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매매계약으로 사들였는데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 그 땅이 공익사업 부지로 수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매도인은 사업시행자로부터 수용보상금을 지급받지만, 정작 계약대로 땅을 넘겨받기로 했던 매수인은 등기를 하지 못한 채 계약이 허공에 뜬 것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매매계약은 유효한데 목적물인 토지 자체가 사라졌다면, 매수인은 계약금과 중도금만 날리고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판례는 이런 상황에서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그가 받은 보상금 자체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대상청구권이라는 법리로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상청구권이 무엇이고, 실제로 보상금을 받아내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상청구권이란 — 민법에 없는 권리를 판례가 인정해온 이유
대상청구권이란 채무자가 부담하던 급부의무가 후발적으로 이행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 이행불능을 일으킨 것과 같은 원인으로 채무자가 원래 급부를 갈음하는 이익(대상)을 얻은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대상의 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매매로 사들인 토지가 수용되어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이 전형적인 예로, 매도인이 사업시행자로부터 지급받은 수용보상금이 여기서 말하는 대상에 해당합니다.
이 권리는 현재 민법에 명문 규정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법은 대상청구권을 직접 규정한 조문을 두고 있지 않아, 학설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쌍무계약의 위험부담을 정한 민법 제537조·제538조의 취지를 유추적용해 그 근거를 설명합니다. 다만 근거를 어떻게 구성하든,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매매 목적물인 토지가 공익사업에 편입되어 수용됨으로써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사안에서 매수인의 대상청구권을 인정해 왔고, 실무에서도 이 법리는 확립된 것으로 다뤄집니다.
대상청구권은 민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권리이지만, 판례가 위험부담 법리의 취지를 확장해 인정해온 확립된 법리다.
요건① —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후발적으로 이행불능이 될 것
대상청구권이 성립하려면 먼저 매도인의 채무, 즉 토지의 소유권을 매수인에게 이전할 의무가 후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빠져야 합니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이행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에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를 말하며,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이행이 불가능했던 원시적 불능과는 법적 취급이 다릅니다. 후발적 불능이면 매매계약 자체는 유효하게 존속하고, 다만 그 이행을 둘러싼 위험부담이나 대상청구권의 문제로 넘어갈 뿐입니다.
토지 수용은 이 요건을 전형적으로 충족시킵니다. 민법 제187조는 상속·공용징수·판결·경매 등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 물권취득은 등기 없이도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어, 사업시행자는 수용의 개시일에 등기 여부와 무관하게 토지 소유권을 원시취득합니다. 매도인이 아직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지 않은 상태에서 수용의 효력이 발생하면, 그 순간 토지에 대한 종전의 권리관계는 소멸하고 매도인은 더 이상 매수인에게 넘겨줄 소유권 자체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매도인의 잘못이 없더라도 이행불능이라는 결과 자체는 그대로 발생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요건② — 이행불능을 일으킨 바로 그 원인으로 매도인이 대상을 취득할 것
두 번째 요건은 매도인이 얻은 이익이 이행불능을 일으킨 것과 같은 원인에서 나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지 수용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지급하는 수용보상금이 바로 그 대상입니다. 협의취득 절차를 거쳤든 재결에 의한 강제수용 절차를 거쳤든, 매도인이 토지의 소유권을 잃은 대가로 받는 금전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매도인이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았다면 매수인은 그 금전 자체의 반환을,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면 사업시행자에 대한 보상금 청구권 자체의 이전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수용과 무관한 별도의 사정으로 얻은 이익까지 대상청구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도인이 수용보상금과 별도로 이주정착금이나 영업손실보상금처럼 매도인 개인의 사정에 따라 지급되는 항목까지 당연히 포함되는지는 그 항목이 토지 소유권 상실과 대가관계에 있는지를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보상금 지급 내역을 확인해 어느 항목이 토지 자체에 대한 대가인지를 먼저 가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토지 보상금(협의취득대금 또는 수용재결 보상금) — 대상청구권의 핵심 대상.
이미 지급된 경우 — 매도인에게 그 금전 자체의 반환 청구.
아직 미지급인 경우 — 사업시행자에 대한 보상금 청구권의 이전(양도) 청구.
이주정착금 등 매도인 고유의 손실 항목 — 토지 대가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포함 여부 검토.
