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인 배우자가 강간으로 고소했는데 부부 사이에도 성립하나요
별거 중인 배우자가 강간으로 고소했는데 부부 사이에도 성립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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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별거 중인 배우자가 강간으로 고소했는데 부부 사이에도 성립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별거 중이거나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우자를 강간 혐의로 고소하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 혼인신고가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상 부부 사이인데 무슨 죄가 되겠느냐”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이게 강간이 될 리가 없다”, “부부니까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막상 고소가 접수되고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법률상 배우자라는 사정만으로는 강간죄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으며, 특히 별거나 이혼소송 등으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경우에는 그 성립을 더욱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별거 중인 배우자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하려는 입장에서 각각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별거 중인 배우자 사이에도 강간죄는 성립합니다

법률상 부부라는 사정만으로 강간죄의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의 객체는 성별이나 혼인 여부를 가리지 않는 ‘사람’이며, 법률상 배우자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한다는 명문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과거에는 부부 사이에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대법원 1970. 3. 10. 선고 70도29 판결)가 40여 년간 유지되었지만,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태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었습니다.

형법이 강간죄의 객체로 규정하고 있는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며,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법률상 처도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로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따로 살고 있거나 이혼을 준비하는 등 관계가 소원해진 별거 중인 부부라면, 강간죄 성립을 부정할 근거는 오히려 더 찾기 어렵습니다.

법률상 부부라는 사정, 심지어 별거 중이라는 사정조차 강간죄 성립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2. “그래도 부부인데”라는 생각은 처벌을 막지 못합니다

핵심은 혼인관계 유지 여부가 아니라, 폭행·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했는지입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부부싸움이나 언쟁 수준을 넘어,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해 반항을 억누른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별거 중인 부부 사이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정황은 다양합니다. 따로 살고 있는 배우자의 집이나 숙소를 찾아가 문을 막아서거나, 나가지 못하게 붙잡은 채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자녀 문제나 재산 문제를 들어 협박하며 관계를 강요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폭행·협박의 정도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실제로 얼마나 저항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체격·사건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1도14234 판결, 대법원 2020도2473 판결 등). 별거 중인 부부라면 경제적 의존관계나 자녀 양육 문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도 이러한 정황으로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였다는 사정은 죄가 되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반항하기 더 어려웠던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별거·이혼소송 중이라면 강간죄 성립을 부정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상태라면 법률상 배우자도 이미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사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도, 부부관계가 사실상 끝난 상태에서는 이미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판례가 있었습니다. 별거와 이혼 의사 합치가 있었던 사안이 대표적입니다.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법률상의 배우자인 처도 강간죄의 객체가 된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8601 판결).

별거를 시작한 지 오래됐거나,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협의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등 혼인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볼 사정이 뚜렷할수록 법원이 강간죄 성립을 부정할 이유는 더 없습니다. 반대로 아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다투더라도, 앞서 본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즉 별거 여부는 강간죄가 성립하는지를 가르는 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혼인관계 파탄을 뒷받침해 성립을 더욱 분명히 하는 정황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거 중이라는 사정은 강간죄 성립을 막는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혼인관계 파탄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4. 유형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 강간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흉기나 상해가 더해지면 형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형법 제297조에 따른 강간죄는 기본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여기에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범행했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특수강간 등)가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강간 과정에서 상해를 입히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형법 제301조(강간등 상해·치상)가 적용되어 역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별거 중 몸싸움 과정에서 상처가 남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만큼, 진단서와 상처 부위 사진 등은 처벌 수위를 가르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또한 2013년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강간죄를 비롯한 성폭력범죄는 친고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즉 배우자가 나중에 마음을 바꿔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와 기소가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며, “부부니까 취하하면 끝난다”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배우자 강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별거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해자 진술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앞서 본 대로 비친고죄이기 때문에 고소가 취하되더라도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절차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별거 중인 배우자를 강간으로 고소했거나 반대로 고소를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별거를 시작한 시점, 이혼 의사를 표시하거나 협의이혼·이혼소송을 제기한 시점 등 혼인관계 파탄을 뒷받침할 자료(문자메시지, 이혼조정신청서 등)를 정리합니다.

  2. 사건 당일의 연락 기록, 목격자 진술, 상해진단서, 인근 CCTV 등 폭행·협박 및 항거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3. 고소인이라면 진술의 일관성을, 피고소인이라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음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을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부간 형사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절차뿐 아니라 함께 진행되는 이혼·재산분할 문제까지 균형 있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별거 중인 배우자 사이의 강간 사건은 이혼 문제와 형사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어, “그래도 한때 부부였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를 하려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폭행·협박의 정황과 혼인관계 파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락 기록, 진단서, 이혼 관련 서류가 쌓일수록 수사기관과 법원을 설득하기 쉬워집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배우자 입장에서도 “부부 사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는지,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별거·이혼 상황에서 벌어지는 배우자 강간 사건에서 고소한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직 이혼하지 않은 배우자를 강간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법률상 배우자도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되지 않으며,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어도 폭행·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하고 성관계를 가지면 강간죄가 성립합니다.

Q. 같이 살지 않고 별거 중인데도 강간죄가 되나요?

A. 됩니다. 별거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경우라면 오히려 강간죄 성립을 부정하기 더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8601 판결).

Q. 고소한 뒤 마음이 바뀌어 취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강간죄는 2013년 개정으로 친고죄가 아닌 비친고죄가 되어,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와 기소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이혼소송과 형사 고소를 같이 진행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실무적으로 형사 사건에서 확보된 진술·증거가 이혼소송의 유책사유 입증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하는 사례가 흔합니다.

Q. 억울하게 고소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당시 연락 기록 등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음을 뒷받침할 구체적 자료를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조사를 받기 전에 변호사와 진술 방향을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흉기를 사용하거나 상해를 입혔다면 형이 얼마나 무거워지나요?

A. 흉기 등을 휴대한 특수강간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상해·치상이 발생하면 형법 제301조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Q. 협의이혼 절차 중인데도 성관계를 거부할 권리가 있나요?

A. 있습니다. 혼인관계 존속 여부와 무관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호되며, 협의이혼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은 오히려 혼인관계 파탄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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