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공급책이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나가면 사건이 그대로 흐지부지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해외에 있는 범죄인의 신병을 데려올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고, 도주 우려가 큰 경우에는 정식 인도청구에 앞서 긴급인도구속을 먼저 요청해 신병부터 묶어두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절차가 어떤 요건에서 시작되고, 상대국이 어떤 경우에 인도를 거절할 수 있으며, 실제로 데려온 뒤에는 어떤 제한이 따르는지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해외로 달아난 마약 공급책에게 범죄인 인도청구와 긴급인도구속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도피가 왜 처벌을 피하는 방법이 되기 어려운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해외로 도피해도 처벌 절차가 끝나지 않는 이유 — 범죄인인도 제도의 구조
많은 사람이 국내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출국해버리면 사건 자체가 정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법 제42조는 "대한민국 법률을 위반한 범죄인이 외국에 있는 경우" 법무부장관이 그 외국에 대하여 범죄인 인도 또는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범죄인이 해외에 머문다고 해서 수사·기소 절차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병만 국내로 데려오지 못한 상태로 절차가 이어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범죄인 인도법 제1조가 밝히듯 "범죄 진압 과정에서의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하는 데 있습니다. 즉 한 국가의 형사사법이 국경을 넘어가는 순간 무력화되지 않도록,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신병을 확보하는 별도 트랙을 마련해 둔 것입니다. 인도조약이 체결된 나라라면 그 조약이 정한 절차를 따르고(제3조의2), 조약이 없는 나라라도 상대국이 같은 종류의 청구에 응하겠다는 상호 보증을 하면 이 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제4조, 상호주의). 조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인도 협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해외로 나가면 형사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병만 국내로 데려오지 못한 상태로 절차가 이어질 뿐이다 — 범죄인 인도법은 이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 절차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인도청구의 요건 — 인도범죄와 쌍방가벌성
아무 범죄나 인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인 인도법 제6조는 "대한민국과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 인도범죄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장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국내법뿐 아니라 상대국 법률로도 그에 준하는 중한 범죄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실무에서는 이를 흔히 쌍방가벌성 요건이라 부릅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중에서도 매매·알선·운반·수출입에 해당하는 공급 행위는 국내에서 무기 또는 장기간의 징역형이 예정된 중범죄입니다. 대부분의 국가 역시 마약 유통·공급 행위를 유사한 수준의 중범죄로 규율하고 있어, 단순 투약 사안보다 이 쌍방가벌성 요건을 어렵지 않게 충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국내에서만 처벌 대상이고 상대국 법률에는 아예 대응하는 처벌조항이 없는 유형의 행위라면, 그 부분에 한해서는 인도청구 자체가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정식 인도청구 절차 — 법무부장관에서 외교경로까지
정식 인도청구는 수사기관이 직접 상대국에 요청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범죄인 인도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법무부장관이고, 검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제42조의3에 따라 법무부장관에게 인도청구 또는 긴급인도구속청구를 건의하거나 요청할 수 있을 뿐입니다. 법무부장관이 청구를 결정하면 제43조에 따라 인도청구서와 관계 자료를 외교부장관에게 송부하고, 외교부장관은 제44조에 따라 이를 해당 국가에 송부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처럼 검사의 건의부터 법무부장관의 결정, 외교부를 통한 상대국 전달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정식 인도청구서가 상대국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서류에는 범죄사실, 적용 법조, 증거자료, 신원 확인 자료 등이 첨부되어야 하고, 상대국이 자국 절차에 따라 이를 심사한 뒤 인도 여부를 결정합니다. 참고로 국내에 있는 범죄인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반대 방향의 절차에서는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이 인도심사를 전속으로 관할하는데(제3조), 이는 우리 재판절차에 적용되는 것이고 해외에 있는 범죄인을 국내로 데려오는 이번 사안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심사가 상대국 법원에서 이루어집니다.
