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는 소변 제출 요구 — 거부의 득실과 영장 절차
영장 없는 소변 제출 요구 — 거부의 득실과 영장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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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없는 소변 제출 요구 — 거부의 득실과 영장 절차 

김강희 변호사


영장 없는 소변 제출 요구 — 거부의 득실과 영장 절차


사건 개요


파출소나 지구대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불려가거나 도로에서 불심검문을 받던 중, 경찰관이 "소변을 좀 받아 주시겠습니까"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약류 투약이 의심된다는 이유입니다. 이때 대부분은 "거부하면 더 의심받는 것 아닌가", "지금 거부해도 결국 강제로 채취당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얼떨결에 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순간의 선택이 이후 수사와 재판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에서 의뢰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영장 없이 요구받은 소변 제출,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거부하면 경찰이 그다음에 어떤 절차를 밟는가"입니다. 두 질문 모두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의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장 없이 이루어지는 소변 제출은 원칙적으로 '임의제출' 형식이고,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자유의사로 응할 때만 적법합니다. 거부한다고 그 자체로 불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후 절차가 법이 정한 궤도로 넘어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다만 거부 이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 상황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소변 제출에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가 진정한 임의성을 갖춘 것인지입니다(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만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둘째, 거부했을 때 경찰이 밟을 수 있는 절차, 즉 압수·수색·검증영장 청구가 실제로 어떤 요건 아래 진행되는지입니다(같은 법 제215조). 셋째, 소변처럼 신체 내부에서 채취하는 증거를 강제로 확보하는 방법 자체의 적법성입니다. 넷째, 이 과정에서 절차를 어겼을 때 그 소변 감정 결과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입니다(같은 법 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이 네 지점은 앞뒤로 이어져 있습니다. 최초의 임의제출이 진정한 동의였는지가 흔들리면, 그 뒤에 나온 감정 결과 전체의 증거능력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승부는 재판정이 아니라, 소변을 요구받은 바로 그 순간의 대응에서 사실상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요구받는 그 자리에서 임의성을 지키는 대응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겼는가"입니다. 소변을 이미 제출한 뒤에는 되돌릴 수 없지만, 제출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한 순간이라면 다음과 같이 대응합니다.

1) 거부 의사를 명확한 말로, 기록에 남는 방식으로 표시합니다.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만으로는 나중에 임의성 다툼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영장 없이는 제출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문장으로 말하고, 가능하다면 그 상황을 스스로 녹음하거나 동행한 사람에게 목격시켜 둡니다. 이후 경찰이 재차 요구하거나 압박하는 언동이 있었다면 그 시점과 발언 내용도 함께 기억해 둡니다. 이 기록은 훗날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을 뒤집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2) 거부할 권리가 고지되었는지, 상황이 강압적이었는지를 즉시 점검합니다.

법원은 임의제출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신체 구속 여부,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지되었는지, 밀폐된 장소에서 장시간 대기시켰는지, 동행 인원과 언동이 위압적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고지 없이 "협조하지 않으면 좋을 것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면, 그 발언의 취지와 시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둡니다. 임의제출의 임의성에 다툼이 생기면 그 임의성을 증명할 책임은 수사기관 쪽에 있으므로, 이런 정황 기록은 이후 절차에서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3)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함께 행사합니다.

소변 제출 요구는 대개 임의동행이나 불심검문 국면에서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 단계에서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살아 있습니다. 소변 제출 여부와 별개로 관련 진술은 변호인 선임 전까지 최소화하고, 변호인에게 연락할 시간을 요청합니다. 초기 국면에서 진술이 새어 나가면 나중에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다투는 전략과 모순되는 진술이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영장 절차로 넘어간 뒤의 대응


거부한 뒤 경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싸움의 무대가 바뀝니다. 이때부터는 다음을 확인합니다.

1)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 소명자료를 확인합니다.

압수·수색·검증영장은 검사가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해 발부받아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15조), 판사는 범죄 혐의를 소명할 자료가 충분한지를 심사합니다. 막연한 제보나 첩보만으로는 발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장이 발부됐다면 그 근거가 된 혐의 사실이 무엇인지, 발부 범위가 소변 채취에 한정돼 있는지를 변호인을 통해 확인해 향후 절차의 적법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습니다.

2) 채취 방법 자체의 적법성을 점검합니다.

소변은 신체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이를 강제로 얻어내는 절차는 단순한 물건 압수와 다르게 취급됩니다. 대법원은 이런 강제 채취가 신체의 완전성과 인격의 존엄을 침해할 소지가 큰 처분이라는 전제 위에서, 압수·수색영장만으로 부족하고 의사 등 자격 있는 사람이 의료 절차에 따라 시행해야 하며 필요 최소한의 방법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보아 왔습니다. 실무상으로는 압수영장과 별도로 신체검사를 위한 감정처분허가장(같은 법 제221조의4, 제173조)이 함께 활용됩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과도한 물리력으로 채취를 시도했다면 그 자체가 절차 위반의 단서가 됩니다.

3) 절차 위반 정황을 사후 다툼을 위해 남겨 둡니다.

영장 없이, 또는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 채취된 소변 감정 결과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채취 일시·장소·시행자, 영장 제시 여부와 그 시점, 채취 과정에서의 언동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면, 공판 단계에서 감정 결과의 증거능력 자체를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이 기록은 채취 직후일수록 정확하므로, 그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소변 제출 요구를 받는 순간, 거부가 곧 불리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요구에 응할지 말지를 어떻게 판단하고 무엇을 기록해 두었는지가, 이후 그 소변 감정 결과가 법정에서 증거로 살아남을지를 가릅니다.

임의제출의 임의성과 영장 절차의 적법성은 사후에 진술만으로 다투기 어렵고, 그 자리에서 남긴 정황이 결정적인 근거가 됩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거나 이미 소변을 제출한 뒤라면, 그 경위를 정리해 절차상 다툴 지점이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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