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굴 사진과 실명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그대로 퍼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검찰이나 경찰이 정식으로 신상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지인이나 이를 전해 들은 제3자가 임의로 게시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이런 유포가 사실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할 수 있고, 유포한 사람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게시물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무혐의나 불기소로 사건이 끝나더라도 이미 퍼진 정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신상이 유포된 당사자가 삭제를 요청하는 절차와 유포자를 상대로 형사·민사 대응에 나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인이 퍼뜨린 신상과 검찰·경찰의 '공식 신상공개'는 전혀 다르다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얼굴·성명·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이 요건을 충족해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절차는 수사기관이 내부 심의를 거쳐 결정하는 예외적인 조치이고, 실제로 공개되는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크고 증거가 충분한 극소수 강력범죄에 그칩니다.
온라인에서 이름과 얼굴이 퍼지는 사건 대부분은 이 절차와 무관합니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채,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그 주변인, 혹은 사건과 무관한 제3자가 사적으로 신상을 특정해 게시하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제27조 제4항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이는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피고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식 신상공개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사인의 게시물이라면, 그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게시자 스스로 별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는 독립된 행위라는 점을 먼저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공식 신상공개 — 검사·사법경찰관만 결정, 충분한 증거와 오로지 공공이익 요건, 미성년자 제외.
사인의 온라인 유포 — 수사기관 판단과 무관, 게시자 개인의 별도 행위로 취급.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유포자에게 명예훼손·모욕 등 별도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
수사기관의 공식 신상공개는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거친 예외적 조치이고, 사인이 임의로 얼굴·이름을 퍼뜨리는 것은 이와 무관한 별개의 행위로서 그 자체가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을 그대로 적었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사실을 그대로 썼는데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지만, 우리 형법은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을 처벌합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온라인에서 이뤄진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이 우선 적용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집니다. 성립 요건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공연성),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을 것(특정성),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 그리고 온라인 명예훼손의 경우 '비방할 목적'입니다.
여기서 실무상 다투는 지점은 대부분 비방 목적 유무와 표현의 구체성입니다. 단순히 "성범죄로 조사받는 중"이라는 표현을 넘어 얼굴 사진, 실명, 직장, 거주지까지 특정해 게시했다면 특정성과 공연성 요건은 대체로 쉽게 인정됩니다. 게시물에 "고소했다", "증거 있다"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더해지거나, 여러 커뮤니티에 반복 게시된 정황이 있다면 비방 목적도 함께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유포자가 오로지 주변인에게 주의를 주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뒤에서 다룰 위법성조각 사유와 연결되는 별개의 쟁점입니다.
허위 내용이 섞이면 처벌이 훨씬 무거워진다
유포된 내용 중 일부라도 사실과 다르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실제 조사 단계에 불과한데 "확정판결 받은 성범죄자"라고 단정하거나, 공범이 아닌 사람을 공범으로 지목하거나, 혐의 사실을 과장·왜곡해 옮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허위 여부는 게시물 전체 취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일부 표현만 사실이라도 전체 맥락이 왜곡됐다면 허위사실 적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아직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결론을 미리 단정하는 표현입니다. "가해자", "범인", "확정" 같은 단어는 수사·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과 다를 위험이 큰 표현이고, 나중에 무혐의나 무죄로 결론 나면 그 자체로 허위사실 적시의 근거가 됩니다. 유포된 게시물을 캡처해 둘 때 이런 단정적 표현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 두면, 추후 고소 단계에서 허위성을 다투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모욕적 표현만 있어도 별도로 처벌된다
구체적인 사실 적시 없이 경멸적인 표현만 담긴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아니라 형법 제311조 모욕죄가 문제 됩니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짐승만도 못한 인간", "쓰레기" 같은 경멸적 감정 표현이 신상 정보와 함께 게시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어서, 같은 게시물에 구체적 사실 적시와 경멸적 표현이 함께 있다면 두 죄가 동시에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여서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고,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신상이 여러 계정에 걸쳐 반복 게시된 경우라면 계정별로 인지 시점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게시물을 확인한 시점과 캡처 자료를 정확히 남겨 고소기간 도과를 다투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얼굴·이름이 퍼진 것 자체가 초상권·성명권 침해가 된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상으로는 초상권·성명권 침해에 따른 구제 수단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에서 누구든지 자신의 얼굴 등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며, 이는 헌법상 인격권의 하나로 보호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름을 노출하는 행위 역시 성명권 침해로서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동의 없이 얼굴 사진과 실명을 온라인에 게시한 행위는 그 내용의 진위와 무관하게 초상권·성명권 침해 자체로 별도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청구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인격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 게시물의 삭제나 향후 게시 금지를 직접 청구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로, 유포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구하는 것입니다. 손해배상액은 확산 범위와 기간, 게시물의 자극성, 실제로 발생한 피해(예: 실직, 대인관계 단절)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산정되므로 정해진 기준 금액은 없습니다. 형사고소와 민사청구는 함께 진행할 수 있고, 형사 절차에서 확보한 증거를 민사 청구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삭제요청 — 임시조치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게시물을 내리는 가장 빠른 경로는 게시된 플랫폼(포털·커뮤니티·SNS 운영자)에 직접 삭제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공자는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신청인과 게시자에게 통보해야 하며, 권리 침해 여부 판단이 어렵거나 다툼이 예상되면 최장 30일간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삭제요청서에는 침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자료, 즉 게시물 URL과 게시일시, 자신이 게시물 속 인물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처리 속도를 좌우합니다.
