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문을 닫아야 했던 상가 임차인이라면, 임대차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계약을 끝낼 방법이 있는지부터 궁금해집니다. 매출이 끊긴 상태에서도 계약서에 적힌 기간까지 임대료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면 폐업 결정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이런 상황을 위해 별도의 중도 해지권을 마련해 두고 있지만,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권리는 아니고 조치의 종류와 기간, 폐업과의 인과관계까지 갖춰야 인정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요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해지 통고 이후 실제로 계약이 끝나는 시점은 언제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 — 폐업으로 인한 임차인의 해지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다수의 소상공인이 집합금지·집합제한 행정명령으로 강제로 문을 닫았지만, 종전 민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이 이런 사정을 이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조기 종료할 근거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민법상 임대차 계약은 원칙적으로 계약기간 중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해지할 수 없고,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영업을 접으면서 계약관계를 정리하려 하면 잔여기간에 대한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위험까지 있었습니다.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이 없으면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임차인은 남은 기간의 임대료를 그대로 부담하며, 폐업 이후에도 명목상 임대차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2년 1월 4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제11조의2(폐업으로 인한 임차인의 해지권)가 신설되었습니다.
조문의 핵심은 임차인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제1항제2호에 따른 집합제한 또는 집합금지 조치를 받고, 그 조치를 총 3개월 이상 받음으로써 발생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으로 폐업한 경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조문은 코로나19라는 특정 감염병에 한정된 임시 규정이 아니라 감염병예방법상 집합제한·금지 조치 일반을 요건으로 하는 상시 규정이어서, 앞으로 다른 감염병이 확산해 유사한 행정조치가 내려지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해지권이 인정되는 세 가지 요건 — 조치·기간·인과관계
제11조의2가 정하는 해지권은 크게 세 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인정됩니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조문상의 해지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폐업을 결정하기 전에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치 요건 — 감염병예방법 제49조제1항제2호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발령한 집합제한 또는 집합금지 조치를 실제로 받았을 것.
기간 요건 — 그 조치를 받은 기간이 합산해서 총 3개월 이상일 것. 한 번의 연속된 조치가 아니어도 무방함.
인과관계 요건 — 그 조치로 인해 발생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이 폐업의 실질적인 원인이었을 것.
실무에서 다툼이 가장 잦은 부분은 세 번째, 인과관계 요건입니다. 집합금지 조치를 3개월 이상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행정명령 공문으로 비교적 쉽게 증명되지만, 폐업이 그 조치 때문이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의 경영 미숙이나 상권 자체의 쇠퇴,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했던 사정 등을 들어 인과관계를 다툴 수 있고, 이 경우 폐업과 집합금지 조치 사이의 관련성을 임차인 쪽에서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통상 조치를 받은 시기와 실제 폐업 시점이 얼마나 가까운지, 조치 기간 전후로 매출이 어떻게 변동했는지, 같은 상권의 다른 업종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이어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인과관계를 따지게 됩니다. 조치가 끝난 지 한참 뒤에야 폐업했거나 매출 감소가 조치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면, 그 사이 다른 원인이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커져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집합금지 조치를 3개월 이상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해지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조치로 인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이 실제 폐업의 원인이었다는 점까지 갖춰야 제11조의2의 해지권이 인정된다.
"3개월 이상"은 어떻게 계산하나 — 끊겼다 이어져도 합산
조문이 요구하는 3개월은 한 번의 연속된 조치 기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감염병 확산 상황은 방역 단계에 따라 집합금지가 완화됐다가 다시 강화되는 식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시기를 달리해 여러 차례 조치를 받았더라도 그 기간을 모두 더해 3개월 이상이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한 차례 6주간 집합금지를 받았다가 일시 해제된 뒤, 몇 달 뒤 다시 7주간 집합제한을 받았다면 두 기간을 합산해 3개월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기간을 증명하려면 관할 시·군·구나 보건소가 발령한 행정명령 공문, 집합금지·제한 대상 업종 고시, 임차인이 받은 개별 통지문 등을 시기별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업종별로 집합금지와 집합제한이 번갈아 적용된 경우가 많았던 만큼, 각 조치의 시작일과 종료일을 문서로 특정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합산 기간을 다투는 과정에서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해지 통고 후 3개월 — 계약은 곧바로 끝나지 않는다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임대차가 즉시 종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문은 임대인이 계약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어, 임차인이 해지 의사를 통고한 뒤에도 일정 기간은 임대차 관계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의 해지 통고 기간을 정한 민법 제635조(임대인 6개월, 임차인 1개월)와도 다른, 제11조의2만의 별도 기준입니다.
