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이나 가족이 "배심원 앞에서 사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다르게 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국민참여재판을 알아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확인해보면 자신이 받는 죄명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답을 듣고 당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대상 여부는 사건이 얼마나 억울한지, 사회적으로 얼마나 관심을 받는지가 아니라 그 죄에 걸린 법정형이 법으로 정한 기준을 넘는지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같은 마약류관리법위반이라도 단순히 투약하거나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대상이 되지 않고, 매매·매매알선이나 밀수(수출입)처럼 유통에 관여한 경우에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기준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조문을 따라가며 설명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민참여재판, 마약사건이라고 다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재판에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양형에 관해서도 의견을 내는 제도입니다. 법관은 배심원의 평결에 법적으로 기속되지는 않지만, 실무상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의견을 상당히 존중해 재판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모든 형사사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이 정한 일정한 범위의 사건에만 적용됩니다. 피고인이 아무리 강하게 신청 의사를 밝혀도, 애초에 대상사건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 죄명이라면 국민참여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습니다.
마약류관리법위반 사건에서 이 구분이 특히 헷갈리는 이유는 죄명은 똑같이 '마약류관리법위반'인데, 실제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에 따라 대상 여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매매·매매알선을 한 경우와 투약·단순소지만 한 경우는 검찰이 적용하는 조항 자체가 다르고, 그 조항에 정해진 법정형의 무게도 크게 다릅니다. 이 법정형의 차이가 바로 국민참여재판 대상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이 됩니다. 다음 항목에서 그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대상 여부는 사건의 억울함이나 사회적 관심이 아니라, 그 죄에 정해진 법정형이 법률상 기준을 넘는지로 정해진다.
대상사건을 가르는 진짜 기준 — 합의부 관할과 법정형 하한
국민참여재판법 제5조 제1항은 참여재판 대상사건의 범위를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합의부 관할사건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참여재판법이 독자적으로 대상 죄명을 하나하나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법원에서 판사 한 명이 아니라 판사 세 명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심판하도록 정해진 사건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 제3호는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지방법원 합의부가 제1심으로 심판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기 1년 이상'이라는 표현입니다.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말은 그 죄에 정해진 법정형의 하한, 즉 판사가 선고할 수 있는 형의 최저치가 1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처럼 상한만 정해져 있고 하한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론상 징역형의 최저 하한부터 선고가 가능한 죄이므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관할하게 됩니다. 반대로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징역'처럼 하한 자체가 1년을 넘게 정해져 있다면 무조건 합의부 관할이 되고, 그 사건은 국민참여재판법이 정한 대상사건에 해당하게 됩니다. 결국 마약사건이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되는지는 검찰이 어떤 조항으로 기소했는지, 그 조항의 법정형 하한이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합의부 관할 기준(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 제3호) — 법정형 하한이 사형·무기 또는 징역·금고 1년 이상인 사건.
하한이 없거나 1년에 못 미치는 죄는 원칙적으로 지방법원 단독판사 관할.
국민참여재판법 제5조 제1항 — 위 합의부 관할사건을 그대로 참여재판 대상사건으로 규정.
법정형의 하한이 1년 이상인지 여부가 합의부 관할과 국민참여재판 대상 여부를 동시에 가른다.
매매·매매알선이 무겁게 처벌되는 이유 — 마약류관리법 제58조
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은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한 자, 또는 그러한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정형의 하한이 5년으로, 앞서 본 합의부 관할 기준인 '단기 1년 이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마약뿐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 가운데 오남용 위험이 크게 분류된 종류의 매매·매매알선·제조·수출입에도 같은 법 제58조·제59조에 걸쳐 마약류 종류별로 단계적으로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어느 종류든 매매·매매알선처럼 유통에 직접 관여한 행위는 예외 없이 합의부 관할, 곧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매매·매매알선을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는 그 행위가 미치는 파급력 때문입니다. 투약자 한 명의 자기 사용은 그 사람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데 그치지만, 매매·매매알선은 마약류가 시중에 유통되는 통로를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판매책 한 명이 적발되어도 그 판매책에게서 물건을 산 투약자가 여러 명 존재하는 구조가 대부분이어서, 매매행위 하나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위험이 단순 투약보다 훨씬 크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법정형 자체가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되어 있고, 이는 곧 국민참여재판 대상 여부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밀수(수출입)가 참여재판 대상이 되는 구조 — 국경을 넘는 유통의 특수성
마약류관리법 제58조가 규율하는 '수출입'이 바로 흔히 말하는 밀수입·밀수출입니다. 국내에서 재배·제조하지 않고 해외에서 마약류를 들여오거나 내보내는 행위로,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이용한 밀수입, 여행자가 직접 몸에 소지하고 입국하는 방식, 해외 판매자와 접촉해 배송받는 방식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모두 같은 조항이 적용됩니다. 수출입 역시 매매와 마찬가지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이 적용되어 명백히 합의부 관할,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이 됩니다.
밀수 사건이 특히 무겁게 다뤄지는 또 다른 이유는 관세법위반죄와 마약류관리법위반죄가 함께 성립해 경합범으로 가중처벌되는 경우가 많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마약류사범 가중처벌 규정이 함께 적용되어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밀수 사건은 대개 공급책·운반책·수령책 등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눠 관여하는 구조라 공범이 많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런 사건적 성격 때문에 밀수 사건은 매매 사건보다도 오히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흔하고, 그만큼 국민참여재판을 고려할 실익도 함께 커집니다.
수출입(밀수)은 매매와 같은 마약류관리법 제58조가 적용되어 법정형 하한이 5년으로, 사실상 예외 없이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이 된다.
