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분석 전문가 의견서, 성범죄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는 범위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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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분석 전문가 의견서, 성범죄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는 범위와 한계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 사건에서는 목격자도 없고 물증도 부족해 피해자의 진술 하나가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최근 자주 등장하는 것이 진술분석 전문가가 작성한 의견서인데, 피해자 진술이 심리학적으로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를 분석한 자료입니다. 그런데 이 의견서가 법정에서 정확히 어떤 지위를 갖는지, 그 결론이 유죄·무죄를 곧바로 좌우하는 것인지를 놓고 오해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술분석 의견서가 형사소송법상 어떤 성격의 증거로 취급되는지,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 어디까지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진술분석 의견서란 무엇인가 — 누가, 왜 작성하나

진술분석은 피해자나 목격자의 진술이 실제 경험에 기초한 것인지, 조작되거나 유도된 것인지를 심리학적 기법으로 검토하는 작업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준거기반 내용분석으로, 진술의 구체성·일관성·시간적 순서·부수적 세부사항 포함 여부 등 세부 준거를 놓고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진술과 지어낸 진술 사이의 차이를 가늠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분석을 실제로 수행하는 곳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진술분석실,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전문가 등입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이들에게 분석을 의뢰하면, 분석 결과가 의견서 형태의 문서로 작성되어 수사기록이나 증거로 제출됩니다.

진술분석이 특히 자주 활용되는 사건은 물증이 부족하고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입니다. 아동이나 발달장애인처럼 스스로 진술의 앞뒤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피해자, 사건 발생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신고한 지연신고 사건, 여러 차례 진술을 하면서 세부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법률에서도 이런 사정을 반영해 일정한 경우 전문가 의견 조회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정신건강의학과의사·심리학자 등 전문가로부터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을 조회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2조가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진술분석은 피해자 스스로 신빙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활용되는 절차이지, 모든 성범죄 사건에 당연히 따라붙는 증거는 아니다.

법적 성격 — 진술서인가 감정서인가

진술분석 의견서는 형사소송에서 독자적인 증거 유형이 아니라 감정서의 하나로 취급됩니다. 법원이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에게 특정 사항의 감정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제169조가 그 근거이고, 법원이 개인이 아니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같은 기관에 감정을 맡기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79조의2에 따른 감정의 촉탁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의뢰해 작성된 의견서도 실질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특정한 분석 방법을 적용해 판단을 내린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감정서로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감정서의 증거능력은 일반 진술서보다 엄격하게 다뤄집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3항은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에 대해 같은 조 제1항을 준용한다고 정하는데, 이에 따르면 작성자인 전문가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출석해 그 서류가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다는 점, 즉 성립의 진정을 진술해야 비로소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사망하거나 소재불명 등으로 법정에 출석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라 그 진술을 대신할 수 없는 필요성과, 진술 내용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작성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결국 의견서라는 종이 한 장이 저절로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검증받는 절차를 통과해야 비로소 증거로 쓰일 자격을 얻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가 여러 사정으로 법정 출석을 꺼리거나 일정 조율이 어려워, 증거로 신청됐다가도 정식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고 참고자료에 머무는 의견서도 적지 않습니다.

증거로 쓰이는 범위 —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는 아니다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진술분석 의견서의 결론이 그대로 유죄·무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은 제308조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는 자유심증주의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증거이든 그 가치를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권한과 책임이 법관에게 있다는 뜻이고, 전문가가 이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거나 낮다고 결론 내렸다고 해서 법원이 그 결론에 그대로 구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무에서 진술분석 의견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보조자료로 자리매김합니다. 법원은 의견서의 분석 결과뿐 아니라 진술의 일관성, 세부 사실의 구체성, 진술이 번복된 경위, 목격자나 정황증거 등 다른 증거와의 정합성, 허위로 진술할 만한 동기가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 최종적으로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진술분석 의견서 하나만으로 다른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죄가 인정되는 사례는 드물고, 오히려 의견서의 결론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나면 법원이 의견서보다 다른 증거를 우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어하는 쪽에서 의견서의 존재만으로 지레 불리하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의견서가 다른 증거들과 함께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를 전체적으로 따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진술분석 의견서는 신빙성 판단을 돕는 보조자료일 뿐,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 그 결론이 법관을 구속하지 않는다.

법원이 진술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 — 성인지 감수성과 함께

진술분석 의견서를 포함해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법원이 실제로 살펴보는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는지, 경험칙에 비추어 자연스러운지, 피해자가 가해자를 무고할 만한 동기가 있는지, 진술이 다른 물증이나 정황과 들어맞는지가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다만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기준이 함께 강조됩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사건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른바 피해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이나 통념에 따라 진술의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예컨대 피해 이후에도 가해자와 연락을 계속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거나, 진술 중 사소한 부분이 오락가락한다는 사정만으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이 기준은 진술분석 의견서를 해석할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의견서가 진술의 일부 비일관성을 지적하더라도, 그 비일관성이 피해자의 나이·발달 단계·심리 상태에 비추어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범위인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정에서 다투는 법 — 반대신문과 방법론 공격

진술분석 의견서가 증거로 제출됐다고 해서 그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인으로 채택된 전문가는 증인과 마찬가지로 법정에 출석해 신문을 받고, 상대방 당사자는 반대신문을 통해 분석 방법과 결론의 타당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방어하는 쪽에서 통상 제기하는 쟁점은 분석에 사용된 진술이 유도신문이나 반복된 면담 과정에서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분석 대상이 된 진술 자료가 충분한지, 준거기반 내용분석 같은 기법 자체가 가진 오류 가능성을 전문가가 충분히 감안했는지 등입니다.

