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건넨 '비타민', 신종 마약이었다면 — 고의 다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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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건넨 '비타민', 신종 마약이었다면 — 고의 다투기 

김강희 변호사


지인이 건넨 '비타민', 신종 마약이었다면 — 고의 다투기


사건 개요


가까운 지인이 "몸에 좋은 영양제"라며 알약이나 가루를 건네는 경우가 있습니다. 포장도 없이 낱개로 받거나, 지퍼백에 소분된 하얀 캡슐을 받아 별다른 의심 없이 몇 차례 먹었을 뿐인데, 얼마 뒤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그 물질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시마약류로 새로 지정한 신종 향정신성물질로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그것이 마약류인지 전혀 몰랐고 그저 건강보조식품인 줄 알았을 뿐인데, 수사기관은 소지·투약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런 상담을 받아 보면 의뢰인 대부분이 "몰랐다고 하면 안 믿어 주느냐"며 답답해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몰랐다'는 진술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임시마약류 관련 범죄는 고의범이기 때문에, 검찰이 유죄를 구하려면 행위자가 그 물질이 마약류에 해당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소지·섭취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 사건의 승패는 '먹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는지'를 둘러싼 정황 다툼에서 갈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제로 그 물질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했고 인식할 만한 사정도 없었다면 고의가 조각되어 무혐의(불기소)를 다툴 여지가 충분합니다. 다만 이는 진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전달 경위와 주변 정황을 처음부터 얼마나 촘촘하게 재구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형법 제13조가 정한 대로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사실, 즉 그 물질이 마약류일 가능성을 인식했는지입니다. 판례의 확립된 흐름상 정확한 화학명이나 성분까지 알 필요는 없고, 마약류에 해당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면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됩니다. 둘째, 문제 물질이 감정을 거쳐 실제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임시마약류(제5조의2)나 향정신성의약품(제2조 제3호)으로 유효하게 지정·고시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지정 시점이 행위 시점보다 앞서 있었는지입니다. 셋째, 이 사건이 단순 소지·투약에 그치는지, 아니면 지인에게 나누어 준 정황까지 있어 수수·제공으로 확대되는지입니다.

세 가지 중에서도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것은 첫 번째, 즉 고의의 유무입니다. 미필적 고의의 인정 범위가 넓게 운용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몰랐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 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을 갖추어야 실제로 방어력을 가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물질에 대한 인식 자체를 사실관계로 다투기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의뢰인이 그 물질을 받고 섭취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진짜로 몰랐던 사람의 행동에는 몰랐던 사람다운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고, 그 흔적을 수사 초기부터 정리해 두어야 나중에 진술이 신빙성을 갖습니다.

1) 전달 경위와 당시 표현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말과 함께 물건을 건네받았는지, 포장이나 용기에 어떤 표시가 있었는지, 가격을 지불했다면 그 금액이 실제 영양제 시세에 부합하는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지인이 "홍삼 성분 영양제", "다이어트 보조제"처럼 특정 명칭을 대며 건넸다면, 그 명칭을 뒷받침하는 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구매 링크 등 당시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가 실제로 있었다는 흔적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은밀하게 소분된 상태로, 대가 없이, 만남 장소를 특정해 건네받았다면 오히려 인식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은 있는 그대로 정리해 둡니다.

2) 지인과의 관계와 지인의 진술 확보를 병행합니다.

제공자인 지인이 어떤 경로로 그 물질을 구했는지, 지인 본인은 그것을 무엇으로 알고 있었는지가 함께 다투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인이 해외 직구나 소셜미디어 판매자를 통해 "영양제"로 속아 구입한 정황이 있다면, 그 진술과 구매 내역은 의뢰인의 인식 가능성이 낮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다만 지인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건이라면 진술 확보 시점과 방식을 신중히 설계해, 서로의 진술이 어긋나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을 미리 점검합니다.

3) 섭취·소지 태도가 '몰랐던 사람'의 패턴과 맞는지 짚습니다.

은밀히 숨기지 않고 지니고 다녔는지,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며 반복 구입을 시도했는지, 아니면 한두 차례 받아 무심코 먹은 뒤 방치했는지는 인식 여부를 가늠하는 정황사실이 됩니다. 수사기관은 흔히 소지 태양만으로 고의를 추단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실제 소지·보관 경위를 객관적 자료(문자 내역, 구매 이력, 주변인 진술)로 뒷받침해 막연한 추단에 맞섭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물질 특정과 지정 시점을 절차적으로 검증하기


고의 다툼과 별개로, 이 사건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되는 요건을 갖추었는지도 별도로 검증해야 합니다. 임시마약류 사건은 일반 마약 사건과 달리 지정 절차라는 독특한 변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1)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토합니다.

감정 대상 시료의 채취·보관·이송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감정 결과가 검출한 성분과 임시마약류 고시상 물질명이 정확히 일치하는지를 확인합니다. 감정 수량이 극미량이거나 다른 성분과 혼재되어 있는 경우, 수치와 판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2) 임시마약류 지정·고시 시점과 행위 시점의 전후관계를 확인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라 오용·남용 우려가 있는 신종 물질을 1군 또는 2군 임시마약류로 지정해 관보에 고시하며, 그 고시가 있어야 비로소 마약류에 준한 규제와 처벌이 적용됩니다. 만약 의뢰인이 물질을 건네받아 섭취한 시점이 해당 물질의 지정·고시 시점보다 앞선다면, 그 시점의 행위는 임시마약류 관련 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지정일자를 식약처 고시로 대조하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3) 초동 수사 단계의 진술을 관리합니다.

수사 초기에 당황한 상태로 "그냥 먹었다", "이유는 모르겠다"는 식의 모호한 진술을 남기면, 나중에 '몰랐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조사 단계부터 변호인과 함께 진술 내용을 사전에 정리하고, 신문 과정에는 변호인을 참여시켜 유도신문이나 단정적 서술로 진술이 왜곡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결론


지인이 준 물건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약류 범죄의 고의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를 넓게 인정하는 실무 경향을 감안하면, 막연히 "몰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전달 경위와 지인과의 관계를 사실관계로 재구성하는 일, 그리고 감정 결과와 임시마약류 지정 시점을 절차적으로 검증하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무혐의를 다툴 실질적인 발판이 마련됩니다. 예상치 못하게 이런 통지를 받았다면, 초동 단계에서부터 상황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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