수용이 아니라 매도인이 같은 토지를 제3자에게 다시 팔아넘긴 이중매매 사안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이중매매에서 제3자 앞으로 먼저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매도인의 원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도 이행불능이 되지만, 이는 매도인 스스로의 처분행위로 인한 불능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공용수용권 행사로 발생하는 불능과는 원인이 다릅니다. 이중매매 사안에서는 매도인이 제3자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을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오히려 배임 문제로 다뤄야 하는지 등 별도의 법리적 쟁점이 얽히므로 이 글에서 다루는 수용 사안과 같은 틀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요건③ — 매수인 자신도 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거나 제공할 것
대상청구권은 매수인이 아무 조건 없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매매는 쌍무계약이므로 매수인이 대상, 즉 보상금이나 그 청구권을 넘겨받으려면 자신이 부담하는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했거나 적어도 이행제공을 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매도인의 대상 이전의무와 매수인의 대금 지급의무를 동시이행의 관계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 매수인이 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채 보상금만 넘겨달라고 요구하면 매도인은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과 중도금까지만 지급한 상태에서 수용이 이뤄졌다면, 매수인은 잔금을 지급하거나 적어도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서 대상청구권을 행사해야 안전합니다. 반대로 매매대금을 이미 전액 지급한 상태였다면 별다른 조건 없이 곧바로 보상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와 대금 지급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등으로 자신이 어느 단계까지 대금을 지급했는지를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청구의 출발점입니다.
대상청구권과 위험부담의 관계 — 매수인에게 왜 유리한 선택지인가
토지 수용처럼 당사자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민법은 원칙적으로 위험부담 법리로 이를 처리합니다. 민법 제537조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가 상대방에게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매도인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면하는 대신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없고, 매수인도 이미 지급한 계약금·중도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으며 계약은 그대로 청산되는 데 그칩니다.
대상청구권이 의미를 갖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계약이 위험부담 법리로 청산되면 매수인은 애초에 그 토지를 사려 했던 목적, 즉 수용으로 형성된 보상금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전혀 누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상청구권을 행사하면 매수인은 대금을 지급하는 대신 매도인이 받은 보상금을 넘겨받아, 처음 계약이 예정했던 경제적 결과에 가장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수용보상금이 애초의 매매대금보다 높게 산정된 경우라면, 매수인으로서는 계약을 그대로 청산하기보다 대상청구권을 행사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매수인은 위험부담에 따른 계약 청산과 대상청구권 행사 중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설명입니다.
가령 매매대금을 3억원으로 정한 토지가 수용되어 매도인이 보상금 4억원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매수인이 계약을 위험부담 법리로 청산하는 쪽을 택하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중도금만 돌려받을 뿐 보상금 4억원과는 아무 관계가 없게 됩니다. 반면 대상청구권을 행사해 잔금까지 마저 지급하면, 매수인은 3억원을 들여 4억원 상당의 보상금(또는 그 청구권)을 넘겨받는 결과가 되어 원래 계약이 예정했던 것보다 오히려 나은 경제적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발 기대감이 꺾여 보상금이 매매대금보다 낮게 나온 경우라면, 매수인으로서는 굳이 대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위험부담 법리에 따라 계약을 청산받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위험부담 법리대로면 계약은 그냥 청산되지만, 대상청구권을 행사하면 매수인은 대금을 치르고 보상금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넘겨받을 수 있다.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 — 청구 범위와 소멸시효
매수인이 대상청구권으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매도인이 실제로 취득한 대상, 즉 지급받은 보상금 전액입니다. 매수인이 입은 손해액으로 청구 범위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매도인이 얻은 이익 자체를 넘겨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상금이 매매대금보다 크더라도 그 차액까지 매수인에게 귀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보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실제로 지출한 비용(등록면허세, 소송비용 등)이 있었다면 이를 공제해야 하는지는 개별 사안의 사정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대상청구권도 채권인 이상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습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일반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수용의 효력이 발생해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확정적으로 이행불능이 된 시점부터 진행하는 것으로 다뤄집니다. 수용재결이 난 뒤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뒤늦게 매도인에게 보상금을 요구하면 시효 완성 여부부터 다퉈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수용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대상청구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무에서 확인할 것 — 등기부·수용 절차·보상금 지급 여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수용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자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미 마쳤는지입니다. 등기를 마쳐 매수인이 이미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었다면, 수용보상금은 애초에 매수인 자신에게 지급되는 것이므로 대상청구권을 따질 필요조차 없습니다. 대상청구권이 문제 되는 것은 등기를 마치지 못한 채 수용의 효력이 먼저 발생한 경우로 한정됩니다.
