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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소송 자료제출명령 대응, 영업비밀 지키는 법 

김상훈 변호사

협력업체나 대리점, 가맹점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기업이라면, 소송 중 상대방이 법원에 자료제출명령을 신청했다는 통보를 받고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자료 목록에는 원가 내역, 공급단가, 마진율, 거래처 정보처럼 회사의 핵심 영업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영업비밀이니 못 낸다"고 버티면 소송에서 불리해지고, 그렇다고 그대로 다 내주면 경쟁사나 다른 거래처에 핵심 정보가 흘러들어갈 위험이 남습니다. 이 딜레마는 법이 이미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둔 영역이라, 정확한 절차를 알고 대응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자료제출명령과 비밀유지명령, 두 제도의 관계부터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피해자가 가해 사업자의 내부 자료 없이는 손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자료제출명령 제도(공정거래법 제111조)가 도입되었습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당사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상대방에게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제출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데 있습니다. 원가자료나 공급단가처럼 예민한 자료도, 손해 증명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제출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영업비밀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개정법은 자료제출명령에 대한 보완장치로 비밀유지명령 제도(공정거래법 제112조)를 함께 두었습니다. 자료는 제출하되 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사람과 용도를 법원이 제한해, "제출은 하지만 유출은 막는" 균형을 잡는 구조입니다. 자료제출명령에 어떻게 대응할지와 비밀유지명령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실상 하나의 전략으로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제111조 자료제출명령 요건과 제112조 비밀유지명령 요건

자료제출명령의 요건은 공정거래법 제111조에 정해져 있습니다. 신청 대상이 되는 사건은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는 제외),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한정됩니다. 당사자 일방이 법원에 신청하면 법원은 상대방에게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는데, 자료를 가진 쪽이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면 제출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문은 영업비밀이라는 사정 자체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 손해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라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출을 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대신 법원은 자료 소지자의 신청에 따라 자료의 열람 범위나 열람자를 지정할 수 있어, 여기서부터 비밀유지명령과 맞물립니다.

자료제출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거나 자료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를 훼손하는 등의 경우에는 상당히 무거운 불이익이 따릅니다. 법원은 상대방이 그 자료의 기재로 증명하려는 사실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자료 없이는 다른 방법으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 자료로 증명하려는 사실 자체를 진실로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제111조 제4항·제5항). 즉 "안 내면 그만"이 아니라, 안 내면 오히려 상대방 주장이 그대로 인정되어 버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무작정 거부하는 대응은 실제로는 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실질적인 방어 수단이 되는 것이 비밀유지명령(제112조)입니다. 요건은 두 가지를 모두 소명해야 합니다 — 이미 제출됐거나 제출해야 할 준비서면, 증거 또는 자료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자료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을 것, 그리고 그 영업비밀이 해당 소송의 수행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공개되면 당사자의 영업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공개를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신청은 서면으로 하며 명령을 받을 대상자, 영업비밀로 특정할 사실, 위 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적어야 하고, 법원의 결정서가 상대방에게 송달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신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고, 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요건이 사라졌다면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113조).

비밀유지명령의 실효성은 위반 시 제재에서 나옵니다. 명령을 어기고 영업비밀을 소송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공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제127조). 다만 이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형태로 규정되어 있어, 위반 정황을 포착했다면 신속히 고소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숫자로 체감해 보면 이렇습니다. 대리점이 본사를 상대로 거래상 지위 남용을 이유로 5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본사의 최근 3년 치 공급단가·마진율 자료에 대한 자료제출명령을 신청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제출을 거부만 하는 경우 — 법원이 대리점의 손해액 주장을 그대로 진실로 인정해 버릴 위험(제111조 제5항)

  • 자료제출명령에 응하며 비밀유지명령을 함께 신청하는 경우 — 열람자를 상대방 소송대리인으로 한정하고 소송 목적 외 사용을 금지

  • 결과 — 손해 증명에 필요한 자료는 제공하되, 마진율·단가 정보가 대리점 본인이나 경쟁 유통망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차단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자료제출명령 대응부터 비밀유지명령 신청까지 다섯 단계

쟁점을 정리했다면, 실제 사건에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자료제출명령 신청서를 정면으로 다툰다 — 상대방이 요구한 자료가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정말 "반드시 필요"한지, 자료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특정되지는 않았는지를 먼저 검토합니다. 손해 계산과 무관한 자료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그 부분만 제외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해 자료의 범위 자체를 좁히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 거부보다 비밀유지명령을 동시에 신청한다 — 영업비밀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제출을 면할 수 없으므로, 무작정 버티기보다 자료제출명령 절차와 병행해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명령을 받을 대상자, 보호가 필요한 영업비밀의 범위, 유출 시 영업에 지장을 줄 구체적 사정을 소명 자료와 함께 서면으로 준비합니다.

  • 열람 범위·열람자 제한을 구체적으로 요청한다 — 자료 전체를 상대방 당사자 본인까지 볼 수 있게 할 필요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 소송대리인 등으로 열람자를 한정하고, 필요하다면 법정에서의 비공개 열람 방식을 함께 요청해 정보가 소송 밖으로 새어나갈 통로를 최소화합니다.

  • 제출 자료를 손해 증명에 필요한 범위로 편집한다 — 원가자료 전체가 아니라 손해액 산정에 실제로 쓰이는 항목만 발췌하거나, 핵심 기술정보·거래처명은 마스킹 처리하는 방안을 법원에 함께 제안합니다. 다만 편집이 지나쳐 증명을 방해하는 수준이면 오히려 불응으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그 경계를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 위반 정황이 확인되면 즉시 고소를 검토한다 — 비밀유지명령을 받은 상대방이 자료를 소송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한 정황이 확인되면, 형사처벌 규정이 친고죄이므로 고소기간 내에 신속히 고소 절차를 밟아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자료제출명령에는 정해진 대응기한이 있습니다

자료제출명령이든 비밀유지명령이든, 법원이 정한 기한 안에 의견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일단 버텨보자"는 대응은 최악의 경우 요증사실 자체가 진실로 인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비밀유지명령도 자료가 이미 제출되고 상대방이 열람한 뒤에 신청하면 효과가 반감됩니다.

공정거래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자료제출명령을 받았거나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면, 어떤 자료를 어디까지 제출해야 하는지와 비밀유지명령으로 무엇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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