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이든 임야든, 어느 날 보니 고압 송전선이 자기 땅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토지 소유자가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구분지상권을 설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제로는 법정 안전거리에 들어가는 상공 부분 전체에 대해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애초에 협의 절차 자체가 없었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구분지상권 보상과 이후의 토지 사용료는 별개의 문제이고, 보상금을 한 번 받았다고 해서 그 뒤로 발생하는 사용이익까지 전부 정산된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송전선이 지나는 토지에서 구분지상권 보상이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이뤄지는지, 그리고 보상 범위 밖에서 계속 발생하는 사용료를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근거와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구분지상권이란 무엇인가 — 송전선이 토지 위를 지나갈 때 생기는 권리
토지 소유권은 지표면에만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민법 제212조는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고 정하고 있어, 지표뿐 아니라 그 위아래 공간에 대해서도 소유자가 이용·수익할 권리를 가집니다. 고압 송전선이 토지 상공을 통과하면 이 상공 이용권이 그만큼 제한되므로,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토지소유자로부터 정당한 법적 권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때 사업자가 취득하는 권리가 바로 구분지상권입니다.
민법 제289조의2 제1항은 "지하 또는 지상의 공간은 상하의 범위를 정하여 건물 기타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지상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일반 지상권과 달리 토지 전체가 아니라 특정 높이 구간, 즉 상공의 일부만을 목적물로 삼는 권리이고, 그 범위 밖의 지표면은 여전히 토지소유자가 종전대로 경작하거나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안전상 제한이 함께 걸려 있는 경우 실질적인 이용 제약은 등기된 범위보다 넓게 남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이 뒤에서 볼 분쟁의 핵심입니다.
토지 소유권은 지표뿐 아니라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의 상공에도 미치므로(민법 제212조), 송전선이 그 상공을 통과한다면 사업자는 구분지상권이라는 별도의 권원을 확보해야 한다.
한전이 구분지상권을 설정하는 절차 — 협의와 재결의 갈림길
전원개발촉진법은 발전소·변전소·송전선로 등 전원설비를 설치하는 전원개발사업자가 필요한 토지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 법에 따라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받으면, 개별 토지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구분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적인 절차입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원개발사업자는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할 수 있고, 재결이 내려지면 협의 없이도 구분지상권을 취득하되 보상금을 공탁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문제는 수십 년 전에 설치된 송전선 중에는 이런 협의·재결 절차 자체가 생략됐거나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토지는 등기부를 확인해도 구분지상권 등기 자체가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협의로 구분지상권을 설정하지 못하면 재결을 거쳐야 하고, 협의도 재결도 없이 보상 없이 설치된 송전선이라면 애초에 정당한 권원 자체가 없는 상태일 수 있다.
보상금 산정 기준 — 입체이용저해율과 시행령상 이격거리
구분지상권 설정 보상금은 토지 전체 가격이 아니라, 상공 이용이 제한되는 정도에 비례해 산정됩니다. 감정평가 실무에서는 '입체이용저해율'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토지의 지상 공간을 층별로 나눠 송전선이 지나가는 구간의 이용가치가 얼마나 저해되는지를 비율로 계산하고, 그 비율을 토지가격에 곱해 보상금을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은 선하지, 즉 송전선로 바로 아래 토지에 대한 구분지상권 설정 보상의 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른 보상 대상 범위는 통상 송전선 양측 가장 바깥선으로부터 시행령이 정한 일정 거리(3미터) 이내의 상공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실무에서 보상금 협의나 재결이 이 범위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보상금은 토지 전체가 아니라 상공 이용이 실제로 제한되는 범위에 비례해 산정되고, 그 산정 기준선은 관계 법령과 시행령이 정한 이격거리다.
법정 안전거리와 실제 보상 범위의 간극 — 새로운 사용료가 발생하는 지점
실제 분쟁은 여기서 벌어집니다. 한국전기설비규정은 감전·화재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송전선과 건조물·수목 사이에 유지해야 할 최소 거리를 사용전압별로 정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용전압이 345킬로볼트인 경우 최소 7.65미터, 765킬로볼트인 경우 최소 13.95미터의 이격거리를 두도록 하는 식입니다. 반면 앞서 본 구분지상권 설정·보상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범위는 시행령상 3미터 이내로 한정돼 있어, 두 수치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생깁니다.
