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 시점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 — 공소기각 다투기
사건 개요
모발감정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어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 정작 공소장을 받아 보면 "언제, 어디서 투약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2026. 4.경부터 2026. 7.경까지 사이 일시불상경, 장소불상지에서"라는 식으로, 몇 달에 걸친 범위만 던져 놓고 그 안의 특정 시점은 검사도 밝히지 않는 것입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큽니다. 그 몇 달 중 특정한 날짜를 짚어 주지 않으니, "그날 저는 지방에 있었습니다"라는 식의 알리바이조차 세울 수가 없습니다. 검사가 증명해야 할 범죄사실을, 오히려 피고인이 알지도 못하는 넓은 기간 전체에 대해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범죄의 성격상 개괄적 기재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넓은 시점 표시는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다툴 수 있고, 다투어져 받아들여지면 공소기각 판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마약류 투약 범죄는 애초에 은밀한 장소에서 홀로 이루어져 정확한 특정이 어려운 범죄 유형으로 취급되어 온 만큼, 이 다툼이 통하는지 여부는 사건마다 감정 방법과 표시 범위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툼의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이 요구하는 대로 범죄의 시일·장소·방법이 다른 사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는지입니다. 둘째,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범죄의 성격상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특정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854 판결). 반대로 그런 부득이한 사정 없이 공소의 제기·유지 편의만을 위해 지나치게 개괄적으로 표시해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준다면, 이는 적법한 공소장 기재로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11454 판결). 셋째, 검출 방법이 소변감정인지 모발감정인지입니다. 소변감정은 투약 후 수일 내로 검출 가능 기간이 짧아 그 특성상 개괄적 기재도 특정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모발감정은 수개월에 걸친 투약 이력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특성 때문에 같은 방식의 개괄적 기재라도 특정을 부인하는 최근의 흐름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 검사가 "마약 범죄는 원래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만 대고 넘어가려 해도, 감정 방법과 표시 범위를 구체적으로 짚어 반박하면 승부가 바뀔 수 있는 지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개괄적 기재의 '부득이한 사정'을 정면으로 무너뜨리기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것은 검사가 왜 그렇게 넓은 범위로만 시점을 적었는지, 그 이유가 정말 불가피했는지를 따지는 일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특정성 다툼을 준비합니다.
1) 감정 방법이 모발감정인지 소변감정인지부터 확인합니다.
공소장이 근거로 삼은 것이 모발감정이라면, 모발의 성장 속도(월 평균 약 1~1.5cm)를 기준으로 채취한 모발 길이만큼의 기간 전체에서 투약 성분이 검출된 것일 뿐, 그 안의 특정한 날짜를 가려낼 방법이 감정 자체에는 없습니다. 이 경우 검사가 "몇 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라는 식으로 뭉뚱그린 것이 감정 결과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수사기관이 애초에 구체적 진술이나 통신·계좌 내역 등 추가 확인을 게을리한 결과인지를 나누어 짚습니다. 후자라면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 수사 편의를 위한 개괄적 기재라는 주장이 설 자리가 생깁니다.
2) 방어권 침해를 구체적 사실로 제시합니다.
"방어하기 어렵다"는 추상적 주장만으로는 법원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그 기간 중 특정 구간에 피고인이 해외 출국·입원·구금 등으로 물리적으로 투약이 불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는지, 그런데도 공소사실이 그 시기까지 포함하고 있어 알리바이 항변 자체가 봉쇄되는지를 확인합니다. 나아가 넓은 기간 전체가 하나의 공소사실로 묶이면 그중 일부에 대해서만 다투어 무죄를 받더라도 나머지 기간에 대한 유·무죄가 불분명해지는 문제, 즉 이중기소나 일사부재리 범위 판단이 어려워지는 지점까지 구체적으로 짚어 방어권 침해를 사실관계로 제시합니다.
3) 법원에 석명을 구하고, 검사의 보정 여부를 기록에 남깁니다.
공소사실이 불특정하다고 곧바로 공소기각을 구하기보다, 먼저 재판부가 검사에게 특정을 요구하도록 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실무입니다. 법원은 공소사실에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검사에게 석명을 구해 특정을 요구해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특정하지 못하면 그 부분에 대해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습니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그래서 공판 초기 단계에서 석명 요구를 적극적으로 신청하고, 검사가 추가 자료 없이 종전 표시를 반복하는지, 실제로 특정 가능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지를 기록에 남겨 두는 것이 이후 공소기각을 구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절차적 다툼과 실체적 방어를 함께 설계해 재기소 위험까지 관리하기
공소사실 불특정을 다투어 공소기각을 받아 내더라도,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공소기각 판결은 무죄 판결과 달리 일사부재리 효력이 없어, 검사가 시점을 다시 특정해 재기소할 여지가 남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준비합니다.
1) 절차 항변과 별개로 실체적 방어도 병행 준비합니다.
공소사실 특정 여부와 별개로, 모발 채취·보관·감정 과정에서 오염이나 절차 위반의 소지는 없었는지, 감정서가 투약 방법(경구·흡입·주사 등)까지 특정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검토합니다. 특정성 다툼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실체 방어를 준비해 두면 이중의 방어선을 갖추게 되고, 반대로 특정성 다툼이 받아들여져 재기소되더라도 그 즉시 실체 방어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2) 재기소 가능성을 전제로 공소시효를 짚어 둡니다.
공소기각으로 절차가 종료되면 그 시점까지의 공소시효 진행이 다시 문제 됩니다. 검사가 시점을 좁혀 특정해 재기소하려 할 때, 애초 개괄적으로 표시했던 기간의 앞부분이 공소시효 완성 구간에 들어가지는 않는지를 미리 계산해 둡니다. 이 계산이 되어 있으면, 재기소 시 검사가 새로 특정하는 시점 자체를 다시 다툴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3) 공판 진행 전략을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특정성 다툼을 공판 초반에 집중해 석명 요구와 보정 여부를 명확히 기록으로 남기고, 그 결과에 따라 공소기각을 구할지, 아니면 실체 방어로 무게중심을 옮길지를 단계별로 미리 정해 둡니다. 다투는 시점과 순서를 미리 설계해 두어야, 재판이 길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방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결론
모발감정 결과 하나로 몇 달에 걸친 기간 전체가 공소사실이 되는 경우, 그 넓은 표시가 정말 불가피했는지는 당연한 전제가 아니라 다툴 수 있는 지점입니다. 감정 방법의 특성과 수사기관이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를 따져 보면, 개괄적 기재가 편의를 위한 것이었는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공소기각은 절차의 끝이 아니라 재기소 가능성을 남기는 결과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공소장을 받아 보고 투약 시점이 지나치게 막연하다고 느껴지신다면, 특정성을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그리고 그 이후의 방어까지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