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물품 중고 판매, '관행이었다' 항변 입증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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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회사 물품 중고 판매, '관행이었다' 항변 입증하는 법 

김강희 변호사


회사 물품 중고 판매, '관행이었다' 항변 입증하는 법


사건 개요


회사에서 오래 써서 낡은 사무기기, 창고에 쌓인 재고 부자재, 단종된 부품 같은 물건을 처리하는 일은 어느 조직에나 있습니다. 정식 매각 절차를 거치기엔 금액이 크지 않고 담당 부서도 애매해서, 실무를 맡은 직원이 알아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려 팔고 그 대금을 처리해 온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물건을 취급하던 직원이 회사를 나가거나 내부 감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터집니다.

회사는 뒤늦게 판매 이력을 확인하고 "왜 회사 자산을 마음대로 팔았느냐"며 업무상횡령으로 고소합니다. 이때 직원 쪽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이건 예전부터 다들 이렇게 처리해 온 관행이었다"는 항변입니다. 실제로 전임자도 같은 방식으로 처분해 왔고, 팀장도 알고 있었으며, 대금 일부를 팀 소모품 구입이나 회식비로 쓴 적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처분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용인해 온 관행의 범위 안에 있었다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을 여지가 큽니다. 그러나 "관행이었다"는 말 한마디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관행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회사의 의사결정권자가 이를 알고도 용인했는지, 이번 처분이 그 관행의 방식과 범위를 그대로 따랐는지를 증거로 하나씩 보여야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물건을 중고로 팔아 대금을 처리해 온 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일정 기간 반복된 관행이었는지입니다. 둘째, 그 관행을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결재권 있는 상급자나 회사가 알고도 묵인 또는 승인했는지입니다. 셋째, 이번 처분의 방식—대금을 어디로 받았고 어떻게 썼는지—이 그 관행이 허용해 온 범위 안에 있었는지입니다. 넷째,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불법영득의사와 이 관행 항변이 법리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무너지기 쉽습니다. 관행 자체가 입증되지 않으면 승인 여부를 다툴 기회가 없고, 승인이 있었더라도 이번 처분이 그 범위를 벗어났다면(예: 대금을 개인 계좌로 받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경우) 오히려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방어는 "관행이 있었다"는 진술이 아니라, 이 네 지점을 하나씩 증거로 채우는 작업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관행'을 증거로 남는 형태로 재구성하기


많은 의뢰인이 "팀장도 알고 있었다", "전에도 다 그렇게 했다"는 기억에만 의존해 항변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기억은 증거가 아닙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 순서로 관행의 실체를 재구성합니다.

1) 처분 이력을 객관적 자료로 되짚습니다.

먼저 문제된 건만이 아니라, 같은 방식의 처분이 과거에 몇 건, 얼마의 주기로 있었는지를 재고관리대장, 사내 자산관리 시스템의 입출고 기록, 사내 메신저·이메일에 남은 처리 요청·보고 내역으로 확인합니다. 전임자나 동료가 같은 방식으로 처분했던 사례가 있다면 그 사람의 진술과 당시 자료도 함께 확보합니다. 이렇게 모은 자료가 한 번의 일탈이 아니라 반복된 업무 처리 방식이었음을 보여주는 뼈대가 됩니다.

2) 승인권자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관행 항변이 실제로 힘을 가지려면 "동료도 알고 있었다"가 아니라 결재라인에 있는 상급자나 회사가 인식하고도 문제 삼지 않았다는 사실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2024년 9월 회사 자금을 사업 목적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보관자에게 포괄적인 집행 권한이 있었는지, 그 처분이 실제로 회사 업무와 관련이 있었는지, 사용처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있었는지를 불법영득의사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도6728 판결). 물건 처분 사건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므로, 상급자에게 처분 사실을 보고한 문자, 구두 승인을 받은 정황, 처분 결과를 공유한 회의록 등을 통해 '알고도 묵인'을 넘어 '인식하고 받아들였다'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3) 처분 방식이 관행의 범위 안이었음을 대금 흐름으로 보입니다.

관행이 있었다 해도, 이번 처분의 대금 처리 방식이 과거와 달랐다면 항변은 흔들립니다. 대금이 회사 계좌로 들어갔는지, 회사 비용으로 상계됐는지, 팀 운영비로 쓰이고 영수증이 남았는지를 확인해 과거 관행과 동일한 흐름이었음을 보여야 합니다. 반대로 대금이 개인 계좌로 들어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사적으로 소비됐다면, 그 부분은 관행으로 방어하기 어렵고 오히려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되므로 사실관계를 정직하게 구분해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불법영득의사 부존재를 법리로 세우기


관행의 존재와 승인 정황을 갖췄다면, 이제 이를 형법 이론과 입증책임의 언어로 정리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준비합니다.

1) 불법영득의사의 법적 의미를 정확히 세웁니다.

업무상횡령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스스로 소유자인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회사가 실질적으로 용인해 온 방식대로 물건을 처분했다면, 이는 위탁의 취지에 반하는 처분이 아니어서 애초에 불법영득의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항변의 핵심 논리입니다. 단순히 "나쁜 뜻은 없었다"는 정서적 호소가 아니라, 이 요건 자체가 빠져 있다는 점을 법리로 짚어야 합니다.

2) 검사의 엄격한 입증책임을 활용합니다.

불법영득의사를 포함한 횡령행위의 존재는 검사가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관행의 존재와 승인 정황에 관한 증거가 쌓여 검사 측 증거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 그 의심의 이익은 피고인에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방어의 목표는 완전한 결백 증명이 아니라, 검사가 제시한 증거로는 불법영득의사를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3) 대금 사용처를 사업 관련성 기준으로 정직하게 소명합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의 기준대로, 처분 대금이 실제로 회사 업무나 사업 목적에 쓰였는지가 불법영득의사 판단에 결정적입니다. 대금이 부서 운영비나 소모품 구입 등 업무 관련 용도로 쓰였다면 그 영수증·지출결의서를 확보해 사업 관련성을 보이고, 일부라도 사적으로 쓰였다면 그 부분만 별도로 인정하고 반환·공탁으로 정리하는 것이 전체 항변의 신뢰도를 지키는 길입니다. 반환하거나 변제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므로, 사후 반환 의사에 기대기보다는 처분 당시의 사업 관련성을 증거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결론


"관행이었다"는 항변은 실제로 유효한 방어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 힘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에서 나옵니다. 처분 이력, 상급자의 인식과 승인 정황, 대금 흐름이 과거 관행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줄 자료가 없다면, 항변은 진술로만 남아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합니다.

고소를 당한 뒤에야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면 이미 상당수가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분 당시부터 보고·승인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최선이지만, 이미 문제가 된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을 더 확보해야 하는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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