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수사기록 열람·등사, 새로 생긴 신청 절차와 허용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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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수사기록 열람·등사, 새로 생긴 신청 절차와 허용 범위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 피해에서 벗어나려 어렵게 고소까지 했는데, 정작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가해자가 무슨 진술을 했는지, 어떤 증거가 제출됐는지는 피해자 본인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형사절차의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이고, 피해자는 그저 결과를 통보받는 제3자처럼 취급돼 온 탓입니다. 고소 이후에도 진행 상황을 알려면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실에 일일이 문의해야 했고, 그마저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 구도를 상당 부분 바꿔놓았습니다. 재판기록은 물론 그동안 검사만 들여다볼 수 있던 증거기록까지, 피해자가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볼 수 있는 길이 새로 열린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피해자가 실제로 무엇을, 어떤 절차로, 어디까지 열람·등사할 수 있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그동안 피해자는 왜 자기 사건 기록도 보기 어려웠나

형사절차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쥔 쪽은 검사와 피고인 측입니다. 피고인은 변호인을 통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라 공소제기 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와 증거물 대부분을 열람·등사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증거개시' 제도로, 자신을 방어하려면 상대방이 가진 증거를 알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폭넓게 인정돼 왔습니다. 반면 정작 범죄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 피해자에게는 이에 대응하는 권리가 오랫동안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피해자가 재판장에게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는 정하고 있었지만, 허가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장의 재량("허가할 수 있다")에 맡겨져 있었습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알려주는 절차조차 없어, 피해자는 왜 자신의 사건 기록을 볼 수 없는지도 모른 채 결과만 통보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이 공백이 특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가해자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자신의 피해 진술이 조서에 어떻게 기재됐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재판이 끝나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변화 — 재판장 재량에서 원칙적 허가 의무로

2025년 9월 19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 구조를 바꿨습니다. 제294조의4 제2항의 문구가 "허가할 수 있다"에서 "허가하여야 한다"로 바뀌면서, 피해자 등의 권리구제나 진술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재판장은 원칙적으로 열람·등사를 허가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습니다. 재량에서 원칙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입니다.

다만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59조의2 제2항 제2호부터 제6호에 해당하는 사유, 즉 국가안전보장·공공질서를 현저히 해칠 우려, 사건관계인의 명예·사생활·생명신체 안전을 현저히 해칠 우려, 공범의 증거인멸·도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관련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 피고인의 개선·갱생에 지장을 줄 우려,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있거나 심리 상황상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여전히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이런 제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열람·등사를 내줘야 하는 쪽으로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점입니다.

개정 전에는 재판장이 "허가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었다면, 개정 후에는 정당한 제한 사유가 없는 한 "허가하여야 한다"는 원칙 규정으로 바뀌었다.

이유 통지 의무도 새로 생겼습니다. 재판장이 열람·등사를 허가하지 않거나, 사용목적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여 허가하는 경우 그 이유를 신청인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습니다. 예전에는 거부당해도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던 피해자가, 이제는 왜 안 되는지를 최소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재신청이나 이의 대응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 실무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두 번째 변화 — 재판기록을 넘어 검사가 쥔 증거기록까지

'성범죄 피해자도 수사기록을 볼 수 있다'는 말의 실체는 여기에 있습니다. 2025년 12월 23일 공포되고 2026년 6월 23일부터 시행된 후속 개정으로, 열람·등사 신청 대상 자체가 넓어졌습니다. 종전에는 이미 법원에 넘어와 있는 소송기록(공판기록)만 신청 대상이었지만, 개정 후에는 증거보전 절차를 거친 관계 서류·증거물, 그리고 검사가 법원에 증거로 신청할 예정인 서류까지 신청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검사가 법원에 증거로 신청하려는 서류는 대부분 수사 단계에서 작성·수집된 자료, 즉 실질적으로는 수사기록에 해당합니다. 그동안 이런 자료는 검사의 손을 떠나 법정에 현출되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접근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피해자도 이런 자료를 신청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면서, 피고인 측이 이미 누리고 있던 증거개시 수준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이 확대된 권리도 '소송계속 중', 즉 공소가 제기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전제로 합니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순수한 수사 단계의 기록까지 이 조항으로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소 전 단계에서는 검찰의 별도 사건기록 열람·등사 지침에 따라 훨씬 제한된 범위에서만 열람이 허용되고, 그 판단도 담당 검사의 재량에 크게 좌우됩니다.

