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주식이나 사채를 발행하면서 투자자에게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에 재무상태나 사업 위험을 실제와 다르게 적어 놓으면, 그 정보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뒤늦게 큰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이런 일이 드러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따져보게 됩니다. 회사와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형사처벌까지 받는지입니다. 자본시장법은 이 둘을 서로 다른 조문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고, 요건도 효과도 상당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그리고 관련자들이 어떤 형사처벌 범위에 놓이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증권신고서란 무엇인가 — 투자 판단의 1차 자료
자본시장법 제119조 제1항은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은 발행인이 이에 관한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 수리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신고서에는 회사 개요, 재무제표, 사업 위험요인, 자금사용계획 등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담기고, 이 신고서가 수리되어야 비로소 증권을 모집·매출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시장 진입의 전제조건 역할을 합니다.
같은 조 제5항은 신고서에 대표이사와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함께 서명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서명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뒤에서 살펴볼 손해배상책임자를 특정하는 데 실질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이후 신고서 내용을 고치는 정정신고서(제122조)와 투자자에게 실제로 교부되는 투자설명서(제123조)도 같은 규율 체계 아래 놓입니다.
실제 사고는 대체로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재무제표상 매출이나 이익을 과대계상하거나, 진행 중인 소송·규제 리스크를 누락하거나, 공모자금의 실제 사용 목적을 왜곡해 기재하는 식입니다. 이런 부실기재는 공모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 감사·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면서 주가 급락과 투자자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권신고서는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안의 중요사항이 사실과 다르면 신뢰의 전제 자체가 무너진다.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 무엇이 문제가 되나
자본시장법 제125조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기재·표시하여야 할 중요사항을 기재·표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를 규정합니다. 즉 적극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적은 경우뿐 아니라, 반드시 적어야 할 사항을 아예 빠뜨린 경우까지 포섭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중요사항'은 합리적인 투자자가 투자판단을 내릴 때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 다시 말해 그 정보가 정확히 기재되었다면 투자결정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사항을 가리킵니다. 매출·영업이익 같은 핵심 재무지표, 진행 중인 소송이나 규제 리스크, 공모자금의 실제 사용 목적, 최대주주나 지배구조의 변경사항 등이 전형적으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신고서에는 매출채권 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특수관계인을 거친 순환거래로 매출을 부풀린 경우, 이는 재무상태에 관한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단순한 오탈자나 지엽적인 수치 오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재무제표상 매출·이익의 허위 또는 과장 계상
진행 중인 소송·규제·인허가 리스크의 누락
공모자금 사용계획·자금조달 목적의 왜곡
최대주주 변경 등 지배구조 관련 중요사항 미기재
중요사항인지 여부는 그 정보가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으로 판가름되며, 적극적 허위기재뿐 아니라 필요한 사항의 누락도 같은 문제로 다뤄진다.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 배상책임자와 입증책임
제125조는 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폭넓게 열거합니다. 신고서를 제출한 신고인, 신고 당시 발행인의 이사, 신고서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 기재사항이 진실 또는 정확하다고 증명해 서명한 공인회계사·감정인 등 전문가, 자기의 평가·분석·확인 의견이 실리는 데 동의하고 그 내용을 확인한 자, 증권의 인수인 또는 주선인, 투자설명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한 자까지가 그 대상입니다. 발행회사 하나에만 책임을 묻는 구조가 아니라, 신고서 작성·검증 과정에 관여한 전문가와 중개기관까지 함께 끌어들이는 구조입니다.
일반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라면 원고가 가해자의 고의·과실과 인과관계까지 모두 입증해야 하지만, 제125조는 다릅니다. 배상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만 책임을 면하도록 정하고 있어, 사실상 입증책임이 배상의무자 쪽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신고서에 중요사항의 거짓기재나 누락이 있었다는 점, 자신이 그 증권을 취득했다는 점,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주장하면 되고, 배상의무자가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다만 취득 당시 이미 거짓기재 사실을 알고 있었던 투자자는 이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제125조는 신고서 작성·검증에 관여한 전문가·인수인까지 배상책임자로 포섭하면서, 면책은 배상의무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되나 — 추정과 반증
자본시장법 제126조 제1항은 손해액을 취득가액에서 변론종결 시의 시장가격(이미 처분했다면 처분가격)을 뺀 금액으로 추정하는 방식을 두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자신이 입은 실제 손해액을 하나하나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규정입니다.
다만 이 추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배상책임을 질 자가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의 거짓기재·불기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주가 하락이 전체 증시 하락이나 다른 악재의 영향을 함께 받은 것이라면, 그 부분은 공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소송에서는 주가 하락 중 신고서의 거짓기재에 기인한 부분과 그 밖의 시장·산업 요인에 기인한 부분을 가르는 다툼이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고서 문제가 알려진 시점 전후의 주가 흐름과 동종업종 지수 흐름을 함께 비교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공모가 1만원에 청약해 배정받은 투자자가 이후 거짓기재 사실이 드러나 주가가 6천원까지 떨어진 시점에 처분했다면, 1차적으로는 그 차액인 4천원이 추정 손해액이 됩니다. 다만 그 하락 폭 중 일부가 업종 전반의 동반 하락이나 금리 인상 같은 외부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증명되면, 그만큼은 배상 범위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해액 산정 단계에서는 신고서 문제와 무관한 하락 요인을 구분하는 작업이 실제 배상액을 좌우하게 됩니다.
