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만난 10대와 합의 주장 — 13·16세 연령별 방어선
사건 개요
소개팅 앱이나 채팅 앱에서 만나 몇 달을 사귀었을 뿐인데, 어느 날 상대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수사가 시작되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당사자는 억울해합니다. "서로 좋아서 만난 사이였고, 강제로 한 일이 없다"는 것이 그의 기억입니다. 실제로 데이트를 하고, 연락을 주고받고, 기념일을 챙기는 등 겉모습은 통상의 연애와 다르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에 출석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합의였다"는 진술을 아무리 강조해도, 수사관은 상대방의 정확한 나이부터 캐묻습니다. 사건 초기에 많은 의뢰인이 놓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 유형의 사건에서 '합의'라는 단어가 법적으로 의미를 갖는지 여부는 순전히 상대방의 나이와 본인의 나이 조합에 달려 있고, 그 조합에 따라 항변이 아예 성립조차 하지 않는 구간과, 진지하게 다퉈볼 여지가 있는 구간이 나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가 13세 미만이거나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면서 본인이 19세 이상이라면 '합의'는 죄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반면 상대가 16세 이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싸움으로 바뀝니다. 이 구간을 정확히 가르는 것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의 정확한 만 나이가 13세 미만인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지, 16세 이상인지입니다. 둘째, 행위 당시 본인이 19세 이상 성인이었는지입니다(형법 제305조 제2항은 이 요건이 충족될 때만 적용됩니다). 셋째, 상대가 16세 이상 구간이라면 폭행·협박은 물론 위계 또는 위력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이 세 축이 정리되지 않은 채 "합의였다"는 주장만 반복하면, 애초에 법이 다투는 대상으로 삼지 않는 구간에서 항변을 낭비하는 셈이 됩니다. 반대로 다툴 수 있는 구간에서조차 위계·위력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투지 않고 "사귀는 사이였다"는 말만 하면, 그 진술 하나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연령 구간을 먼저 확정해 항변이 성립하는 자리인지 가려낸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합의였다"는 항변이 애초에 통할 수 있는 구간인지를 냉정하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고 무작정 합의를 주장하면,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만 남기고 양형에서 불리해집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13세 미만이면 항변 방향을 즉시 전환합니다.
형법 제305조 제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행위자가 누구든 강간죄·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폭행·협박이 없었어도, 상대가 먼저 다가왔어도 결론은 같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합의' 자체가 법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므로, 다투는 것은 나이를 인식했는지, 처음부터 만남을 주도한 쪽이 누구인지 같은 양형 요소로 방향을 바꿉니다. 항변 방향을 빨리 정리할수록 불필요한 다툼으로 신뢰를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2)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면서 본인이 19세 이상이면 마찬가지로 합의는 무의미합니다.
형법 제305조 제2항은 2020년 5월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신설된 조항으로,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과 간음 또는 추행을 하면 상대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강간죄·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이 요건이 확인되면 "사귀는 사이였다"는 주장만으로는 죄책을 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상대방의 나이를 인식했는지, 폭행·협박이 동반됐는지에 따라 죄명과 양형이 달라지므로, 그 사실관계는 여전히 세밀하게 다툽니다.
3) 본인이 19세 미만이라면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제2항은 명시적으로 '19세 이상의 자'를 행위자 요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미성년자인 이른바 '동갑내기 연애' 사안이라면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폭행·협박 여부(형법상 강간·강제추행) 또는 위계·위력 여부(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가 쟁점이 됩니다. 이 경우 소년보호처분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 대응 방향을 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16세 이상 구간에서는 '위계·위력'의 부존재를 구체적으로 입증한다
상대가 16세 이상이라면 진짜 승부처가 열립니다. 폭행·협박이 없었다면, 남는 쟁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이 정한 위계 또는 위력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계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뿐 아니라 그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대가관계에 대한 착오를 이용한 경우까지 위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기준에 맞춰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확인합니다.
1) 앱 대화 전체를 재구성해 자발적 관계 형성 과정을 보여줍니다.
일부 대화만 발췌하면 위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도, 전체 맥락에서는 통상의 연애 대화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 접촉 시점부터 관계가 발전한 경위, 상대방이 먼저 호감을 표시하거나 만남을 제안한 정황, 이후 대화의 어조와 빈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위압감 조성이 아니라 상호 합의로 관계가 이어졌다는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판례가 위력 여부를 판단할 때 보는 요소인 관계의 이전 경위, 피해자에게 준 위압감의 정도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2) 대가관계의 부존재를 구체적으로 입증합니다.
2015도9436 판결이 위계의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 바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에 대한 착오'입니다. 만남을 대가로 금전이나 선물을 제공했거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대가를 약속한 정황이 있다면 위계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그런 대가관계가 없었다면, 계좌 내역·선물 여부·용돈 지급 여부 등을 통해 순수한 사적 관계였음을 객관적으로 소명합니다.
3) 나이·지위 차이를 이용한 심리적 종속(그루밍) 정황이 없음을 소명합니다.
위력은 반드시 물리적 힘일 필요가 없고,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나이 차이를 이용한 압박도 포함됩니다. 나이 차이가 컸는지, 처음부터 신뢰를 쌓은 뒤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로 몰아갔는지가 살펴지는 지점입니다. 이런 정황이 없었다면, 관계 초기부터 대등한 위치에서 소통했음을 보여주는 대화 내용과 만남의 빈도·주도권 분배를 통해 위압감이 조성되지 않았음을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결론
"합의였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닙니다. 상대의 나이와 본인의 나이 조합에 따라 이 항변이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구간이 있고, 진지하게 다퉈볼 수 있는 구간이 따로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항변하면 오히려 반성 없는 태도로 비쳐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13세 미만, 그리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면서 본인이 19세 이상인 경우는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고 사실관계와 양형을 다투어야 하며, 16세 이상 구간에서는 위계·위력의 부존재를 대화 기록과 관계의 경위로 촘촘히 입증해야 합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상대방의 정확한 연령부터 확인해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 그에 맞는 방어선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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