실제로 성범죄 사건에서 검사가 법원에 증거로 신청하는 서류에는 피의자·참고인 진술조서, 현장 CCTV·블랙박스 영상, 압수한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 공동피고인이 있다면 그 진술조서 등이 흔히 포함됩니다. 이런 자료는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증거인 경우가 많은데도, 종전에는 검사가 실제로 법정에 제출해 증거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그 존재조차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런 자료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과 상대방의 진술이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훨씬 능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누가 신청할 수 있고, 무엇을 대상으로 특정해야 하나

  • 신청권자 — 피해자 본인,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심신에 중대한 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이들로부터 위임받은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또는 변호사(제294조의4 제1항).

  • 신청 대상 — 법원이 보관 중인 소송기록(공판기록), 증거보전 절차를 거친 관계 서류·증거물, 검사가 법원에 증거로 신청할 예정인 서류.

  • 신청처 —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재판장) 앞. 사건번호와 원하는 기록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 신청 시점 — 공소제기 이후 재판이 진행 중인 동안.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 원칙입니다.

신청서에는 대상 기록을 사건번호와 서류 명칭 등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연히 '수사기록 전부'라고 쓰기보다, 자신의 진술조서, 상대방 진술조서, 특정 일자의 증거물처럼 구체적으로 좁혀 적어야 재판장이 제한 사유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고, 실제로 원하는 자료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국선변호사를 통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사실 이보다 앞서 마련된 별도의 통로도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는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선임한 변호사(국선변호사 포함)에게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증거물, 소송계속 중인 관계 서류·증거물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별도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는 이 변호사가 검사·사법경찰관의 피해자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하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증거보전절차·공판준비기일·공판절차에도 출석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성범죄 피해자는 294조의4의 일반 규정과 별개로, 특례법상 변호사를 통한 독자적인 기록 접근권을 이미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권익을 보호하게 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 선정이 의무입니다. 국선변호사는 형사절차 전반에서 피해자를 대리하므로, 열람·등사 신청서 작성과 대상 기록 특정도 국선변호사 명의로 진행하는 경우가 실무상 많습니다. 법률 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어떤 기록을 어떤 이유로 신청해야 제한 사유에 걸리지 않을지 스스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 자체도 최근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기존에는 성폭력 피해자 등에 한정돼 있던 국선변호사 지원이 살인·강도·조직폭력 등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게까지 확대됐고, 심신미약 장애인인 피해자에게도 국선변호사 선정이 의무화됐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특례법 제27조와 개정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라는 두 갈래 근거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번 열람·등사권 확대의 실제 체감 효과가 다른 범죄 피해자보다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제한 사유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 — 조건부 허가와 부당사용 금지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신청이 전부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장은 등사를 허가하면서 사용목적을 제한하거나 적당한 조건을 붙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 등 관련 민사소송 준비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조건을 붙이거나, 다른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나 민감한 부분을 검게 마스킹 처리한 뒤 등사하도록 하는 식의 조건부 허가가 실무에서 활용됩니다. 신청 단계에서 사용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혀두면 전부 기각이 아니라 조건부 허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열람·등사로 알게 된 내용을 함부로 쓰는 것도 금지됩니다. 신청인은 그렇게 알게 된 사항을 부당하게 사용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생활의 평온을 해치거나 수사·재판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됩니다. 성범죄 사건은 가해자 측 신상이나 피해자 자신의 진술 내용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특히 크기 때문에, 등사한 자료를 소송 목적 외에 유포하거나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는 이 조항 위반은 물론 별도의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책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등사한 기록을 소송 목적 밖에서 유포하면 열람·등사권 자체의 취지를 벗어나 별도의 법적 책임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신청할 때 챙겨야 할 것들

신청서에는 신청인의 인적사항과 피해자와의 관계, 사건번호와 사건명, 담당 재판부, 열람 또는 등사를 원하는 기록의 구체적 범위, 신청 사유를 적습니다. 신청 사유는 막연히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술권 행사 준비, 항소 여부 판단, 관련 민사소송 제출 등 구체적인 목적으로 적을수록 심사에 유리합니다.