준거기반 내용분석은 실제 경험 진술과 허위 진술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절대적인 도구가 아니라, 신빙성의 방향을 가늠하는 보조 기법이라는 점이 학계에서도 널리 지적됩니다. 면담자의 질문 방식이 폐쇄형인지 개방형인지, 면담 횟수가 몇 차례였는지, 면담 시점이 사건 발생 시점과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에 따라 같은 진술이라도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 신문에서는 결론 자체보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와 전제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한 공략 지점이 됩니다.

전문가 본인의 자격과 경력을 다투는 것도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방어 방법입니다. 진술분석 업무를 수행할 만한 교육과 수련 과정을 거쳤는지, 유사 사건에서 분석을 수행한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 기준을 적용하면서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는지를 신문 과정에서 짚을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피고인 측이 별도로 사설 전문가에게 동일한 자료를 재분석하도록 의뢰해, 기존 의견서와 배치되는 결과를 법정에 함께 제출하는 방법도 활용됩니다.

실제 재판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 구체 사례로 보는 적용

예를 들어 아동 피해자가 최초 진술과 이후 조사 과정에서 사건 발생 순서나 장소에 관한 세부 사항을 다르게 말한 사건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피고인 측은 이 불일치를 근거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하려 하고, 검찰 측은 진술분석 의견서를 통해 그 불일치가 아동의 인지 발달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려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의견서의 분석뿐 아니라 최초 신고 경위, 진술이 이뤄진 면담 환경, 다른 목격자나 물증의 존재 여부를 함께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성인 피해자 사건에서 진술분석 의견서가 오히려 진술의 일부 세부사항이 실제 경험에서 통상 나타나는 구체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의견서가 제출되면 검찰 측이 다른 정황증거나 진술의 나머지 부분으로 이를 보완하려 시도하고, 피고인 측은 의견서의 지적을 다른 증거 부족과 연결지어 무죄를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합니다. 어느 경우든 진술분석 의견서 하나가 사건의 결론을 좌우하기보다, 전체 증거 구조 속에서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공통적입니다.

지연신고 사건에서는 진술분석 의견서가 다른 각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신고가 늦어진 경위, 그 사이 피해자의 심리 상태 변화, 처음 주변 사람에게 알렸을 때의 진술과 이후 수사기관 진술 사이의 연결성을 분석 대상에 포함시켜, 시간이 지나며 진술이 구체화되거나 정리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범위인지를 평가하는 식입니다. 이런 사건일수록 의견서 한 건보다 최초 신고 시점부터 누적된 진술 전체의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그림이 나옵니다.

의견서를 받았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 실무 체크포인트

수사기록이나 증거목록에서 진술분석 의견서를 확인했다면, 다음 사항을 순서대로 점검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 작성자 자격 — 국립과학수사연구원·대검찰청 진술분석관·정신건강의학과의사·임상심리전문가 중 어디 소속이고 어떤 자격을 갖췄는지 확인.

  • 분석 방법 명시 여부 — 준거기반 내용분석 등 구체적으로 어떤 기법을 사용했고 그 기법의 한계를 스스로 언급했는지 확인.

  • 자료의 범위 — 분석 대상이 된 진술이 몇 회, 어떤 방식(영상녹화·면담기록)으로 수집된 것인지 확인.

  • 법정 출석 여부 — 작성자가 증인·감정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고 반대신문을 받았는지 확인.

  • 다른 증거와의 정합성 — 의견서 결론이 물증·정황증거·다른 진술과 부합하는지, 상충하는 부분은 없는지 대조.

이 다섯 가지를 짚어보면 의견서가 실제로 증거로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아니면 절차나 방법론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지가 상당 부분 드러납니다. 특히 법정 출석 여부는 앞서 살펴본 형사소송법 제313조·제314조에 따른 증거능력 문제와 직결되므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진술분석 의견서만으로 유죄가 인정될 수 있나요?

A.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의견서의 결론이 곧바로 유죄 인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은 의견서를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의견서 하나만으로 다른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Q. 진술분석 전문가가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의견서는 쓸 수 없나요?

A. 원칙적으로 작성자가 법정에 출석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야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사망이나 소재불명처럼 출석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고 특신상태가 증명되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아동 피해자는 반드시 전문가 의견을 받아야 하나요?

A.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법률상 원칙적으로 전문가 의견 조회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밖의 사건에서는 필요에 따라 재량으로 이뤄집니다.

Q. 피고인 측도 진술분석 의견서를 반박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전문가에 대한 반대신문으로 분석 방법과 전제의 타당성을 다툴 수 있고, 필요하면 별도의 전문가 의견을 제출해 기존 의견서의 결론에 반박하는 것도 실무상 활용되는 방법입니다.

Q.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면 무조건 신빙성이 부정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성인지 감수성 기준에 따라 법원은 진술 변경의 경위와 이유, 피해자의 나이나 심리 상태를 함께 살펴보며, 사소한 세부사항의 변화만으로 진술 전체를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Q. 진술분석관과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은 다른가요?

A. 수사 단계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의뢰하는 진술분석관과 재판 단계에서 법원이 명하는 감정인은 소속과 절차가 다를 수 있지만,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두 경우 모두 형사소송법상 감정서에 관한 증거능력 요건을 동일하게 충족해야 합니다.

맺음말

진술분석 전문가 의견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료이지만, 그 자체로 유죄나 무죄를 결정짓는 증거는 아닙니다. 증거로 쓰이려면 감정서로서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능력 요건을 갖춰야 하고, 그 이후에도 법관의 자유심증에 따른 종합적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의견서를 받아든 입장이 피해자든 피고인이든, 작성자의 자격과 분석 방법, 법정 출석 여부, 다른 증거와의 정합성을 하나씩 짚어보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분석 의견서가 제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의견서의 내용과 절차를 꼼꼼히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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