긴급인도구속 — 정식 청구 전에 신병부터 묶어두는 이유
정식 인도청구서를 준비해 법무부장관 결정과 외교경로를 거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도피 사실이 확인된 범죄인은 그사이 다시 잠적하거나 제3국으로 이동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가 긴급인도구속입니다. 범죄인 인도법 제2조 제5호는 이를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 긴급하게 범죄인을 체포·구금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범죄인 인도청구가 뒤따를 것을 전제로 하여 범죄인을 체포·구금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정식 청구를 전제로 한 잠정 조치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제42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이 정식 인도청구뿐 아니라 긴급인도구속만을 먼저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신병을 먼저 확보해 둔 뒤 정식 청구서류를 준비하는 순서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체포·구금 절차와 그 기간은 범죄인이 머무르고 있는 국가의 국내법과 해당 국가와 체결한 인도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르므로, 실제 구속기간이나 요건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법이 반대로 외국의 청구를 받아 국내에서 긴급인도구속을 진행할 때를 보면, 검사가 긴급인도구속영장으로 범죄인을 구속한 뒤(제26조) 구속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의 인도심사청구명령이 없으면 석방하도록 정하고 있어(제30조), 긴급인도구속이 어느 나라에서든 무기한 유지되는 조치가 아니라 정식 청구를 전제로 한 시한부 조치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긴급인도구속이 활용되는 전형적 상황 — 인터폴 적색수배 발부 후 현지에서 소재가 확인된 경우.
정식 인도청구서 준비에 시간이 걸려 그사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큰 경우.
어디까지나 정식 인도청구를 전제로 한 잠정 조치이므로, 정해진 기간 내에 정식 청구가 뒤따르지 않으면 석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긴급인도구속은 정식 인도청구가 뒤따를 것을 전제로 한 잠정 조치다 — 신병을 먼저 확보해 도주를 막되, 정식 청구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이뤄지지 않으면 구속의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
상대국이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 — 정치범·자국민·시효·비인도적 처우
정식 인도청구가 도달했다고 해서 상대국이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상대국이고, 어떤 사유로 거절할 수 있는지는 그 나라의 국내법과 우리와 체결한 인도조약이 정합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거절사유의 큰 틀은 대체로 공통적이며, 우리 범죄인 인도법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어 그 내용을 통해 상대국이 통상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 제7조는 공소시효 완성, 대한민국 법원에서 이미 재판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 혐의를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 인종·종교·국적·정치적 신념 등을 이유로 불리한 처분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절대적 거절사유로 규정합니다. 제8조는 인도범죄가 정치적 성격을 지닌 경우 원칙적으로 인도를 거절하도록 하되, 국가원수나 그 가족에 대한 침해, 다자간 조약상 처벌 의무가 있는 범죄, 다수의 생명·신체를 침해·위협하는 범죄는 이 예외에서 제외해 정치범 불인도 뒤에 숨을 수 없도록 합니다. 제9조는 범죄인이 자국민인 경우, 범죄지가 자국 영역인 경우, 이미 제3국에서 재판·처벌이 확정된 경우 등을 임의적 거절사유로 열거해, 반드시 거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이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둡니다.
절대적 거절사유 — 공소시효 완성, 자국 재판 계속·확정, 혐의 부족, 차별적 소추 우려.
정치범 불인도 — 다만 국가원수 침해, 다자조약상 처벌의무 범죄, 다수인 생명·신체 침해 범죄는 예외.
임의적 거절사유 — 자국민, 범죄지가 자국 영역, 제3국에서 처벌 확정, 비인도적이라 인정되는 경우 등.
마약 공급책에게 이 거절사유들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
위 거절사유 중 정치범 불인도는 마약 공급 범죄와는 애초에 결이 다릅니다. 정치적 신념이나 국가 권력 문제와 무관하게 순수한 영리 목적으로 마약을 유통·공급한 행위는 정치범의 성격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쌍방가벌성 역시 앞서 본 것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마약 공급 범죄를 중범죄로 다루고 있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문제 되는 거절사유는 자국민 불인도 정도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국민 불인도는 각국이 재량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사유일 뿐 절대적 의무가 아닙니다. 우리 법 제9조 제1호 역시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를 임의적 거절사유로 두고 있을 뿐, 반드시 인도를 거절해야 한다고 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약범죄는 유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협약 등 다자조약 체계 아래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대표적 범죄유형이어서, 각국 수사기관 사이의 정보공유와 공조 유인이 다른 범죄유형보다 큽니다. 자국민이라는 사정만으로 인도 협력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자국 내 유통망 차단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 때문에 오히려 협조적으로 나오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인도된 이후에도 남는 제한 — 특정성의 원칙
상대국이 인도에 응해 범죄인의 신병을 넘겨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어떤 혐의로든 자유롭게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인 인도법 제10조는 인도된 범죄인이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아니하고 제3국에 인도되지 아니한다는" 청구국의 보증이 없으면 애초에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이를 특정성의 원칙이라 부르는데, 인도청구서에 특정된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다는 국제 인도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다만 이 원칙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같은 조는 인도된 범죄사실의 범위에서 유죄로 인정될 수 있는 범죄나 인도 이후에 새로 저지른 범죄, 범죄인이 자유롭게 출국할 수 있게 된 후 45일 이내에 실제로 떠나지 않은 경우, 그리고 인도해 준 국가가 별도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다른 범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마약 공급책이 국내에 여러 범죄사실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면, 인도청구 단계에서 관련 혐의를 함께 특정해 청구하는 것이 이후 형사절차의 범위를 좌우하는 실무상 관건이 됩니다.