등사 방식도 서면 사본과 전자파일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증인신문 녹취서나 속기록처럼 별도 형식의 자료는 신청서 양식 자체가 다르게 구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선변호사가 선임돼 있다면 변호사 명의로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직접 신청하는 경우에도 재판부 형사과나 참여관실에 문의하면 정해진 양식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재판장의 결정 자체를 다시 다툴 수 있는 별도의 불복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처음 신청할 때부터 대상과 목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수사 중인 사건도 기록을 볼 수 있나요?

A. 이번에 넓어진 열람·등사권은 공소가 제기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전제로 합니다.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는 이 조항이 아니라 검찰의 별도 지침에 따라 제한된 범위에서만 열람이 허용되고, 그 판단도 담당 검사의 재량이 크게 작용합니다.

Q. 신청이 거부되면 다시 다툴 방법이 있나요?

A. 재판장의 결정 자체에 대한 별도의 불복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는 거부 이유를 반드시 통지받게 돼 있어, 그 이유를 확인한 뒤 대상 기록이나 신청 사유를 조정해 다시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Q. 국선변호사가 없어도 직접 신청할 수 있나요?

A. 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제1항은 피해자 본인이 직접 재판장에게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국선변호사 선임 여부와 무관하게 가능합니다. 다만 성범죄 사건에서는 국선변호사가 신청서 작성과 대상 기록 특정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대리신청 비중이 높습니다.

Q. 열람·등사한 자료를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에 쓸 수 있나요?

A. 재판장이 사용목적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여 허가할 수 있어, 신청 단계에서 관련 민사소송 준비 목적임을 명시하면 그 용도로 등사가 허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목적 외 사용은 부당사용 금지 규정에 걸릴 수 있고, 나중에 별도 민사소송에서 실제로 증거로 제출하려면 그 소송의 재판부에도 자료의 출처와 취득 경위를 함께 밝혀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Q. 가해자(피고인) 측도 피해자와 같은 범위로 기록을 볼 수 있나요?

A. 피고인·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라 공소제기 후 검사가 보관하는 서류 전반에 대해 이미 폭넓은 열람·등사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좁았던 피해자 측 권리를 그 수준에 가깝게 끌어올린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Q. 신청은 어디에 어떻게 내나요?

A.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서면으로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며, 신청서에는 대상 기록과 신청 목적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국선변호사가 선임된 경우 변호사 명의로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맺음말

성범죄 피해자는 이제 법원이 보관한 재판기록뿐 아니라, 그동안 검사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증거보전서류·증거기록까지 원칙적으로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재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던 허가 기준이 원칙적 허가 의무로 바뀌었고, 거부되더라도 최소한 그 이유는 통지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권리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전제로 하며, 국가안전·사건관계인 명예와 안전·증거인멸 우려 등 제한 사유가 있으면 여전히 조건부로만 허용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신청서에 대상 기록과 신청 목적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느냐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막연한 전부 열람 요청보다는 진술권 행사나 관련 민사소송 준비처럼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원하는 기록의 범위를 사건번호와 서류 종류로 좁혀 적는 편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국선변호사 제도를 함께 활용하면 신청 과정에서 제한 사유에 걸릴 만한 표현을 미리 걸러내는 데도 도움이 되고, 조건부 허가로 결정되더라도 그 조건의 범위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인계동 일대의 수원지방법원·수원지방검찰청에서 진행되는 성범죄 사건에서도 이 절차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자신의 사건 기록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지만 어떻게 신청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신청 전에 변호사와 함께 대상과 목적부터 정리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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