로 특정인을 가리킨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동일한 닉네임을 여러 사람이 돌려썼을 가능성, 전화번호 뒷자리 4자리만으로는 동명이인·유사번호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 공급책이 여러 거래를 뒤섞어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통신사 가입자 조회, 통화·문자 기록, 위치정보 등 장부 밖의 객관적 자료와 대조해 그 특정이 실제로 의뢰인을 가리키는지부터 다시 확인합니다.
2) 대법원이 제시한 신빙성 판단 기준에 맞추어 공급책 진술을 검증합니다.
물증 없이 매수인을 지목하는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그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4도1779 판결). 이때 살펴야 할 것은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다른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지, 진술이 시점마다 일관되는지, 그리고 진술자의 인간됨과 그 진술로 얻는 이해관계입니다. 공급책은 수사에 협조할수록 자신의 형이 가벼워질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입장이므로, 그 이해관계가 진술의 신빙성을 갉아먹는 요소임을 구체적 사실관계로 뒷받침해 제시합니다.
3) 장부 기재의 수량·금액과 객관적 물증의 정합성을 대조합니다.
장부에 적힌 거래 횟수·금액이 실제 압수된 마약의 양, 계좌 입출금 내역, 소변·모발 감정 결과와 맞아떨어지는지를 하나씩 대조합니다. 장부상 수십 차례 거래가 기재되어 있는데도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나 압수품이 전혀 없다면, 그 기재가 실제 거래의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공급책의 막연한 기억이나 과장에 불과할 가능성을 재판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도, 뒷받침하는 물증이 없는 기재는 그 무게가 그만큼 가벼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공급책의 장부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은 수사의 출발점일 뿐, 그 자체가 유죄의 결론일 수는 없습니다. 그 장부가 증거로 쓰일 자격을 갖췄는지, 갖췄다 하더라도 그 기재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두 개의 관문이고, 이 관문을 하나씩 짚어 내는 준비가 결과를 가릅니다.
소환 통보를 받은 초기 단계에서 어떤 진술을 하고 어떤 자료를 남기는가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지금 장부 기재만으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기재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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