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상대와의 성관계, 준강간죄와 심신미약자간음죄를 가르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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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술 취한 상대와의 성관계, 준강간죄와 심신미약자간음죄를 가르는 기준 

강대현 변호사

두 사람 모두 술을 마신 뒤 성관계가 이루어졌는데, 나중에 상대방이 "그날 기억이 없다"며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죄명은 준강간죄일 수도 있고,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죄(이른바 심신미약자간음죄)일 수도 있어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두 범죄는 상대방의 '취한 상태'를 전제로 한다는 점은 같지만, 성립요건과 입증 구조는 전혀 다릅니다. 어느 정도까지 취해야 준강간의 '항거불능'에 해당하고, 어느 지점부터 '심신미약자'로 보아 위계·위력 여부를 따지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준강간죄와 심신미약자간음죄 — 조문부터 다른 두 범죄

형법은 상대방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을 두 개 두고 있는데, 실무에서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강간죄·유사강간죄·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합니다. 상대방이 이미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있는 상태를 가해자가 그대로 '이용'하기만 하면 성립하고, 가해자가 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속임수를 쓰거나 힘을 행사했는지는 요건이 아닙니다.

반면 형법 제302조(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를 같은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합니다. 이 조항이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애초에 '심신미약자'라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 그에 더해 가해자가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별도의 수단을 사용했어야 합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취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취한 상태를 가해자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성관계에 이르게 했는지까지 따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준강간죄는 상대방의 기존 무력화 상태를 '이용'하면 성립하지만, 심신미약자간음죄는 상대방이 심신미약자라는 지위와 가해자의 위계·위력이라는 두 요건을 모두 갖춰야 성립한다.

항거불능이란 무엇인가 —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구분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였어야 합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술에 취한 정도가 사람마다, 사건마다 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이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항거불능은 심신상실에 준할 정도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알코올로 인한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블랙아웃은 술을 마신 이후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 현상으로 사건 당시에는 의식이 있어 어느 정도 판단·대응이 가능했던 상태이고, 패싱아웃은 의식 자체를 완전히 잃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던지는 함의는, 피해자가 "그날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준강간죄의 항거불능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기억을 못 할 뿐 그 순간에는 상대방의 접근을 인지하고 어떤 형태로든 반응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는 항거불능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음주량과 음주 속도, 사건 당시 정황(대화가 가능했는지, 스스로 이동했는지), CCTV나 목격자 진술, 평소 주량과 사건 당일 음주량의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패싱아웃에 가까운 상태였는지를 판단합니다.

심신미약자간음죄가 성립하려면 — 위계·위력이라는 별도 요건

형법 제302조가 말하는 '심신미약자'는 판단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정상인보다 뚜렷이 낮은 상태에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지적장애나 정신질환처럼 지속적인 원인으로 인한 경우가 전형적이지만, 실무에서는 반드시 영속적인 장애일 필요는 없고 음주로 인해 그 순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실질적으로 저하되어 있었다면 심신미약 상태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다만 이 상태는 준강간죄가 요구하는 항거불능·심신상실보다는 낮은 단계 — 반항이 아예 불가능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흐려진 상태 — 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302조는 가해자가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했을 것을 요구합니다. 위계는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켜 그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간음에 응하게 만드는 것으로, 술을 더 마시게 하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상대방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속이는 행위가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위력은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상대방이 이미 취해 있는 상태를 가해자가 그저 지켜보다가 이용한 것에 그친다면 302조보다는 299조 준강간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고, 가해자가 적극적으로 술을 권하거나 속여서 상대방을 그 상태로 몰아넣었다면 302조가 문제될 여지가 커집니다.

두 죄가 실제로 갈리는 지점 — 음주의 정도와 개입 방식

실제 사건에서 준강간과 심신미약자간음죄 중 어느 쪽으로 판단되는지는 크게 두 갈래 기준으로 갈립니다. 하나는 상대방이 취한 '정도'입니다. 패싱아웃에 가까울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면 준강간, 의식은 있었지만 판단력이 흐려진 정도였다면 심신미약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가해자가 그 상태에 '개입'했는지 여부입니다. 상대방이 자기 의지로 마신 술에 취해 있었을 뿐이라면 준강간의 '이용' 요건이 문제되고, 가해자가 적극적으로 술을 권하거나 섞어 마시게 하는 등으로 그 상태를 유도했다면 위계·위력에 의한 302조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식 자리에서 각자 마신 술에 상대방이 만취해 스스로 걷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그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면 준강간의 항거불능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반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만 취한 상태였는데 가해자가 "한 잔만 더", "이 술은 약하다"며 계속 권해 판단력을 흐려지게 만든 뒤 성관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한 302조 문제로 접근될 여지가 있습니다. 두 상황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법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증명 구조를 요구합니다.

  • 의식 상태 — 패싱아웃(의식상실)에 가까우면 준강간, 의식은 있으나 판단력 저하 정도면 심신미약 검토.

  • 개입 여부 — 가해자가 술을 권하거나 속여 취하게 했다면 위계·위력, 상대방이 스스로 취한 상태를 이용만 했다면 준강간.

  • 기억 여부 — 블랙아웃(기억상실)만으로는 항거불능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음.

  • 증거 — 음주량·음주 속도, 사건 당시 정황, CCTV·목격자 진술이 핵심 판단 자료.

