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이나 술자리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강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청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서로 좋아서 한 건데 무슨 문제냐”, “그때 싫다는 말을 안 했으니 합의였다”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 상대방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거부 의사를 표현했는데 무시당했다”는 진술을 이미 해 놓은 경우가 많고, 그 순간부터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갑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간죄의 폭행·협박 정도와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기준을 계속 정교하게 다듬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흐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자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그 이익을 피고인에게 돌려야 한다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실제로는 합의된 관계였다고 생각하는 경우, 어떤 법리가 적용되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합의였다”는 확신만으로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 실제로 있었고, 그 정도가 항거를 곤란하게 할 만큼이었는지가 핵심입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성관계에 이르게 한 폭행 또는 협박이 실제로 존재해야 합니다.
판례는 오랫동안 그 폭행·협박의 정도에 대해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기준(이른바 최협의설)을 유지해 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법원이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판결)에서 강제추행죄의 경우에는 이 기준을 완화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 없이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협박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하면서도, 강간죄의 폭행·협박 기준까지 함께 변경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강간 혐의에서는 여전히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따라서 “동의한 줄 알았다”는 주관적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애초에 그 정도의 폭행·협박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이 있어야 방어가 성립합니다.
“합의였다”는 확신만으로는 부족하고, 문제 되는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해야 혐의를 벗을 수 있습니다.
2.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의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방어 논리는 “그 자리에서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도망칠 수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사정만으로 폭행·협박이 부족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되고, 강간을 당한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판례가 정착된 이후 수사기관과 법원은 “저항하지 않았으니 합의였다”는 식의 단순한 항변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왜 그 순간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심리적·상황적 맥락까지 함께 살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방어 전략도 “저항이 없었다”는 사실 하나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만남이 시작된 경위,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대화, 관계 이후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합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쌓아가야 합니다.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 하나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만남 전후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3. 최근 판례는 무죄추정원칙과의 균형도 함께 강조합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그 이익은 피고인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위 판례만 보면 방어가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 대법원은 다른 방향에서 균형을 잡는 판단도 함께 내놓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이 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흐름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과 그 흐름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세운 것으로 평가됩니다. 즉 피해자 진술 외에 다른 물증이 부족하고, 그 진술만으로는 법관이 확신에 이르지 못할 정도의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만남 전후에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 함께 있었던 시간대의 행적, 관계 이후 상대방의 태도(연락을 계속했는지, 다시 만나자고 했는지 등)와 같은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촘촘히 확보하느냐가 합리적 의심을 만들어내는 관건이 됩니다.
합리적 의심을 만들어낼 객관적 자료를 갖추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4. 유죄로 인정되면 처벌이 무겁고, 무고 주장도 신중해야 합니다
강간죄는 최소 3년 이상의 징역이 예정돼 있고, 상해가 동반되면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앞서 본 것처럼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어 벌금형이 없습니다. 폭행·협박 없이 상대방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면 준강간죄(형법 제299조)가 적용되는데, 법정형은 강간죄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됩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하면 형법 제301조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처벌 수위가 무겁다 보니, 억울함을 느낀 쪽에서는 “상대방을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무고죄(형법 제156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신고했다는 사실이 별도로 입증돼야 하고,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섣부른 맞고소는 상대방을 자극해 진술 태도를 더 완강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무고 여부는 본 사건의 처분 결과가 나온 뒤 증거 관계를 냉정하게 검토해 판단할 문제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받기 전에 정황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강간 고소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성폭력 전담수사팀에 고소장이 접수 → ②피고소인(피의자) 조사, 사안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검토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불기소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폭력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초기 구속 수사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지 않아, 조사 단계부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당황해서 상대방에게 연락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남이 시작된 경위와 전후에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SNS 대화 내역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확보합니다.
함께 있었던 시간대의 행적(카드 결제 내역, 이동 경로, 인근 CCTV, 목격자 유무)을 정리합니다.
사건 이후 상대방과의 연락 내역과 태도 변화(연락 지속 여부, 재회 여부 등)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사건 대응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기 진술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불필요하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을 막고 방어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강간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 억울함과 당혹감이 뒤섞여 오히려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쪽 입장에서는 그 순간 느낀 두려움과 무력감이 왜 적극적인 저항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반대로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쪽 입장에서도 “서로 좋아서 한 일인데”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만남 전후의 구체적 정황을 자료로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저는 성범죄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자료를 얼마나 촘촘히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였는지 여부를 두고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 그 판단이 갈리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된 관계였다고 진술하면 그것만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나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문자·대화 내역, 만남 전후 행적 등 객관적 자료가 함께 뒷받침돼야 수사기관과 법원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Q. 그 자리에서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강간죄가 성립하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폭행·협박이 부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저항 여부 하나로 결론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Q. 상대방을 무고죄로 맞고소하면 유리해지나요?
A. 반드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고죄는 상대방이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사실이 별도로 입증돼야 하므로, 본 사건 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신중하게 검토할 문제입니다.
Q. 준강간과 강간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강간죄는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해 간음한 경우이고, 준강간죄는 폭행·협박 없이 상대방이 이미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한 경우입니다. 법정형은 같은 수준으로 취급됩니다.
Q. 조사를 받다가 구속될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되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으므로, 첫 조사 전부터 진술 방향과 제출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경찰 출석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한 말이 이후 수사와 재판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사안에 따라 구속 여부까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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