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에 없던 추가 공사비 청구, 합의부터 다퉈야 합니다
사건 개요
인테리어나 신축 공사를 맡길 때 건축주는 대개 견적서를 기준으로 계약금을 정하고, 그 금액 안에서 공사가 끝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면 시공사로부터 "현장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추가로 작업했다"며 견적서에 없던 항목이 딸린 정산서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철거 중 예상치 못한 배관이 나왔다거나, 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 미장을 더 했다는 식의 설명과 함께 천만 원, 이천만 원 단위의 금액이 잔금에 얹혀 청구됩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습니다. 공사 중 현장소장이나 팀장으로부터 "이 부분은 추가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은 있어도, 그게 정확히 얼마짜리 작업이고 자신이 그 비용을 부담하기로 동의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시공사는 "현장에서 다 말씀드리고 진행한 것"이라 하고, 건축주는 "그 정도 얘기로 돈을 더 내야 하는 줄은 몰랐다"고 맞섭니다. 잔금 지급을 미루면 유치권이나 지체상금을 거론하며 압박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추가공사에 관해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합의가 없었다면, 실제로 공사가 더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그 비용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상 도급계약에서 공사대금은 계약으로 정한 범위를 기준으로 하고(민법 제664조), 그 범위를 벗어난 부분은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다툼이 벌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공사가 청구하는 작업이 애초 견적서·설계도면·계약서상 공사 범위에 이미 포함된 것인지, 아니면 그 범위를 실제로 벗어난 것인지입니다. 포함된 범위라면 애초에 '추가공사'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둘째, 범위를 벗어난 작업이라 하더라도 그 비용을 건축주가 부담하기로 하는 합의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존재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총 공사대금을 정해 둔 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초 정한 금액을 초과해 지급할 의무가 없고(대법원 95다38066, 38073 판결 참조), 추가공사에 관한 사전 합의가 없었던 이상 공사비가 늘었다고 해서 그 증가분을 당연히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 왔습니다.
셋째, 시공사가 내세우는 '합의'의 실체가 누구의 의사인지입니다. 현장소장이나 직원이 현장에서 진행을 지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도급인 본인이 그 비용까지 부담하기로 승낙했다는 묵시적 합의로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이 세 지점 중 어느 하나라도 시공사 쪽에서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면, 추가공사비 청구는 근거를 잃습니다. 그리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추가공사비를 청구하는 시공사에게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청구 항목을 원 계약 범위와 대조해 '진짜 추가분'만 남기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공사의 정산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목 하나하나를 원 계약과 대조하는 작업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건을 정리합니다.
1) 견적서·설계도면·계약서의 공사 범위와 정산서 항목을 나란히 놓고 대조합니다.
정산서에 오른 항목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원 견적서의 물량 산출에 이미 반영돼 있거나, 계약서상 '포함' 문구로 처리된 공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철거·폐기물 처리, 마감 전 바닥 정리 같은 공정은 별도 특약이 없는 한 통상 시공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봅니다. 견적서의 세부 물량내역서(있다면)와 실제 시공 도면, 계약서의 공사 범위 조항을 대조해, 정산서 금액 중 '이미 대금에 포함된 항목'을 먼저 걸러냅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청구액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남은 항목에 대해서는 '누가, 언제, 어떻게' 지시했는지를 시점별로 특정합니다.
진짜로 원 계약 범위를 벗어난 작업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의 지시로 시작됐는지가 중요합니다. 현장소장이나 직원 선에서 "이렇게 하시죠"라고 말하고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건축주 본인이 직접 견적과 금액을 듣고 승낙한 것인지를 구분해 정리합니다. 판례의 흐름상 도급인 회사의 직원이나 현장 담당자의 지시만으로는, 도급인 본인의 묵시적 합의로 곧바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자·카카오톡·현장 사진, 통화 여부 등을 시점별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시공사가 "현장에서 다 얘기했다"고 주장할 때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3) 사전에 금액을 고지받거나 승낙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추가공사에 관한 합의는 '작업을 하기로 한 합의'뿐 아니라 '그 비용을 얼마씩 부담하기로 한 합의'까지 있어야 온전한 의미를 갖습니다. 실무에서는 작업 진행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았더라도, 구체적인 금액을 사전에 고지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금액에 대한 사전 고지·협의 기록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완결된 합의가 없었다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시공사의 반박 논리를 미리 차단하고 정산의 방향을 설계하기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정리했다면, 다음은 시공사 쪽에서 나올 수 있는 반박을 미리 예상해 막는 단계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챙깁니다.
1) '묵시적 합의' 주장에 대비해 종합 판단 요소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시공사는 흔히 "말은 안 했어도 진행을 막지 않았으니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묵시적 합의가 인정되려면 도급계약의 목적, 추가공사를 하게 된 경위, 원래 계약 내용과 추가 시공 내용의 관계, 물량내역서·산출내역서와의 비교, 그리고 추가공사비가 전체 공사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방식입니다. 특히 추가로 청구된 금액이 전체 공사대금 대비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그 정도 규모의 지출을 건축주가 별다른 확인 없이 묵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함께 부각시킵니다.
2) 유치권·지체상금 등 시공사 측 압박 카드에 미리 대응합니다.
정산 다툼이 길어지면 시공사가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유치권을 주장하거나 준공·인도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투는 부분은 '증명되지 않은 추가공사비'이지 계약상 정당한 공사대금 전체가 아닙니다. 다툼이 없는 부분의 대금은 먼저 정산하되 추가공사비 부분만 별도로 유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시공사의 유치권 주장이나 지체 책임 전가 시도의 근거를 상당 부분 좁힐 수 있습니다.
3) 협상과 소송 대응을 함께 준비합니다.
추가공사비 다툼은 협상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공사가 지급명령이나 공사대금 청구 소송으로 나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경우 앞서 정리한 대조표와 시점별 정황 자료가 그대로 답변서·준비서면의 뼈대가 됩니다. 미리 자료를 체계적으로 갖춰 두면, 소송으로 번지더라도 시공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추가 공사비 청구서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항목이 원 계약 범위 안에 있는지, 그리고 비용 부담에 관한 합의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입니다. "현장에서 진행을 막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거액의 추가 비용을 떠안을 이유는 없습니다.
정산서를 받은 직후 항목을 원 계약과 대조하고, 누구의 지시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시점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결과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준비입니다. 지금 근거가 불분명한 추가 공사비 청구를 받고 계시다면, 어느 부분을 다툴 수 있고 어느 부분을 정산해야 하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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