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 개시 후 쓴 유언, 의사가 빠지면 무효일까
성년후견 개시 후 쓴 유언, 의사가 빠지면 무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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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 개시 후 쓴 유언, 의사가 빠지면 무효일까 

김강희 변호사


성년후견 개시 후 쓴 유언, 의사가 빠지면 무효일까


사건 개요


치매 등으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받은 부모나 조부모가, 그래도 정신이 맑은 날이 있다며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유언장을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필로 써 두기도 하고, 공증인을 불러 공정증서로 남기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후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 벌어집니다. 유언장에 이름이 빠진 다른 형제자매들이 "성년후견까지 받고 있던 분이 무슨 유언을 남길 수 있었겠냐"며 유언 자체를 부정하고 나서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의 사례를 보면, 유언 당시 정신이 또렷했다는 자녀 측의 기억과 "그럴 리 없다"는 다른 형제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섭니다. 그런데 이 다툼을 실제로 가르는 것은 기억이나 심증이 아니라, 유언서 자체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입니다.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의 유언에는 일반 유언과 달리 법이 정한 별도의 형식 요건이 하나 더 붙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년후견이 개시된 사람도 의사능력을 회복한 상태라면 유언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유언서에 의사가 심신 회복 상태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지 않았다면, 방식 위반으로 무효가 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남은 상속인 입장에서든, 무효를 다투려는 입장에서든 이 형식 요건 하나가 승패를 가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성년후견이 실제로 '개시'된 시점인지, 아니면 개시 심판 전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만 선임된 상태였는지입니다. 대법원은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에서, 성년후견이 정식으로 개시되기 전 임시후견인만 있던 단계라면 의사의 부기·서명날인 요건(민법 제106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이 요건은 후견이 개시된 이후에만 문제됩니다.

둘째,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실제로 회복되어 있었는지입니다(민법 제1063조 제1항). 셋째, 후견이 개시된 이후 작성된 유언이라면 의사가 심신 회복의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했는지입니다(같은 조 제2항). 유언은 민법 제1060조가 정한 요식행위여서, 법이 정한 방식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그 유언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성년후견인이나 한정후견인의 동의 자체는 필요 없지만(민법 제1062조, 제10조·제13조 배제), 그 대신 의사의 확인이라는 별도 안전장치가 요구되는 구조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유언 당시 상태를 시점별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유언서 자체와 후견 심판 기록입니다. 두 문서를 시간 순으로 맞춰 보지 않으면 위 세 쟁점 중 어느 것도 정확히 짚어낼 수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세웁니다.

1) 후견 개시 심판문과 유언서의 작성일을 대조합니다.

가정법원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확정된 날짜와 유언서에 기재된 작성일을 나란히 놓고 봅니다. 유언이 정식 개시 전,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만 있던 시기에 이루어졌다면 대법원 2022다261237 판결에 따라 의사 부기·서명날인 요건 자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시 이후라면, 그다음부터는 의사의 확인 유무가 곧바로 문제됩니다.

2) 유언서에 의사의 부기·서명날인이 있는지 원본으로 확인합니다.

공정증서 유언이라면 공증인이 참여 의사를 어떻게 기재했는지, 자필증서 유언이라면 애초에 의사가 참여한 적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부기가 형식적으로만 들어가 있고 실제 진찰 없이 서명만 받은 정황이 있다면, 그 자체가 방식 위반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됩니다. 반대로 무효를 막으려는 쪽이라면, 부기 문구와 함께 그날 실제 진료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진료기록·처방 내역을 함께 확보해 둡니다.

3) 유언 전후 시점의 진료기록으로 의사능력을 뒷받침합니다.

의사의 부기 한 줄만으로 다툼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유언일 전후 병원 진료기록, 인지기능 검사(MMSE 등) 결과, 담당의 소견을 함께 확보해 그날 실제로 의사능력이 회복된 상태였는지를 뒷받침합니다. 유언 자리에 있었던 증인의 진술도 함께 정리해 두면, 서면만으로 다투기 어려운 부분을 보강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방식 흠결이 확인된 뒤의 대응을 설계하기


재구성 결과 의사의 부기·서명날인이 실제로 빠져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그 흠결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입니다. 유효를 주장하는 쪽과 무효를 주장하는 쪽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무효를 다투는 쪽이라면 유언무효확인의 소로 정리합니다.

민법 제1063조 제2항은 강행규정으로 해석되므로, 후견 개시 이후 작성된 유언에 의사의 부기·서명날인이 없다면 그 유언은 방식 위반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다른 상속인들은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 유언의 효력을 다투고, 유언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설계합니다.

2) 유효를 지키려는 쪽이라면 다른 유언 방식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공정증서 방식에서 의사 참여 요건이 흠결됐다 해도, 유언자가 유언 전문과 성명·날짜를 자서하고 날인하는 등 자필증서 유언의 요건을 별도로 갖추었다면 그 부분만으로 유효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나의 방식이 무너졌다고 곧바로 전부 무효로 단정하지 않고, 남아 있는 요건으로 다른 유언 방식이 성립하는지를 먼저 점검합니다.

3) 성년후견 개시 시점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후견 개시가 사전처분 단계였는지 정식 심판 확정 이후였는지가 애매한 사안이라면, 가정법원 기록을 확보해 그 경계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대법원 2022다261237 판결의 법리대로 개시 전 단계였음이 확인되면, 의사 참여 요건 자체가 애초에 문제 되지 않아 다툼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론


성년후견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순간의 진심을 존중하되, 그 순간이 진짜였는지를 의사의 확인으로 담보하도록 설계해 두었을 뿐입니다. 문제는 이 확인 절차를 챙기지 않은 채 유언서만 남기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는 데 있습니다.

유언서에 의사의 부기와 서명날인이 남아 있는지, 후견 개시 시점과 유언 작성일의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지금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미 상속이 개시된 상황이라도, 유언서와 후견 기록을 함께 놓고 점검을 받아 보시는 것이 방향을 잡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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