배상청구권도 시효가 있다 — 안 날부터 1년, 3년
자본시장법 제127조는 제125조에 따른 배상청구권은 청구권자가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또는 해당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두 기간 중 어느 하나라도 먼저 지나면 청구권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일반 소멸시효보다 훨씬 촘촘합니다.
문제는 거짓기재 사실이 처음부터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언론보도, 금융감독원의 조사·제재, 검찰 수사와 기소 등을 거치며 뒤늦게 실체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안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를 둘러싸고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통상 조사 결과 발표나 기소 시점이 '안 날'의 기산점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사안마다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된 증권신고서의 효력발생일을 먼저 확인해 3년의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수사나 조사가 장기화되는 사건일수록 실체가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3년의 기간을 도과할 위험이 커지므로, 조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가도 기간이 임박하면 우선 소를 제기해 시효 진행을 막아두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처벌의 범위 — 단순 거짓기재와 부정거래죄의 경계
자본시장법 제444조 제13호는 제119조에 따른 증권신고서·일괄신고추가서류, 제122조에 따른 정정신고서, 제123조에 따른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표시를 하거나 기재·표시해야 할 중요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이것이 증권신고서 거짓기재에 적용되는 기본 형사처벌 조항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거짓기재가 단순한 부실공시에 그치지 않고,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해 투자자를 속이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제178조의 부정거래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제443조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기본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부당이득액 산정이 곤란하거나 5배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 벌금 상한은 5억원)에 처하고,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두 조문을 가르는 기준은 단순히 사실과 다르게 적었는가가 아니라, 투자자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부정한 의도와 수단이 있었는가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출을 고의로 조작해 공모가를 부풀리고 그 차익을 취한 정황이 드러나면, 제444조의 단순 거짓기재를 넘어 제443조의 부정거래죄까지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실무상 드물지 않습니다.
같은 거짓기재라도 단순 부실공시로 평가되면 5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 벌금이지만, 부정한 수단·의도가 인정되면 부당이득액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될 수 있다.
회사도 처벌받는다 — 양벌규정과 민형사 병행
자본시장법 제448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43조부터 제446조까지의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에서 정한 벌금형을 과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처벌이 면제됩니다.
그래서 상장이나 공모를 앞둔 회사는 신고서 작성·검토 과정에서의 내부통제와 검증체계를 갖춰 두는 것이 형사책임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담당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보이더라도, 회사 차원의 감독 소홀이 인정되면 법인 자체가 벌금형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거짓기재 사건에서 투자자는 민사로 손해배상을(제125조 내지 제127조), 수사기관은 형사로 행위자 개인과 법인을(제444조 또는 제443조, 제448조) 각각 별도로 추궁할 수 있어, 민사소송과 형사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형사판결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이후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증권신고서에 거짓 기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거짓기재나 불기재가 있었다는 사실, 그 증권을 취득했다는 사실,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주장하면 되고, 배상의무자가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배상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다만 취득 당시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투자자는 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Q. 손해배상은 누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신고서를 제출한 발행인뿐 아니라 신고 당시 이사, 서명한 공인회계사·감정인, 인수인·주선인 등 신고서 작성·검증에 관여한 다수의 관계자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각자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을 입증하면 그 사람만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Q.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의 형사절차와 투자자의 민사 손해배상청구는 별개 절차로 동시에 진행될 수 있고, 형사판결에서 확정된 사실관계가 민사소송에서 유력한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놓치면 방법이 없나요?
A.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하므로 그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기간이 임박했다면 시효 진행을 막기 위해 우선 소를 제기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단순 실수로 잘못 기재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나요?
A. 형사처벌은 고의를 전제로 하므로 단순한 과실로 인한 오기라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립할 수 있어, 민형사 책임의 성립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부정거래죄까지 적용되면 처벌 수위가 얼마나 달라지나요?
A. 단순 거짓기재(제444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이지만, 부정거래행위(제178조, 제443조)로 인정되면 기본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부당이득액에 따라 3년 이상, 심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될 수 있어 처벌 수위 차이가 매우 큽니다.
맺음말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는 민사(제125조부터 제127조)와 형사(제444조, 경우에 따라 제443조·제448조)가 서로 다른 트랙으로 작동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상책임자를 특정하고 손해액과 인과관계를 정리해 청구권 행사기간 안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관건이고, 회사와 관계자 입장에서는 신고서 작성·검증 단계의 부실이 어느 조문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미리 가늠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 부실공시로 볼 것인지 부정거래행위로까지 이어질 사안인지에 따라 형사처벌 수위가 크게 갈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인과관계와 손해액 산정을 둘러싼 다툼이 실제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관계를 조문별 요건에 맞춰 하나씩 짚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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