다음으로 협의취득계약서나 수용재결서를 통해 보상금이 이미 매도인에게 지급됐는지, 아직 지급되지 않고 공탁된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지급됐다면 매도인을 상대로 그 금전의 반환을 구하면 되지만, 매도인이 그 사이 보상금을 소비해 자력이 부족해진 상태라면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어 가압류 등 보전조치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보상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거나 공탁된 상태라면, 매도인을 상대로 그 보상금 청구권 자체를 매수인에게 이전하도록 청구하거나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직접 지급을 구하는 방식의 소송 구성도 검토 대상이 됩니다.
협의취득 단계에서는 계약서에 보상 항목이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어, 토지 대금과 지장물·영업손실 등 다른 항목이 한 금액으로 뭉뚱그려 기재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사업시행자에게 항목별 산정 내역을 요청하거나 보상금 산정조서를 확보해, 대상청구권의 대상이 되는 토지 대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미리 나눠 두는 것이 소송에서 청구금액을 다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등기부등본 — 수용 효력 발생 전 소유권이전등기 완료 여부부터 확인.
협의취득계약서·수용재결서 — 보상금 액수와 지급 여부·공탁 여부 확인.
대금 지급 자료 — 매매대금을 어느 단계까지 지급했는지 정리.
매도인의 자력 — 보상금을 이미 소비했다면 보전조치(가압류 등) 검토.
자주 묻는 질문
Q. 대상청구권은 민법 어느 조문에 규정돼 있나요?
A. 민법에 대상청구권을 직접 규정한 조문은 없습니다. 위험부담을 정한 민법 제537조·제538조의 취지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판례가 인정해온 권리이며, 요건과 효과는 그동안 쌓인 판례를 통해 구체화되어 왔습니다.
Q. 매매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매도인의 대상 이전의무와 매수인의 대금 지급의무는 동시이행 관계로 다뤄지므로, 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도인이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잔금을 지급하거나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청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대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계약금은 어떻게 되나요?
A. 대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위험부담 법리에 따라 계약을 청산하는 쪽을 택하면, 매도인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면하고 매수인은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 보상금이라는 경제적 가치는 매수인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Q. 수용보상금이 매매대금보다 훨씬 많으면 매도인이 차액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나요?
A. 대상청구권의 청구 범위는 원칙적으로 매도인이 취득한 대상 전액이므로, 보상금이 매매대금보다 많더라도 그 차액이 매도인에게 남는 것은 아닙니다.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하거나 지급을 제공하면 보상금 전액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Q. 수용된 지 한참 지났는데 지금도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대상청구권도 일반채권으로 취급되어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통상 수용의 효력이 발생해 이행불능이 확정된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하므로, 그 기간 안이라면 청구할 수 있지만 늦어질수록 시효 완성 여부부터 다퉈야 할 수 있습니다.
Q. 매도인이 이미 보상금을 다 써버렸다면 어떻게 하나요?
A. 매도인에 대한 금전반환청구권 자체는 유효하게 남지만, 매도인의 자력이 부족하면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이 예상된다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매도인의 부동산·예금 등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 보전조치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며, 매도인이 다른 채무를 이유로 이미 압류를 당한 상태라면 배당 순위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맺음말
대상청구권은 매매 목적물인 토지가 수용되어 소유권이전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매수인이 계약의 경제적 목적을 포기하지 않고 지킬 수 있게 해주는 법리입니다. 이행불능이 후발적으로 발생했는지, 매도인이 얻은 이익이 그 불능과 같은 원인에서 나온 것인지, 매수인 자신이 대금 지급의무를 다했거나 제공했는지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실제로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특히 용인 처인 등 개발사업이 이어지는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매매계약 체결 이후 토지가 수용 절차에 편입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만큼, 등기부와 협의취득계약서·수용재결서부터 확인해 자신이 처한 상황이 대상청구권의 요건에 들어맞는지 가늠해 보고,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청구 여부를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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