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수사 중 해외 체류,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면 공소시효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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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수사 중 해외 체류,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면 공소시효가 멈춘다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로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나가면 사건이 흐지부지되고 시간이 지나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바라는 심리가 작동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공소시효의 진행 자체를 멈춰 세우는 규정을 오래전부터 두고 있습니다. 유학이나 사업, 이민 같은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도 실제 체류 목적에 형사처분 회피가 섞여 있다고 판단되면 그 기간은 시효 계산에서 통째로 빠집니다. 이 글에서는 국외 체류로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법적 근거와 법원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을 판단하는 기준, 그리고 성범죄에만 따로 적용되는 시효 특례가 이 정지 규정과 어떻게 겹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수사 중 해외로 나가는 선택, 무엇이 문제인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거나 고소·고발 사실을 알게 된 뒤 해외로 출국해 버리면 당장은 조사를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피의자가 소재불명 상태로 확인되면 수사기관은 통상 사건을 기소중지 처분하고 지명수배·인터폴 공조 절차로 넘어가며, 사건 자체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소재가 확인될 때까지 절차만 멈춰 있는 상태가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을 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형사소송법이 이미 예정해 둔 예외 규정을 놓친 판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의 진행 자체를 정지시킨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머무는 동안에는 시효의 시계가 아예 멈춰서, 아무리 오래 해외에 체류해도 그 기간만큼은 시효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국내에 남아 수사에 협조하며 시효를 다투는 쪽이 오히려 절차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 —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법적 근거

이 조항은 1995년 12월 29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신설됐습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의 입법 취지에 관해, 범인이 우리나라 사법권이 실질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국외에 체류한 것이 도피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 그 체류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을 저지해 범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성으로 출국한 경우뿐 아니라, 국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그대로 국외에 체류를 계속하는 경우도 이 조항이 적용되는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 2024. 7. 31. 선고 2024도8683 판결이 확인한 부분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규정이 시효를 '리셋'하는 것이 아니라 '정지'시킨다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1항이 공소제기로 시효 진행을 정지시키고 공소기각·관할위반 재판이 확정되면 다시 진행되도록 정한 것과 같은 구조로, 국외체류로 정지된 시효도 귀국 등으로 정지 사유가 사라지면 그 시점부터 나머지 기간이 이어서 진행됩니다. 국내 체류 기간과 국외 체류 기간을 합산해 전체 시효기간을 채워야 시효가 완성되는 셈이어서,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제로 처벌을 면하기까지 필요한 총 기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은 국외 체류 기간 자체를 시효 계산에서 제외하는 정지 규정이지, 시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시키는 규정이 아니다.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을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나

이 조항을 둘러싼 실무 다툼은 대부분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집중됩니다.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4101 판결은 이 목적이 국외 체류의 유일한 이유일 필요는 없고, 범인이 가지는 여러 체류 목적 가운데 하나로 포함되어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유학이나 취업, 사업 확장처럼 겉으로 내세울 만한 다른 이유가 있더라도, 형사처분을 면하려는 의도가 그 목적들과 함께 섞여 있었다면 정지 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같은 판결은 국외 체류가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이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없는 한 국외 체류 기간 내내 그 목적이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처음 출국할 때만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귀국하지 않고 버틴 전체 기간에 걸쳐 목적이 이어졌는지를 살피며, 이를 뒤집으려는 쪽이 반박할 만한 뚜렷한 사정을 내놓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사정으로는 문제된 범죄의 공소시효 기간, 귀국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정의 구체적 경위와 그 사정이 실제로 존속한 기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귀국 의사를 통보한 적이 있는지, 국외에서의 생활근거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등이 있습니다. 단순히 "해외에 사업이 있어서" 혹은 "가족이 있어서"라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말 귀국이 불가능했는지 아니면 귀국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인지를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 공소시효 기간 — 문제된 범죄의 시효 길이와 국외체류 기간의 비교