법정 안전거리 안에 있는 상공이라면 토지소유자는 그 구간에 건물을 짓거나 수목을 심는 등 실질적인 이용을 할 수 없는데도, 보상금은 3미터 이내 범위만을 기준으로 지급됩니다. 다시 말해 실제로 이용이 제한되는 상공 면적과 보상금 산정의 근거가 된 상공 면적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그 차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보상 없이 이용이 제한된 채로 남아 있게 됩니다.
345kV 송전선 — 법정 이격거리 7.65m, 보상 산정 기준 3m (차액 구간은 미보상 상태로 남을 수 있음)
765kV 송전선 — 법정 이격거리 13.95m, 보상 산정 기준 3m (차액이 더 크게 벌어짐)
확인 방법 — 측량감정으로 자신의 토지 위 송전선의 실제 높이와 이격거리를 산출해 보상받은 범위와 비교
보상금은 시행령이 정한 3미터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안전을 위해 실제로 요구되는 이격거리는 전압에 따라 그보다 훨씬 넓어 그 차액 구간은 보상 없이 이용이 제한된 채로 남을 수 있다.
법원이 인정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 — 임료 상당액 산정 기준
대법원은 토지의 상공에 고압전선이 통과함으로써 토지소유자가 그 상공의 이용을 제한받게 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토지소유자는 전선을 소유하는 자를 상대로 이용이 제한되는 상공 부분에 대한 임료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14083 판결). 이 판례는 관계 법령이 고압전선과 건조물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그 거리 이내의 상공 부분은 토지소유자의 이용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구분지상권 보상금이 지급됐더라도 그 보상 범위가 법정 이격거리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는 별도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정 이격거리 부족분에 대한 청구는 추가 보상이 아니라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성격을 가지므로, 관계 법령이 정한 단기의 권리행사기간이 아니라 민법의 일반 소멸시효 법리가 적용된다고 본 것입니다.
상공 이용이 실제로 제한되고 있다면, 보상금을 받았는지와 별개로 그 제한된 범위에 대한 임료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기준이다.
소멸시효와 청구 가능 기간 — 언제까지의 몫을 받을 수 있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741조에 근거한 채권으로, 별도의 단기 시효 규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립니다. 송전선 상공 이용에 따른 부당이득은 하루하루, 실질적으로는 매년 계속해서 발생하는 성격을 가지므로, 실무에서는 이를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채권으로 보아 각 시점의 부당이득이 그 시점부터 각각 별도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지금 청구를 하더라도 과거 전체 기간의 사용료를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역산해 10년 이내에 발생한 부분만 온전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오래된 기간분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돼 청구가 어렵습니다. 다만 소멸시효는 청구나 채무승인 등의 사유로 중단될 수 있으므로, 한전과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었거나 일부 금액을 이미 지급받은 이력이 있다면 그 경위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매년 새로 발생해 각각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므로, 청구가 늦어질수록 돌려받을 수 있는 과거분의 범위가 줄어든다.
실제 적용 사례로 보는 확인 절차 — 등기부·측량·감정평가
가상의 사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20년 전 조성된 농지 위로 154킬로볼트 송전선이 지나가고 있고, 토지소유자는 당시 한전으로부터 약간의 보상금을 받은 기억은 있지만 정확한 근거서류나 구분지상권 등기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런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등기부등본입니다. 구분지상권이 등기돼 있다면 그 등기사항에 설정 범위(폭·높이)와 존속기간, 지료(地料) 약정 여부가 기재돼 있어 보상 범위를 가늠할 첫 단서가 됩니다.
등기가 없거나 등기된 범위가 실제 송전선 위치와 다르다면, 측량감정을 통해 실제 송전선의 높이와 경과지 폭을 확인하고, 이를 앞서 본 전압별 법정 이격거리 기준과 대조해 실제 이용제한 구간을 산출해야 합니다. 그다음 감정평가로 그 구간의 임료 상당액을 산정하면, 기존에 지급받은 보상금과의 차액이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의 기준이 됩니다.
