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금 계좌로 쓰였다면 — 대여와 공모의 구별
사건 개요
지인이나 SNS에서 알게 된 사람이 "대출 실적을 쌓아야 한다", "사업 자금을 잠깐 돌려야 한다"며 통장과 체크카드를 빌려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며칠 쓰고 돌려주겠다는 말, 혹은 소정의 사례금을 준다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계좌를 넘겼다가, 몇 달 뒤 경찰에서 "그 계좌가 마약 판매 대금을 주고받는 데 쓰였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사태를 파악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계좌 명의자는 대개 두 가지 혐의를 동시에 마주합니다. 하나는 접근매체(통장·카드·비밀번호)를 대가를 받고 넘긴 데 대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계좌가 실제 마약 유통에 쓰였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이 붙이려 하는 마약류관리법위반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 혐의입니다. 본인은 "통장만 빌려줬을 뿐 마약이 오간 줄은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수사기관은 계좌 이체 내역과 대화 기록을 근거로 더 무거운 혐의를 구성하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좌를 빌려준 사실 자체와 그것이 마약 유통 범행에 대한 공모로 확대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은 계좌를 넘겨줄 당시 무엇을 알았고 어디까지 관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이며, 그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제시하느냐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툼이 갈리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계좌를 넘길 당시 대가를 수수하면서 대여했는지, 혹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했는지입니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둘째, 계좌 명의자가 마약 판매 대금이라는 사실까지 인식했는지, 즉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수준인지입니다. 셋째, 단순히 계좌만 넘겼는지 아니면 마약 유통 과정에서 기능적 행위지배로 평가될 만한 역할(인출·전달·연락 중개 등)까지 맡았는지입니다. 넷째, 이 구별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과 법정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입니다 —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같은 법 제49조 제4항)에 그치지만, 마약류관리법위반의 매매·알선 공동정범으로 의율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 제1호)까지 열립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이어져 있어, 앞의 두 가지(대가·인식)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뒤의 두 가지(가담 정도·적용 법조)를 사실상 결정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 진술과 확보해 둔 자료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계좌를 넘길 당시의 인식을 재구성해 고의를 다투기
가장 먼저 다투어야 할 지점은 "그 돈이 마약 판매 대금인 줄 알았느냐"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하는 행위를 함께 금지하고 있어, 마약 거래라는 사실까지 몰랐더라도 대가를 받고 넘긴 사실만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마약류관리법위반으로까지 나아가려면 마약 판매 대금이라는 점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미필적 고의)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정리합니다.
1) 상대방이 제시한 명목과 대가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합니다.
"대출 실적용", "사업자 계좌 대신 써 달라" 등 상대방이 실제로 제시한 명목, 그리고 대가로 받은 금액의 규모(소액 사례금인지, 거액인지)를 문자·메신저 대화로 확보합니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므로, 상대방이 제시한 그럴듯한 명목을 그대로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그 인식·용인 요소가 빠졌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2) 계좌를 넘긴 방식과 이후 관여 정도를 확인합니다.
비밀번호·OTP까지 통째로 넘기고 이후 그 계좌의 입출금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인출해 전달하는 등 거래에 계속 관여했는지는 고의 판단에서 결정적입니다. 통장을 넘긴 이후 인출·전달까지 상대방이 전담했다면, 계좌 명의자가 실제 자금 흐름을 인식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3) 신원 은폐 시도가 없었다는 사정을 함께 남겨 둡니다.
본인 명의 계좌를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신분을 숨기려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면 취했을 법한 은폐 행동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계좌 개설 경위, 상대방과의 연락 경로 등을 시점별로 정리해 이 부분을 함께 소명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마약 유통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었음을 입증해 공모 확대를 차단하기
계좌 대여의 고의를 넘어, 수사기관이 마약류관리법위반의 공동정범이나 방조까지 구성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행에 대한 공동의 의사와 함께 범죄 실현에 대한 본질적 기여, 즉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하고, 이에 이르지 못하면 방조에 그치거나 아예 마약류관리법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마약 유통 과정에 대한 관여 여부를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마약의 종류·수량을 정하거나, 구매자를 물색하거나, 배송·전달을 담당하는 등 유통의 본질적 부분에 관여했는지를 사실관계별로 확인합니다. 계좌만 빌려준 이후 마약이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거래되었는지에 관해 전혀 통지받지 못했고 관여할 방법도 없었다면, 유통이라는 범죄의 실현 자체에 기능적 행위지배를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구성합니다.
2) 대금 흐름에 대한 통제력 유무를 밝힙니다.
계좌를 넘긴 뒤 입금된 돈을 누가, 언제, 어떻게 인출·전달했는지를 확인해, 명의자 본인이 그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를 밝힙니다. 비밀번호까지 넘겨 상대방이 독자적으로 인출했다면, 명의자는 대금의 흐름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통제력이 없었다는 뜻이 되어 공동정범의 핵심 요건인 본질적 기여를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3) 적용 법조를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한정 짓는 것의 실익을 명확히 합니다.
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 제1호의 매매·알선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의 7년 이하 징역·5천만 원 이하 벌금과는 형량 차이가 매우 큽니다.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사실관계와 법리로 명확히 구성해, 사건이 마약류관리법위반이 아니라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의율되어야 함을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결론
통장을 빌려준 일이 마약 판매 대금과 얽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많은 분들이 "나는 마약과 상관없다"는 억울함부터 앞세웁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을 설득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계좌를 넘길 당시 무엇을 알았고 이후 어디까지 관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입니다.
대가를 받고 계좌를 넘긴 사실만으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그 이상의 마약류 유통 공모로 확대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다툴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조사를 받았다면, 어떤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제시할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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