  • 귀국 불가 사정의 경위 — 실제로 입국이 막혔는지,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 귀국 의사 통보 여부 — 수사기관·법원에 귀국 의사를 밝힌 적 있는지

  • 생활근거지 — 국외 정착 정도, 국내 재산·가족관계 등 종합 사정

유학·주재원·이민이라 주장해도 목적은 유지될 수 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항변은 "수사를 피하려는 게 아니라 원래 계획된 유학·파견이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앞서 본 판례 기준에 따르면, 애초 출국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고소·고발 사실을 인지한 시점과 출국 시점이 가깝고, 출국 이후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하며, 귀국 예정을 밝히지 않은 채 체류 기간을 연장해 왔다면, 유학이나 파견이라는 명목이 있어도 형사처분을 면하려는 의도가 함께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가정해서, 고소를 당한 사실을 안 직후 예정에 없던 어학연수 비자를 받아 출국하고,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은 채 체류를 연장하다 비자가 만료될 때마다 학교나 체류자격을 바꿔가며 수년간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라면 애초의 유학 목적과 별개로, 형사처분을 면하려는 의도가 체류 기간 내내 유지됐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출국 자체가 고소 사실을 알기 전 이미 확정돼 있었고, 출국 후에도 변호인을 통해 조사 일정을 조율하며 예정대로 귀국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이미 취득해 그 나라에서 계속 살아온 경우도 마찬가지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국외 생활이 오래됐다는 사정 자체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소 사실을 통보받은 뒤 귀국 계획을 취소하거나 국내 재산을 정리해 국외로 옮기는 등 귀국을 회피하려는 정황이 더해지면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외에 생활 근거지를 두고 정기적으로 입국과 출국을 반복해 온 사람이라면, 그 생활 패턴 자체가 형사처분과 무관하다는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에는 별도의 공소시효 특례까지 함께 적용된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국외체류로 인한 정지 규정 외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가 정하는 별도의 시효 특례가 함께 작동한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디엔에이(DNA)증거 등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있는 경우 해당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1항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도록 정해 피해자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시효 자체가 시작되지 않도록 합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조 제3항·제4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이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강간·강제추행·준강간 등 일부 범죄, 그리고 강간등살인처럼 죄질이 무거운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자체를 아예 적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국외체류에 따른 정지 규정은 이런 특례들과 별개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겹쳐 적용됩니다. DNA 증거로 이미 시효가 10년 늘어난 사건에서 피의자가 다시 수년간 해외에 체류했다면, 실제로 처벌이 가능한 총 기간은 기본 시효와 연장분, 정지 기간을 모두 합친 만큼 늘어나는 셈입니다.

DNA 증거 연장, 미성년 피해자 성년 기산, 13세 미만·장애인 시효 배제 같은 성범죄 고유의 특례는 국외체류 정지 규정과 별개가 아니라 그 위에 겹쳐 적용된다.

여권 제한과 국제 공조 — 국외 도피는 점점 좁아지는 선택지다

수사기관이 국외체류 중인 피의자를 처벌하지 못한 채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권법 제19조 제1항은 기소중지되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람 등에 대해 여권 발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발급된 여권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실무에서는 기소중지 처분과 함께 여권 반납명령이나 재발급 제한 조치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이라도 여권이 무효화되면 체류국에서 신분·체류 문제에 부딪히거나 제3국으로 이동하는 데도 제약이 생깁니다.

