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명의 코인 지갑, 재산분할 시가는 어떻게 산정할까
사건 개요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업비트나 빗썸 같은 거래소에 본인 명의로 계좌를 열고 코인을 사고팔아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통장은 서로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거래소 계정은 애초에 공유한 적이 없어 잔고가 얼마인지, 언제부터 투자를 시작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혼 이야기가 오간 뒤로 거래 내역이 뚝 끊기거나, 갑자기 소액만 남기고 정리된 흔적이 보이면 "혹시 다른 지갑으로 옮긴 것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담에서 배우자는 흔히 "그 계좌는 내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내 재산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반면 상대방은 "혼인 중 생활비를 아껴 투자한 돈인데 왜 나눠 갖지 못하느냐"고 답답해합니다. 여기에 코인 특유의 문제가 하나 더 얹힙니다.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가격이 하루 사이에도 크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같은 수량이라도 언제를 기준으로 값을 매기느냐에 따라 분할받을 금액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명의가 배우자 개인 앞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재산을 분할 테이블 위에 올리는 일과, 올라온 재산의 값을 얼마로 정할지는 서로 다른 싸움입니다. 앞 단계에서 존재 자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뒤 단계의 산정 다툼은 시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핵심 쟁점
가상자산이 얽힌 재산분할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배우자 개인 명의의 거래소 계정이라도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유지된 실질적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둘째, 존재는 인정되더라도 수량과 잔고 자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입니다. 셋째, 변동성이 큰 자산의 값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매길지입니다. 넷째, 이혼 이야기가 나온 뒤 처분·이전한 정황이 있을 때 그 처분을 어떻게 다투고 실제로 막을 것인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맞물려 있습니다. 존재를 밝히지 못하면 시가를 다툴 대상 자체가 없고, 시가 기준을 놓치면 존재를 밝혀도 액수에서 손해를 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상담 초기부터 이 순서를 따라 증거와 절차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명의 뒤에 숨은 가상자산을 분할 대상 위로 끌어내기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할 벽은 "내 이름으로 된 재산이니 내 것"이라는 상대방의 주장입니다.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데 목적이 있고(민법 제839조의2), 판례 역시 명의가 부부 일방이나 제3자 앞으로 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유지된 재산이라면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투자금의 출처를 혼인 공동생활과 연결 짓습니다.
거래소 계좌가 개인 명의라도, 그 계좌에 넣은 원화가 부부 공동의 급여·생활비 계좌에서 이체된 것이라면 그 자체가 공동재산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계좌 개설 시점, 최초 입금액과 그 출처, 이후 추가 입금이 이루어진 시기를 급여 입금일·생활비 지출 시점과 대조해, 투자 원금이 혼인 중 형성된 공동자산에서 나왔음을 시계열로 재구성합니다.
2) 가사소송법상 재산명시·재산조회로 존재 자체를 공식화합니다.
거래소 계정은 상대방이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존재조차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가사소송법 제48조의2에 따라 상대방에게 재산목록 제출을 명하도록 법원에 신청할 수 있고, 그 목록만으로 해결이 어려우면 같은 법 제48조의3에 따른 재산조회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목록을 낸 경우 과태료 제재가 따르므로, 이 절차 자체가 상대방을 압박하는 지렛대가 됩니다.
3) 거래소·은행에 대한 사실조회·문서제출명령으로 잔고와 거래내역을 확보합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코인을 사려면 반드시 본인 명의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거쳐야 합니다. 이 구조를 이용해 가사소송법 제48조(사실조회)에 근거해 은행과 거래소에 입출금 내역과 보유 수량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단순 조회 회신이 미진하면 민사소송법 제344조·제347조의 문서제출명령으로 전환합니다. 법원의 정식 결정을 받은 거래소는 이를 거부할 근거를 대기 어렵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변동성 자산의 시가를 원칙과 예외로 다투기
존재와 수량이 확인되었다면, 다음은 "그 코인, 얼마짜리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하루에도 등락 폭이 큰 자산이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분할받을 금액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 단계는 원칙과 예외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1) 원칙은 사실심 변론종결일 기준 시가입니다.
재산분할의 대상과 그 가액은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 가액은 반드시 감정에 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가상자산의 경우 거래소가 제공하는 해당 시점의 시세 자료, 사실조회로 확보한 특정 일자 보유 수량과 종가를 근거로 변론종결일 기준 가액을 산정해 제시합니다.
2) 의도적으로 값을 낮춘 정황이 있으면 처분 직전 시점을 기준으로 다툽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온 직후 갑자기 저점에서 대량 매도하거나, 시세 추적이 어려운 알트코인으로 갈아탄 정황이 확인되면, 변론종결일의 낮아진 시세가 아니라 처분 직전 시점의 가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깁니다. 매도·이체 시점과 이혼 관련 대화·문자메시지의 시점을 나란히 정리해, 처분이 재산분할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구성합니다.
3) 추가 처분을 막기 위해 가압류로 출금 자체를 묶어 둡니다.
확인된 가상자산이 소송 도중 더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하여 상대방의 출금청구권을 대상으로 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합니다. 가압류 결정이 거래소에 송달되면 해당 계정에서의 출금이 정지되므로, 시가 산정 다툼이 끝나기 전에 자산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배우자 명의로 된 코인 지갑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존재를 밝혀내는 절차와, 밝혀낸 자산의 값을 어느 시점 기준으로 매길지를 준비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과제이며, 어느 한쪽이라도 놓치면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거래 흔적이 끊기거나 갑작스러운 매도 정황이 보인다면, 그 시점을 기록해 두는 것부터가 대응의 시작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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