플랫폼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해외 서버를 이용해 연락이 어려운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정요구를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방심위는 정보통신망법이 금지하는 불법정보 유통에 대해 심의를 거쳐 해당 정보의 삭제나 접속차단을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고, 개인이 직접 신고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임시조치와 방심위 신고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동시에 진행해 삭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실무에서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1단계 — 게시 플랫폼에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른 삭제·임시조치 요청.
2단계 — 플랫폼이 소극적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정요구 신고.
병행 — 게시물 URL·게시일시·전체 화면 캡처를 삭제 전에 미리 확보(추후 고소·손해배상의 핵심 증거).
유포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와 신원 특정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하려면 게시자가 누구인지부터 특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익명 계정이라도 고소 자체는 가능하며, 고소장에 게시물 URL과 캡처 자료, 침해 경위를 정리해 관할 경찰서(사이버수사팀)에 접수하면 수사기관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로그기록·가입자 정보를 요청하는 절차로 신원을 특정합니다. 게시물이 삭제되기 전에 URL·게시시간·닉네임·계정 정보를 최대한 자세히 캡처해 두는 것이 이후 신원 특정과 공소시효 계산 모두에 중요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위반(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어서 형사소송법 제249조에 따른 공소시효는 5년이지만, 모욕죄는 친고죄로 6개월의 고소기간이 별도로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계정이 같은 게시물을 옮기거나 캡처해 재게시하는 경우, 원 게시자뿐 아니라 이를 확산시킨 사람도 별도의 유포 행위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이미 공개된 게시물을 열람하거나 개인적으로 저장만 한 경우까지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공연히' 재게시하거나 전파한 행위인지가 관건입니다. 확산 경로가 넓다면 주요 확산 지점(팔로워가 많은 계정,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을 우선 특정해 고소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순서입니다.
공익 목적 항변이 가능한 경우와 실무 유의점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 즉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이라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유포자 측에서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알렸다"는 취지로 이 조항을 항변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다만 판례상 이 조각사유가 인정되려면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이어야 하고, 게시 목적이 사익이 아니라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표현의 방식도 사회상규에 부합해야 합니다. 감정적인 비방 표현이 섞이거나, 특정 개인에 대한 사적 제재 성격이 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단정했다면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이 항변 가능성 때문에 유포자에 대한 고소·손해배상 결과를 100%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항변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삭제요청까지 늦출 이유는 없습니다. 삭제요청과 임시조치는 형사·민사 책임 유무와 별개로 신청 요건만 갖추면 진행되는 절차이므로, 형사고소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확산을 막아두는 것이 피해 확대를 줄이는 현실적인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로 성범죄 혐의가 있는 게 맞는데도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나요?
A. 사실이라도 비방할 목적으로 온라인에 공연히 적시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진실하고 오로지 공익 목적이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감정적 비방이 섞인 게시물은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Q. 익명 계정이 올린 글이라 누군지 모르는데 삭제만 요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른 삭제·임시조치 요청은 게시자의 신원과 무관하게 플랫폼에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를 진행하면 수사기관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별도로 게시자 신원을 특정합니다.
Q. 임시조치로 30일이 지나면 게시물이 다시 노출되나요?
A. 30일이 지나면 원 게시자가 별다른 이의 없이 삭제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이트나 게시자에 따라 재게시될 위험이 남아 있습니다. 임시조치 신청 전에 게시물 URL과 화면을 캡처해 증거를 확보해두고, 필요하면 손해배상 청구나 형사고소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사건이 이미 불송치·불기소로 끝났는데도 게시물이 안 내려가면 어떻게 하나요?
A. 불송치·불기소 결정문은 게시물 내용이 허위이거나 근거가 부족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이를 첨부해 삭제요청이나 명예훼손 고소를 진행하면 침해 사실 소명과 허위성 입증에 도움이 됩니다.
Q.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직접 신상을 공개한 경우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A. 게시 주체가 피해자라도 비방 목적, 공연성, 사실의 진위 같은 성립 요건은 동일하게 판단됩니다. 다만 법원은 피해 사실을 알리려는 정당한 목적과 공익성을 사안에 따라 더 폭넓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어, 구체적인 게시 경위와 표현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Q. 손해배상은 대략 어느 정도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A. 정해진 기준 금액은 없고, 게시물의 확산 범위와 게시 기간, 표현의 자극성, 실제 발생한 피해 정도를 종합해 개별 사안별로 산정됩니다. 초상권·성명권 침해와 명예훼손을 함께 주장하며 위자료 형태로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맺음말
성범죄 피의자라는 사실만으로 얼굴과 이름이 온라인에 공개돼도 괜찮다는 법은 없습니다. 검찰·경찰의 공식 신상공개조차 엄격한 요건 아래 예외적으로만 이뤄지는데, 사인이 임의로 신상을 퍼뜨리는 것은 그 자체로 명예훼손·모욕이나 초상권·성명권 침해가 되어 유포자가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질 수 있습니다. 확산을 막으려면 형사고소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삭제요청과 임시조치부터 신속히 진행하고, 게시물이 지워지기 전에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만 유포자 측에서 공익 목적 항변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어, 사안마다 게시 경위와 표현 방식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원지검·수원지법 관할에서 수사나 소송이 진행되는 사건이라면 절차 진행 상황에 맞춰 삭제요청과 형사·민사 대응을 함께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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