통고는 구두보다 내용증명우편 등 도달 사실과 시점을 객관적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도달일이 불분명하면 3개월의 기산점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3개월의 유예기간 동안에도 임대차관계 자체는 해지 효력 발생 전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차임 지급의무도 함께 유지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폐업으로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3개월분 차임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은 해지 시점을 정할 때 미리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입니다. 다만 이 3개월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유예기간일 뿐이므로, 임대인과 협의가 된다면 유예기간을 단축하거나 곧바로 계약을 정리하는 합의해지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폐업 사실, 무엇으로 증명하나
해지 통고를 하려면 폐업 사실과 그 원인이 집합금지·제한 조치에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갖춰두어야 합니다. 임대인이 해지 자체를 다투거나 보증금 반환을 늦추려는 경우, 결국 이 자료들이 협상이나 소송에서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관할 세무서에 제출한 폐업신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폐업신고증명원(사업자등록 폐업 처리 확인)
집합금지·제한 조치의 시작·종료일이 기재된 행정명령 공문, 고시, 보건소 통지문
조치 전후 매출 변화를 보여주는 카드매출 집계표, 부가가치세 신고서, 포스(POS) 매출 내역
실제로 영업을 중단했음을 보여주는 폐업일 전후의 영업 관련 자료
이 중에서도 매출 자료는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입니다.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된 기간에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그 감소가 회복되지 않은 채 폐업으로 이어졌다는 흐름을 시기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면, 단순히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만 주장하는 경우보다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법 시행 전 계약에도, 환산보증금 초과 상가에도 적용된다
제11조의2는 법 시행일인 2022년 1월 4일 당시 존속 중이던 임대차에 대해서도 적용됩니다. 즉 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조문 신설 이전이라도, 법 시행 시점에 임대차가 계속되고 있었다면 그 이후 발생한 집합금지·제한 조치를 근거로 이 조문에 따른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지역별로 정해진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이나 차임 증액 상한 등 일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데, 제11조의2는 이 예외 대상에서 빠져 있어 환산보증금 기준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조문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이 지역별 기준을 넘는 대형 상가나 사무실 임대차라도,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요건만 갖추면 폐업으로 인한 해지권을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해지권 성립 여부는 지점별로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한 지점이 집합금지 조치를 3개월 이상 받고 그 여파로 폐업했더라도, 다른 지점까지 자동으로 같은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지점마다 조치를 받은 이력과 폐업 경위를 따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3개월 요건을 못 채웠다면 — 사정변경 원칙이라는 별도 통로
집합금지·제한 조치를 받긴 했지만 합산 기간이 3개월에 못 미치거나, 조치 자체는 없었지만 감염병 확산의 여파로 매출이 급격히 무너진 경우처럼 제11조의2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민법상 일반 법리인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방법이 검토됩니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유로 중대하게 바뀌었고, 원래의 계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볼 수 있을 때 계약 해지를 인정하는 법리입니다. 사정변경의 원칙이 받아들여지려면 통상 ①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을 것 ②그 변경을 계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을 것 ③변경에 당사자의 귀책사유가 없을 것 ④원래 계약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할 것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함께 검토됩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261441 판결은 코로나19 여파로 상가 매출이 90% 이상 급감한 사안에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해 임차인의 계약 해지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는 하급심의 개별 사건 판단이고, 다른 사건에서는 감염병 확산 자체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거나 매출 감소가 오로지 감염병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권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도 함께 존재합니다. 법원이 사정변경 원칙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해 온 태도를 고려하면, 이 경로는 제11조의2처럼 요건만 갖추면 곧바로 인정되는 권리가 아니라 소송을 통해 개별적으로 다투어야 하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3개월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면 제11조의2의 해지권은 성립하지 않지만,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로 한 해지 주장은 법원이 제한적으로만 인정해 온 만큼 소송을 통해 개별적으로 다투어야 하는 별개의 통로다.