단순투약·단순소지가 대상에서 빠지는 이유 — 낮은 법정형과 단독판사 관할
자기 사용을 위해 투약하거나 소지만 한 경우는 매매·수출입·제조와는 별도의 벌칙조항으로 규율됩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를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로 나누고, 향정신성의약품은 다시 오남용 위험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세분해 각기 다른 벌칙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히 문제 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의 단순 소지·소유·사용(투약)은 마약류관리법 제60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데, 이 조항은 상한만 정해져 있을 뿐 하한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정형의 하한이 없다는 것은 앞서 본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 제3호의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단순투약·단순소지 사건은 원칙적으로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관할하는 사건이 되고, 국민참여재판법 제5조가 정한 합의부 관할사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빠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초범이고 투약량이 소량이며 반성하는 태도가 뚜렷한 경우에는 정식 기소 없이 기소유예나 약식명령(벌금형)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실무상 적지 않아, 애초에 정식 재판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매·매매알선·수출입(밀수)·제조 — 마약류관리법 제58조, 법정형 하한 5년 이상 → 합의부 관할·국민참여재판 대상.
단순투약·단순소지(자기 사용 목적) — 마약류관리법 제60조, 하한 없는 10년 이하 징역 → 단독판사 관할·국민참여재판 대상 아님.
초범·소량·반성 뚜렷 — 기소유예·약식명령으로 종결돼 정식 재판 자체가 없는 경우도 다수.
대상사건이라도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 의사확인서와 배제결정
매매·밀수처럼 대상사건에 해당한다고 해서 국민참여재판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참여재판법 제8조는 법원이 대상사건의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그 의사를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의사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즉 대상사건이라도 피고인이 직접, 그것도 정해진 기간 안에 신청 의사를 밝혀야만 절차가 시작되는 구조입니다.
피고인이 신청했더라도 법원이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에 따라 배제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유도 있습니다.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함께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배심원의 안전이나 공정한 직무 수행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그 밖에 사건의 성질에 비추어 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입니다. 마약 매매·밀수 사건은 공급책·운반책·수령책 등 공범이 여러 명 관여하는 구조가 많아, 공범 중 한 명이라도 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으면 전체가 배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상사건이라도 피고인이 공소장 부본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고, 법원의 배제결정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매매·밀수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지의 실무적 판단
대상사건에 해당한다고 해서 무조건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범행 사실 자체를 다투지 않고 정상관계(초범 여부, 반성, 가담 정도, 치료 의지 등)를 주된 쟁점으로 다투는 사건이라면, 배심원단 구성과 평결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국민참여재판보다 통상의 재판절차에서 양형자료를 충실히 제출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자백의 임의성, 공범 진술의 신빙성처럼 증거관계 자체를 다툴 지점이 뚜렷한 사건이라면, 법률전문가인 판사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상식적 판단을 함께 받아보는 것이 방어전략상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마약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점은 신청 여부를 판단할 때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변수입니다. 배심원은 법관과 달리 양형기준이나 유사 판례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접하기 때문에, 사건에 따라서는 오히려 통상의 재판보다 엄격한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매매·밀수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는 증거관계, 다툴 쟁점의 성격, 공범 구조, 배심원단 앞에서 드러날 사건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필로폰을 투약만 하고 판매는 하지 않았는데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단순 투약·소지에 그친 경우라면 마약류관리법상 매매·수출입·제조와 다른 조항이 적용되어 법정형 하한이 낮게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방법원 단독판사 관할이 되어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실제 적용 조항과 법정형은 공소사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공소장을 직접 확인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투약과 매매 혐의가 함께 기소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매매 혐의가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 해당하고 투약 혐의가 형사소송법상 관련사건으로 병합되어 함께 심리된다면, 전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민참여재판법 제8조·제9조에 따른 의사확인과 배제결정 절차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Q.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형이 가벼워지나요?
A.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이 유무죄와 양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일 뿐, 신청 자체가 감형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사건에 따라 배심원의 판단이 통상의 재판보다 관대할 수도, 엄격할 수도 있어 일률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Q. 밀수 사건은 항상 국민참여재판 대상인가요?
A. 마약류를 수출입한 경우는 대체로 마약류관리법 제58조 등 법정형 하한이 높은 조항이 적용되어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적용 법조와 구체적 공소사실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Q.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가 취소할 수 있나요?
A.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다시 밝혀 절차를 철회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절차가 일정 단계를 지나면 철회가 제한될 수 있어 신청 전에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공범 중 한 명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으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에 따라 전체 사건에 대해 배제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공범 전원이 통상의 재판절차로 진행됩니다.
맺음말
마약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대상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하나입니다. 그 사건에 적용되는 법정형의 하한이 법원조직법이 정한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을 넘는지 여부입니다. 매매·매매알선·수출입(밀수)·제조처럼 유통에 관여한 행위는 마약류관리법 제58조 등에 따라 법정형 하한이 높게 설계되어 있어 대체로 대상이 되고, 자기 사용을 위한 단순투약·단순소지는 하한이 낮거나 없는 별도 조항이 적용되어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는 원칙적인 구조일 뿐이고, 실제로는 공소사실에 적용된 구체적 조항과 죄수 관계, 다른 혐의와의 병합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상사건에 해당하더라도 신청 여부와 그 실익은 증거관계와 다툴 쟁점의 성격을 따져 판단해야 할 문제이므로, 공소장을 받은 시점부터 7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이 판단을 마쳐야 한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수원지검·수원구치소 인근에서 마약 사건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공소장을 받자마자 국민참여재판부터 신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소장을 받았다면 먼저 적용된 법조와 법정형을 확인하고, 신청 여부는 그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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