등기부등본 — 구분지상권 등기 여부, 설정 범위·존속기간·지료 약정 확인
측량감정 — 실제 송전선의 높이와 경과지 폭 산출
전압별 법정 이격거리 대조 — 실제 이용제한 구간 확정
감정평가 — 제한 구간의 임료 상당액 산정, 기지급 보상금과 차액 계산
등기부에 없는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 권리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권리일 뿐이며, 측량과 감정평가를 거쳐야 비로소 청구할 금액의 근거가 마련된다.
실무 유의점 — 오래된 송전선과 협의 없이 설치된 경우
수십 년 전 설치된 송전선 중에는 애초에 협의도 재결도 거치지 않은 채 시설된 경우가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한전은 정당한 권원 없이 타인의 토지를 사용해 온 것이므로, 구분지상권 보상 여부와 무관하게 사용 기간 전체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다만 앞서 본 대로 청구 시점 기준 10년분으로 제한됩니다). 반대로 협의는 있었지만 보상금 지급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물가·지가가 크게 오른 경우, 과거 보상금이 낮았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정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구분지상권 보상금은 그 설정 당시를 기준으로 한 번에 정산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청구 절차는 통상 한전에 내용증명으로 사용료 상당 부당이득 반환을 먼저 요청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으로 나아가는 순서를 밟습니다. 소송에서는 감정평가 결과가 사실상 청구금액의 핵심 증거가 되므로, 소 제기 전 단계에서부터 측량감정과 임료감정을 준비해 두는 쪽이 절차를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협의도 재결도 없이 설치된 송전선은 정당한 권원 없는 토지 사용이므로, 구분지상권 보상 여부와 무관하게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대상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분지상권 보상금을 이미 받았다면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는 게 없나요?
A. 받은 보상금이 법정 이격거리 전체가 아니라 시행령상 기준 범위(통상 3미터 이내)만을 대상으로 산정된 경우라면, 그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별도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보상금 산정 범위와 실제 이격거리를 직접 비교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Q. 송전선이 설치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매년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취급되므로, 설치된 지 오래됐더라도 청구 시점 기준 최근 10년분에 대해서는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보다 오래된 기간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청구가 어렵습니다.
Q. 등기부에 구분지상권이 등기돼 있지 않으면 한전이 아예 권원이 없는 건가요?
A. 등기가 없다는 것은 협의나 재결 절차 자체가 없었거나 등기가 누락됐을 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정당한 권원 없이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다만 재결을 거쳐 보상금을 공탁한 경우에는 등기 없이도 권원이 인정될 수 있어 절차 이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Q. 사용료 상당 부당이득 금액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통상 감정평가를 통해 제한되는 상공 구간의 면적과 그에 대한 임료 상당액을 산정하고, 여기서 이미 지급받은 보상금이 있다면 그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정확한 금액은 사안별 감정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Q. 협의 없이 소송부터 제기해도 되나요?
A. 소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전을 상대로 한 사안은 내용증명으로 사용료 상당 부당이득 반환을 먼저 요청하고 협의 여지를 확인한 뒤 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의 단계에서 감정평가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면 절차가 단축될 수 있습니다.
Q. 토지를 최근에 매수했는데 예전 소유자가 받은 보상금과 관계없이 제가 청구할 수 있나요?
A. 부당이득은 현재 그 토지를 소유하며 이용을 제한받고 있는 자에게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수 이후 기간에 대한 부당이득은 현재 소유자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 이전 기간분은 원칙적으로 전 소유자에게 귀속되므로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송전선이 지나는 토지는 구분지상권 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보상 범위가 법정 안전거리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에 해당하는 상공 이용제한에 대해서는 별도로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등기부·측량·감정평가를 통해 실제 이용제한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청구의 출발점입니다.
특히 양평·처인구 등 넓은 농지·임야에 송전선이 지나는 사례가 많은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오래전 설치된 송전선의 보상 이력이 불분명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소멸시효가 매년 진행되는 만큼, 청구를 고민하고 있다면 등기부와 보상 이력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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