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남긴 재산, 동생의 유류분 — 위헌 결정 이후
사건 개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내던 형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모님은 이미 두 분 다 돌아가신 지 오래고, 배우자도 자녀도 없었으니 남은 가족은 동생들뿐입니다. 그런데 형의 유언장을 열어 보니 재산 대부분이 동생들이 아니라 오랜 지인이나 특정 단체 앞으로 남겨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동생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형제인데 한 푼도 못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억울함이 앞서고, 예전에 들었던 '유류분'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상담을 청해 오십니다.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과 다른 답을 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가 민법 제1112조 제4호, 즉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정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안이라면 형제자매에게는 더 이상 유류분이라는 권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셋집 보증금이나 오래 모은 예금처럼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재산이 걸린 사안일수록, 동생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 큽니다. 형이 남긴 재산을 동생이 유류분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이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형이 사망한 날짜가 언제인지, 그리고 유언 자체에 다툴 흠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답이 나오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속이 개시된 시점, 즉 형이 사망한 날짜가 2024년 4월 25일 이전인지 이후인지입니다. 이 하루를 기준으로 형제자매의 유류분 인정 여부가 정반대로 갈립니다. 둘째, 형제자매는 유류분을 잃었더라도 법정상속인으로서의 순위(민법 제1000조 제1항 제3호)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유언이 없었다면 지금도 동생들이 정상적으로 상속을 받습니다. 셋째, 유언이 있어 상속분이 넘어갔더라도 그 유언 자체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는지입니다. 유류분이라는 지름길이 막혔다고 해서 모든 다툼의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이 세 지점을 순서대로 짚어야 헛수고를 피할 수 있습니다. 사망 시점부터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유류분 소송을 준비했다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주장하다 시간과 비용만 소모하게 됩니다. 비혼·만혼이 늘면서 자녀나 배우자 없이 세상을 떠나는 사례가 많아진 만큼, 형제자매가 유일한 법정상속인이 되는 이런 상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상속개시 시점을 확정해 위헌결정의 적용 여부부터 가른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날짜를 확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사망일자를 공적 서류로 정확히 특정합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사망진단서(또는 시체검안서)로 사망 연월일을 확인합니다. 연명치료 중단이나 의식불명 상태가 길었던 경우처럼 사망 시점이 애매하게 느껴지는 사안이라도, 법적으로 유효한 사망 시점은 공적 서류상의 일자이므로 이를 먼저 못 박아 둡니다. 이 하루가 유류분 유무를 가르는 기준선이기 때문에, 서류 확보를 가장 앞단에 둡니다.
2) 위헌결정의 효력이 이미 2024년 4월 25일부터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습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삭제하는 정식 개정 법률(법률 제20432호)은 2024년 9월 20일 공포되어 2025년 1월 31일부터 시행됐지만, 이는 이미 무력화된 조항의 문언을 뒤늦게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단순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조항은 결정이 있는 날부터 곧바로 효력을 상실하므로, 실질적인 기준일은 개정법 시행일이 아니라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입니다. 상대방이 시행일(2025.1.31.) 이전 상속이니 구법이 적용된다고 주장한다면, 이 지점에서 정면으로 다툴 근거가 됩니다.
3) 2024년 4월 25일 이전 상속이라면 구법상 유류분 절차를 그대로 밟습니다.
확인 결과 상속개시일이 그 이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 경우 동생들은 여전히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고(개정 전 민법 제1112조 제4호), 유류분 산정(제1113조)과 반환청구권 행사 절차를 그대로 따르되, 상속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유증을 안 날부터 1년,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라는 소멸시효(제1117조)를 놓치지 않도록 기한부터 역산해 대응 일정을 짭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유류분이 막혔다면 유언 자체의 효력을 다툰다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라 유류분이라는 길이 아예 없다면, 다음 단계는 유언과 상속인 자격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점검합니다.
1) 유언의 방식적 흠결을 점검합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전문·연월일·주소·성명을 유언자가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하며(민법 제1066조),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유언은 무효입니다. 공정증서 유언 역시 증인 2인이 참여한 자리에서 유언자가 취지를 구술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해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을 받는 절차(제1068조)를 온전히 거쳐야 합니다. 이 방식이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유언 전체가 무효가 되어, 유언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 동생들이 다시 법정상속인이 됩니다.
2) 증인 결격사유를 대조합니다.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그리고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은 유언의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72조 제1항 제3호).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 본인이나 그 가족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언이라면, 이 결격사유 하나만으로 유언 자체를 무효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됩니다.
3) 유언 당시 의사능력 흠결과 상속결격 사유를 함께 확인합니다.
치매나 의식불명 등으로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그 유언은 무효라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므로, 진료기록·간병기록·요양기록을 확보해 뒷받침합니다. 나아가 특정인이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을 하게 했거나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은닉한 정황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상속인의 결격사유(민법 제1004조)에 해당해 수유자·상속인 지위를 완전히 잃게 되고, 그 결과로 동생들의 상속분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결론
형제자매의 유류분이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결정이 모든 사안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유류분이 없어졌다고 해서 상속인의 자격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형이 남긴 재산을 두고 억울함만 앞세우기 전에, 사망 시점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하고, 유언이 있다면 그 방식과 절차에 흠이 없는지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유언이 아예 없었다면 동생들은 지금도 다른 공동상속인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문제는 유언이 남아 있는 경우인데, 이때도 유류분이라는 한 가지 카드가 사라졌을 뿐 유언의 방식과 절차,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 유언에 관여한 사람의 결격 여부까지 확인할 카드는 여전히 여러 장 남아 있습니다.
날짜 하나, 서류 한 장이 결과를 완전히 바꿔 놓는 사안인 만큼, 형의 유산 문제로 마음이 복잡하시다면 상속개시 시점과 유언의 효력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