인도받은 범죄인은 원칙적으로 인도청구서에 특정된 범죄로만 처벌할 수 있다 — 다른 혐의까지 처벌하려면 인도청구 단계에서 미리 특정하거나, 인도해 준 국가의 별도 동의가 필요하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 — 도피기간 공소시효와 변호인 조력 시점
도피 기간이 길어지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경우가 있지만,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에는 공소시효 진행 자체가 멈춥니다. 오래 도피했다는 사정만으로 시효가 완성되어 처벌을 피하게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 위에서 범죄인 인도법에 따른 정식 인도청구나 긴급인도구속이 함께 진행되면, 도피는 처벌을 피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공조 절차가 진행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긴급인도구속으로 현지에서 신병이 확보된 순간부터 국내 변호인을 통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상대국에서 진행되는 인도심사 절차에 대응하는 것은 현지 변호인의 몫이지만, 국내 사건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인도 이후 진행될 국내 형사절차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국내 변호인의 역할입니다. 인도청구 단계에서 어떤 범죄사실이 특정되었는지, 향후 추가로 문제 될 수 있는 혐의는 없는지를 미리 점검해 두어야 신병 인도 이후의 절차에서 불리한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죄인인도조약이 없는 나라로 도피하면 인도청구 자체가 불가능한가요?
A. 조약이 없어도 상대국이 동종 청구에 응하겠다는 상호 보증을 하면 범죄인 인도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제4조, 상호주의). 조약 부재가 인도청구를 원천적으로 막는 사유는 아니지만, 상대국의 협조 의지와 실무 관행에 따라 절차가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Q. 긴급인도구속과 정식 인도청구는 어떻게 다른가요?
A. 긴급인도구속은 정식 청구서류가 준비되기 전 도주 우려가 큰 경우 신병만 먼저 확보하는 잠정 조치이고, 정식 인도청구는 법무부장관이 결정해 외교경로로 서류를 전달하고 상대국이 이를 심사하는 본절차입니다. 긴급인도구속은 정식 청구가 뒤따를 것을 전제로 하므로, 정해진 기간 안에 정식 청구가 없으면 석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한국인이 해외에서 오래 거주하며 그 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면 인도가 거절되나요?
A. 자국민 불인도는 각국이 재량으로 행사하는 임의적 사유일 뿐 절대적 의무가 아니어서, 거주 기간이나 현지와의 관계만으로 반드시 거절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상대국의 법제와 실무 관행, 마약범죄에 대한 국제공조 유인 등이 함께 고려됩니다.
Q. 인도가 이뤄지면 인도청구서에 없던 다른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특정성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인도청구서에 특정된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고, 그 외 범죄를 추가로 처벌하려면 인도해 준 국가의 별도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인도된 범죄사실의 범위에서 유죄로 인정될 수 있는 범죄까지는 예외적으로 함께 다뤄질 수 있습니다.
Q. 도피 기간이 길어지면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은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므로, 오래 도피했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귀국하거나 인도된 시점부터 남은 시효기간이 다시 진행됩니다.
Q.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지면 그 즉시 체포되나요?
A. 적색수배는 회원국에 소재 파악과 신병 확보 협조를 요청하는 국제공조 수단일 뿐 그 자체로 체포영장은 아니며, 실제 구금은 현지 국가의 국내법 절차를 거쳐야 이뤄집니다. 다만 수배 사실만으로도 출입국 시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 이동의 자유가 크게 제약됩니다.
맺음말
해외로 도피한 마약 공급책에게 범죄인 인도청구와 긴급인도구속은 처벌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신병을 국내로 데려오기까지의 시간을 벌어주는 절차에 가깝습니다. 정치범 불인도나 쌍방가벌성 같은 거절사유가 마약 공급 범죄에는 잘 들어맞지 않고, 자국민 불인도조차 절대적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피가 처벌을 피하는 확실한 방법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도피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되고, 인도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국내 사건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신병이 확보된 이후에는 인도청구서에 특정된 범죄를 중심으로 국내 형사절차가 이어지므로, 어떤 혐의가 어떻게 특정되었는지를 초기부터 파악해 대응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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