여기에 더해 죄질이 무겁거나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는 인터폴을 통한 적색수배(Red Notice) 요청이나 형사사법공조·범죄인인도 절차가 함께 검토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었거나 인도 실무가 이뤄지는 국가라면 체류국 수사·사법기관이 신병 확보에 협조할 가능성도 있어, 체류국을 정했다는 사정만으로 안전한 도피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국외체류는 처벌을 완전히 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효가 멈춘 채로 신분상 제약만 늘어가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재산·가족관계 정리가 어려워지는 반면 시효는 그대로 정지돼 있어, 국내에서 조력을 구하며 수사에 대응하는 쪽이 실질적으로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귀국하면 시효는 다시 흐른다 — 그러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

국외체류를 마치고 귀국하면 정지돼 있던 공소시효는 그 시점부터 다시 진행을 시작합니다. 이때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귀국한다고 해서 시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출국 전까지 이미 지나간 기간에 이어, 국외체류 기간만 제외한 나머지가 계산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효가 10년인 범죄에서 국내 체류 중 3년이 지난 뒤 4년간 국외에 체류하다 귀국했다면, 이미 지난 3년은 그대로 인정되고 국외체류 4년만 시효 계산에서 빠진 채 남은 7년이 귀국 시점부터 다시 진행됩니다.

결국 국외체류가 길어질수록 시효가 실제로 완성되는 시점은 그만큼 뒤로 밀려날 뿐, 사건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귀국 후에도 수사기관은 기존 기소중지 처분을 재기해 수사를 이어갈 수 있고, 국외체류 기간 동안의 행적과 체류 목적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다투는 과정에서 그대로 쟁점이 됩니다. 무작정 시간을 끄는 전략보다, 국외체류 여부와 무관하게 처음부터 절차에 대응할 방법을 검토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해외에 있으면 아예 수사를 못 받는 것 아닌가요?

A. 국외에 있어도 수사기관은 기소중지 처분 후 지명수배·인터폴 공조 등으로 소재 확인과 신병 확보를 계속 시도하며,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절차만 정지된 상태로 남습니다. 귀국하거나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와 재판 절차가 그대로 재개됩니다.

Q. 출국이 원래 예정돼 있던 유학이나 파견이었다면 정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나요?

A. 출국 목적이 여러 개였더라도 그중에 형사처분을 면하려는 의도가 섞여 있었다고 인정되면 정지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소 사실을 알기 전 출국이 확정돼 있었고 이후에도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다면 그 목적이 부정될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해외에 체류한 기간은 시효에서 완전히 사라지나요, 아니면 나중에 다시 계산되나요?

A. 국외체류 기간은 시효 진행이 정지될 뿐 시효 자체가 리셋되는 것은 아닙니다. 귀국 등으로 정지 사유가 사라지면 그 시점부터 출국 전 이미 지난 기간에 이어서 나머지 시효기간이 진행됩니다.

Q. 성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공소시효가 더 긴가요?

A. 성폭력처벌법은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시효를 10년 연장하고, 미성년자 피해 사건은 피해자가 성년에 이른 날부터 시효가 진행되도록 정하며, 13세 미만·장애인 대상 일부 범죄와 강간등살인죄는 아예 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등 다른 범죄보다 시효가 길거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여권이 무효화되면 해외에서 어떻게 되나요?

A. 여권법에 따라 기소중지자 등은 여권 발급이 거부되거나 기존 여권의 효력이 제한될 수 있어, 체류국에서 신분 확인이나 체류 연장에 어려움을 겪거나 제3국으로 이동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국외체류 중에도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국내에 있는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과 조사 일정을 조율하거나 서면으로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등 대응이 가능하며,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없었다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맺음말

성범죄 수사 중 해외로 나가 시간을 버는 전략은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의 정지 규정 앞에서 기대한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국외 체류 기간은 시효 계산에서 빠질 뿐 사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성범죄에는 이미 DNA 증거 연장이나 미성년자 성년 기산 같은 별도의 시효 특례까지 겹쳐 있어 실제로 처벌 가능한 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국 여부와 무관하게 중요한 것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다투게 될 사정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출국 경위와 시점, 체류 중 소환 대응 여부, 귀국 의사를 밝힌 기록 등은 이후 절차에서 그대로 쟁점이 되므로,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성범죄 수사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국외에 체류 중인 상태라면 막연히 시간을 끌기보다 국내 변호인을 통해 초기 단계부터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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