수사·재판에서 쟁점이 되는 증거 — 법원은 무엇을 보나

두 죄 모두 사후에 "동의가 없었다"는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고, 객관적 정황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살펴보는 자료는 크게 네 갈래입니다. 먼저 음주량과 음주 속도인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마셨는지, 평소 주량에 비해 현저히 많았는지가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 다음으로 사건 당시 정황으로, 대화가 정상적으로 오갔는지, 스스로 걸어서 이동했는지, 카드 결제나 문자메시지 발송처럼 판단능력을 보여주는 행동이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여기에 CCTV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처럼 제3자가 관찰한 객관적 자료가 더해지면 판단의 신빙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와 사건 경위 — 처음 만난 사이인지, 술을 함께 마시게 된 경위, 성관계에 이르기까지의 대화 내용 등 — 도 위계·위력 여부를 가리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가해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사건 당시 정상적으로 대화하고 행동했다는 점을 보여줄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흔한 오해 — "동의했다"는 사후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유형의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피해자 쪽에서 "술에 취해 있었으니 무조건 준강간"이라고 단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 쪽에서 "상대방이 그 자리에서 거부하지 않았으니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준강간은 항거불능이라는 높은 문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순히 취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동의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의 침묵이나 소극적 태도는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또 하나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쌍방이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자동으로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해자 역시 취해 있었다는 사정은 고의 여부를 다투는 데 고려될 수는 있지만, 상대방의 상태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함께 마신 술자리에서 한쪽만 유독 빨리, 많이 취하게 된 경위(잔을 자주 채워준 정황 등)가 있다면, 이는 위계·위력 판단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형량과 절차 — 죄명이 갈려도 처벌 수위는 비슷하다

두 죄는 성립요건이 다르지만 법정형은 같은 구조를 따릅니다. 준강간(간음)과 위계 등에 의한 간음은 모두 강간죄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고, 준강제추행과 위계 등에 의한 추행은 모두 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즉 어느 죄명으로 기소되는지가 형량 상한 자체를 크게 바꾸지는 않지만, 입증해야 할 요건과 그에 따른 유·무죄 가능성은 전혀 다릅니다. 준강간은 항거불능이라는 사실관계 입증이 핵심이고, 심신미약자간음죄는 심신미약이라는 상태에 더해 위계·위력이라는 가해자의 행위까지 별도로 증명해야 하므로, 검사 입장에서는 입증 난이도가 다르고 변호인 입장에서는 방어 전략도 달라집니다.

합의와 양형 — 처벌불원, 초범 여부가 갖는 의미

준강간이든 심신미약자간음죄든 일단 기소가 이루어진 뒤에는 양형이 개별 사건의 구체적 정황에 따라 정해집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처벌불원 의사표시, 초범인지 여부, 범행 후의 태도 등이 대표적인 양형인자로 작용합니다. 다만 이 두 범죄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분류되어 있어, 다른 재산범죄와 달리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처벌 자체가 면제되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형을 정할 때 고려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준강간·심신미약자간음죄 모두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같은 형벌 외의 부수적인 불이익이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수처분은 형이 확정된 이후 별도 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재판 단계에서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뒤늦게 그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어느 조문의 어떤 요건이 문제되는지를 먼저 파악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에 취해 성관계한 상대가 나중에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무조건 준강간이 되나요?

A. 대법원 판례상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 상태만으로는 항거불능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사건 당시 의식이 있어 어느 정도 판단·대응이 가능했다면 준강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고, 음주량·정황·CCTV 등 다른 증거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심신미약자간음죄는 미성년자에게만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를 함께 규정하고 있어, 성인이라도 판단능력이 실질적으로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서 위계·위력으로 간음이 이루어졌다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서로 동의하고 술을 마셨다면 이후 성관계도 문제되지 않나요?

A. 술을 함께 마시기로 한 것과 성관계에 동의한 것은 별개입니다. 판단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관계는 상대방의 실질적 동의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술자리 자체의 동의 여부와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Q. 준강간과 심신미약자간음죄로 동시에 문제 될 수도 있나요?

A. 수사기관은 확보된 증거에 따라 항거불능 여부와 위계·위력 여부를 함께 검토하며, 사실관계에 따라 예비적·택일적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증거관계를 보고 어느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가려 판단합니다.

Q. 가해자도 함께 술에 취해 있었다면 형이 가벼워지나요?

A. 형법 제10조는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하지만, 같은 조 제3항은 스스로 위험을 예견하면서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는 이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마신 술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경을 인정받기는 실제로 쉽지 않습니다.

Q. 고소를 당했는데 상대방이 취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음주량, 당시 행동, 대화 내용,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상대방이 항거불능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을 다툴 수 있고, 이는 두 죄 모두에서 핵심 방어 지점이 됩니다.

맺음말

술에 취한 상대와의 성관계는 준강간죄와 심신미약자간음죄 중 어느 하나로 단순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까지 취해 있었는지, 그 상태를 가해자가 그저 이용했는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유도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과 증명해야 할 사실관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대법원이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구분한 이후로는, 피해자의 기억 여부만으로 사건을 예단하지 않고 당시 정황을 세밀하게 재구성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고소를 준비하는 입장이든 고소를 당한 입장이든, 음주량과 시간, 사건 당시의 언행, 주변인의 진술 같은 구체적 정황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CCTV 보존기간이 끝나거나 기억이 흐려져 정황을 재구성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건이 수원지방검찰청이나 인근 경찰서 단계에서 진행 중이라면, 이 시점의 진술과 증거 정리가 이후 수사·재판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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