해지 이후 — 보증금 반환과 원상회복
해지 통고 후 3개월이 지나 효력이 발생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를, 임차인은 상가를 원상회복해 인도할 의무를 각각 부담합니다. 두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으므로,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마치고 목적물을 인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룬다면 인도를 거절하며 보증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해지의 효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보증금 반환을 계속 거부한다면, 결국 보증금반환청구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앞서 정리한 폐업신고 자료, 집합금지·제한 조치 공문, 매출 감소 자료, 해지 통고서와 도달 증빙을 함께 제출해 제11조의2의 요건이 갖춰졌다는 점을 입증하게 됩니다.
원상회복의 구체적 범위를 두고도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임차인이 설치한 인테리어나 시설을 어디까지 철거해야 하는지는 계약서상 원상회복 조항과 최초 인도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계약 체결 당시의 사진이나 도면이 남아 있다면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원상회복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예상된다면, 인도 전에 상가 내부 상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도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합금지 조치를 두 번 나눠 받았는데 합산해서 3개월이 되면 요건이 충족되나요?
A. 네, 조문은 연속된 하나의 조치만을 요구하지 않고 누적 기간을 기준으로 하므로, 시기를 달리해 여러 차례 받은 조치 기간을 모두 더해 3개월 이상이면 기간 요건은 충족됩니다. 다만 각 조치의 시작·종료일을 문서로 특정해 합산 근거를 명확히 갖춰두어야 합니다.
Q. 아직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해지 통고부터 먼저 할 수 있나요?
A. 조문의 문언상 해지권은 폐업한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실제 폐업 사실이 확정된 뒤에 해지 통고를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폐업신고와 해지 통고 시점이 지나치게 어긋나면 인과관계를 다투는 임대인에게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해지 통고를 받고도 계속 임대료를 청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해지 통고 후 3개월이 지나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그 기간의 차임 지급의무는 원칙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효력 발생 이후에도 임대인이 차임을 청구한다면 해지 통고서와 도달 증빙을 근거로 거부하거나 보증금에서 정산할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이 해지권은 코로나19가 끝나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규정인가요?
A. 아닙니다. 제11조의2는 감염병예방법상 집합제한·집합금지 조치 일반을 요건으로 하는 상시 규정이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사한 감염병 확산으로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내려지고 그로 인해 폐업하는 경우라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 3개월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방법이 아예 없나요?
A. 제11조의2에 따른 해지권은 성립하지 않지만,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주장할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이 법리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해 온 만큼 요건 충족이 명확한 제11조의2와 달리 소송으로 다투어야 하는, 결과가 불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Q. 환산보증금이 큰 상가는 이 해지권을 못 쓰나요?
A. 아닙니다. 제11조의2는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해도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어, 대형 상가나 사무실 임대차라도 세 가지 요건만 갖추면 동일하게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폐업했다는 사정만으로 임대차 계약이 저절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에 따른 해지권을 쓰려면 조치의 종류와 누적 기간, 그리고 그 조치가 실제 폐업의 원인이었다는 인과관계까지 갖추어야 하고, 해지 통고 후에도 3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나야 계약이 실제로 종료됩니다.
요건을 갖췄는지 애매하거나 임대인이 인과관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면, 해지 통고를 보내기 전에 행정명령 공문과 매출 자료부터 시기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협상이나 소송 모두에서 유리한 출발점이 됩니다. 광교를 비롯한 상가 밀집 지역에서는 이런 분쟁이 폐업 이후 보증금 반환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지 통고를 보내기 전에 요건 충족 여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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