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국적 아버지의 국내 재산, 준거법은 어떻게 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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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국적 아버지의 국내 재산, 준거법은 어떻게 정해질까? 

김강희 변호사


외국 국적 아버지의 국내 재산, 준거법은 어떻게 정해질까?


사건 개요


아버지가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해 그곳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수십 년을 살다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면, 자녀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는 상실감이고, 다른 하나는 낯선 절차입니다. 아버지 명의로 국내에 남아 있는 아파트나 상가를 정리하려고 등기소나 법무사 사무실을 찾으면 십중팔구 처음 듣는 질문을 받습니다. "피상속인이 외국 국적이니 어느 나라 법으로 상속받는지부터 확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분명 서울의 부동산이고, 상속받을 사람도 전부 한국에 사는 한국 국적 자녀들인데 왜 미국법을 따져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 상당수가 바로 이 지점에서 절차가 멈춘 채 몇 달째 등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준거법을 확정하지 못하면 상속인의 범위도, 상속분도, 심지어 등기 신청에 필요한 서류 목록조차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내 부동산이라 해도 상속 그 자체의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국적국법(본국법)을 따릅니다. 다만 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는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한국 민법으로 되돌아오는지는 아버지의 생전 국적 관계와 그 나라 국제사법이 부동산 상속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절차를 진행하면 등기소에서 서류를 반려당하거나, 상속인 범위를 잘못 정한 채 협의를 마쳤다가 뒤늦게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절차의 방향을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국제사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아버지의 '본국법'이 무엇인지입니다(국제사법 제77조 제1항 — 상속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따른다). 둘째, 아버지가 귀화하면서 한국 국적을 정식으로 이탈했는지, 아니면 서류상 정리하지 못한 채 이중국적으로 남아 있었는지입니다 — 이에 따라 본국법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같은 법 제16조). 셋째, 본국법이 외국법으로 확정되더라도 그 나라의 국제사법(저촉규정)이 국내 부동산에 대해서는 소재지법, 즉 한국법을 지정하고 있는지입니다(같은 법 제22조 반정). 이 세 갈래는 순서대로 검토해야 하며, 어느 하나를 건너뛰면 상속인 확정과 등기 신청 자체가 흔들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아버지의 '본국법'부터 정확히 확정하기


준거법 판단은 감(感)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로 하나씩 짚어가며 확정하는 작업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사망 당시의 국적 관계를 공적 서류로 먼저 확인합니다.

시민권증명서, 여권, 출입국사실증명,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아버지가 사망 당시 실제로 어느 나라 국적을 갖고 있었는지부터 확정합니다. 실무에서는 외국에서 귀화하면서도 한국 국적이탈 신고를 미처 마치지 못해 서류상 이중국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국제사법 제16조 제1항 단서는 이중국적자 중 하나가 대한민국 국적이면 다른 국적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법을 본국법으로 한다고 명시합니다. 즉 아버지가 한국 국적을 정식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준거법 문제는 그 순간 사실상 정리됩니다 — 그냥 우리 민법이 적용됩니다. 반대로 정식 국적이탈이 확인되면 본국법은 외국법입니다.

2) 본국법이 외국법으로 확정되면, 그 나라의 국제사법 자체를 확인합니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영미법계 다수 국가는 상속을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법을 적용하는 태도(이른바 분할주의)를 취하며, 부동산에 대해서는 그 부동산이 있는 나라의 법을 따르도록 정해 둔 경우가 흔합니다. 이 경우 아버지의 본국법이 지시하는 자국의 국제사법 규정을 다시 따라가 보면, 국내 부동산에 대해서는 결국 한국법을 지정하고 있는 상황이 생깁니다. 국제사법 제22조는 이렇게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나라 법에 따라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법(준거법 지정에 관한 법규는 제외)에 따른다고 정합니다(이른바 반정). 반정이 인정되면 국내 부동산 상속에는 결과적으로 우리 민법이 적용됩니다. 반대로 대륙법계처럼 상속재산 전체를 본국법 하나로 통일해 다루는 나라(단일주의)라면 반정이 발생하지 않고 외국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아버지 나라의 상속법'만 볼 것이 아니라 '아버지 나라가 국제 상속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까지 확인해야 정확한 결론이 나옵니다.

3) 아버지가 생전에 유언으로 준거법을 직접 지정했는지 확인합니다.

국제사법 제77조 제2항은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지정 당시 상거소지법(사망 시까지 그 나라에 상거소를 유지한 경우에 한함) 또는 부동산 소재지법 중 하나를 상속의 준거법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이 지정 문구가 있는지, 있다면 지정 요건(상거소 유지 등)을 실제로 충족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지정이 유효하면 앞서 살펴본 본국법 원칙보다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검토 순서를 건너뛰면 전혀 다른 법을 적용해 놓고도 그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준거법에 맞춰 상속인·상속분을 확정하고 등기까지 마무리하기


준거법이 정해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법에 맞춰 상속인의 범위와 몫을 다시 계산하고, 국내 등기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서류를 갖추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1) 확정된 준거법에 따라 상속인 범위와 상속분을 다시 계산합니다.

반정이 인정되어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면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 순위·상속분 등 익숙한 기준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그러나 반정이 인정되지 않아 외국법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그 나라 상속법이 정한 상속인의 범위와 몫을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배우자에게 우선 배분하는 나라, 자녀들에게 균등 배분하는 나라, 유류분 제도 자체가 없거나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나라 등 편차가 크므로, 국내 민법 기준을 임의로 대입해서는 안 됩니다.

2) 상속관계를 국내 등기소가 인정할 수 있는 서류로 변환합니다.

일본·대만처럼 상속증명제도가 있는 나라는 그 나라가 발급하는 상속증명서를 확보하면 되지만, 그런 제도가 없는 나라(미국 다수 주 포함)라면 각 상속인의 출생증명서·혼인증명서 등 가족관계 서류와 함께 "신청인 외 다른 상속인이 없다"는 취지의 선서진술서를 갖추어야 합니다. 여기에 적용된 외국법 조문의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제출해야 등기관이 준거법 적용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류 하나가 빠지면 심사가 그대로 멈추므로, 처음부터 목록을 세워 순서대로 확보하는 것이 지연을 막는 길입니다.

3) 다툼 여부에 따라 절차의 창구를 나눕니다.

상속인 사이에 이견이 없는 단순한 명의이전이라면 법원을 거치지 않고 등기소 신청만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속재산분할 등으로 다툼이 생기면 국내 법원에 사건을 가져갈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국제사법 제76조 제1항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일상거소를 대한민국에 두고 있었던 경우 국내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합니다. 아버지처럼 오랫동안 외국에 거주하다 그곳에서 사망한 경우라면 이 요건을 그대로 충족하지 못할 수 있어, 관할 자체를 별도로 검토한 뒤 절차를 설계해야 합니다.


결론


국내에 남은 부동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 문제가 국내법 하나로 간단히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본국법 원칙, 이중국적자 특칙, 반정, 유언에 의한 준거법 지정까지 순서대로 짚어야 비로소 어느 법을 따라야 하는지가 확정되고, 그 결론에 따라 상속인의 범위와 등기에 필요한 서류가 달라집니다.

지금 아버지 명의의 국내 재산을 정리하려는데 국적 문제로 절차가 멈춰 있다면, 국적 관계 서류부터 다시 확인하고 준거법 판단을 먼저 세운 뒤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막막하게 느껴지신다면, 지금 상황에서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부터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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