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자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계약이 무효?? — 관리단집회 결의 없는 공용부분 공사계약 약점
대표자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계약이 무효?? — 관리단집회 결의 없는 공용부분 공사계약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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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자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계약이 무효?? — 관리단집회 결의 없는 공용부분 공사계약 약점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집합건물의 공사를 수주하는 업체들은 통상 관리기구의 대표자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계약이 완성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집합건물법의 세계에서 대표자의 서명·날인은 계약 유효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규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관리단집회의 결의로 결정되어야 하고, 그 결의 없이 대표자가 체결한 계약은 상대방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효력이 없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법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판결은 7,000만 원 규모의 승강기 보수공사 계약이 이 법리에 따라 무효로 판단되어, 이미 자재까지 발주한 공사업체의 3,600여만 원 손해배상 청구가 전부 기각된 사례입니다. 공사업체와 관리기구 양쪽 모두에게 뼈아픈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사안의 개요

원고는 승강기 제조·설치·보수업체이고, 피고는 서울 강서구 소재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자치관리기구입니다. 원고는 피고의 대표자와 사이에 공사금액 7,000만 원의 승강기 보수공사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금 40%를 받은 뒤 자재를 발주한다는 특약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대표자는 이 계약 체결에 관하여 총회 결의나 구분소유자들의 집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계약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착공계와 자재승인요청서를 제출하고 제3자에게 자재를 발주하였으며, 피고 내부 분쟁으로 공사 중단 요청을 받자 계약금의 즉시 지급을 요구하였습니다. 피고가 '착오로 작성된 계약'이라며 취소를 통지하자, 원고는 이를 민법 제673조의 도급인의 일방적 해제로 구성하여 이미 지출한 자재비 36,658,600원의 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1 — 승강기 '대규모 부품교체'는 집회 결의가 필요한 관리행위

법원은 대법원 판례가 선언한 법리에서 출발합니다.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규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관리단집회의 결의로써 결정되어야 하고, 관리인은 결의된 사항을 집행할 수 있을 뿐이므로, 관리인이 집회 결의 없이 그러한 사항에 관하여 한 법률행위는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 사건 승강기 공사가 집회 결의를 요하는 '관리행위'인지, 아니면 결의 없이 가능한 '보존행위'인지의 구별입니다. 법원은 승강기의 현상 유지를 위한 소규모 긴급 수리는 보존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승강기 전면 교체나 대규모 부품교체 공사는 단순한 현상 유지를 넘어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행위라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이 자동구출운전장치, 로프브레이크, 도어비상가이드, 도어이탈방지장치의 설치라는 점에서 대규모 부품교체 공사에 해당하고, 따라서 집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관리행위임에도 그 결의 없이 체결된 이상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승강기 교체 수리' 안건의 찬반 투표가 있었으므로 결의를 거친 것이라고 다투었으나, 법원은 그 투표가 이 사건과 같은 대규모 부품교체 공사 내지 이 사건 계약 체결 자체에 대한 의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배척하였습니다. 나아가 승강기 대규모 부품교체가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상,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 장기수선계획을 수시조정한 뒤 의결을 거쳐야 공사가 가능한데 그 어느 절차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까지 짚었습니다. 결의의 '존재'만이 아니라 결의의 '대상 특정'과 장기수선계획이라는 공법적 절차까지 심사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2 — 특약을 어긴 자재 발주, 손해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법원은 예비적 판단으로 원고 청구의 또 다른 급소를 짚었습니다. 설령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원고가 '계약금 수령 후 자재 발주'라는 특약에 반하여 계약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자재를 미리 발주한 이상, 그 자재비 상당액은 피고에게 귀책을 물을 수 있는 손해도,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특약이 구분소유자 다수의 금전적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계약 진행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둔 중요 조항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결국 원고의 청구는 계약의 무효라는 본안의 벽과, 특약 위반 선이행이라는 인과관계의 벽에 이중으로 부딪혀 전부 기각되었습니다.

평석 — 공사업체와 관리기구, 각자의 체크리스트

이 판결은 집합건물 공사 수주 실무의 표준 점검항목을 제시합니다. 공사업체의 관점에서는 첫째, 계약 상대방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 관리단집회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서에 '이 공사, 이 계약'이 특정되어 있는지, 규약상 대표자에게 단독 체결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지를 계약서에 첨부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포괄적·추상적 안건의 의결은 이 사건처럼 특정성 부족으로 배척될 수 있습니다. 둘째, 장기수선계획 대상 공사인지,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과 수시조정 절차가 필요한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셋째, 선급금 수령 전의 선이행은 스스로 손해 전보의 길을 막는 행위입니다. 특약이 있다면 그 순서를 지키고, 부득이 선이행할 사정이 있다면 상대방의 서면 요청을 받아 두어야 합니다. 관리기구의 관점에서는, 이 판결이 결의 없는 대표자의 전횡으로부터 구분소유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는 동시에, 절차 미비가 상대방과의 분쟁과 대표자 개인의 책임 문제로 비화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공용부분 공사는 안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결의, 장기수선계획 정비, 예산 근거의 확보라는 3단 절차를 거치는 것이 유일한 정도입니다.

마치며

집합건물 공사계약의 효력 분쟁은 계약서의 문구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 즉 의결과 절차의 완결성에서 판가름 납니다. 관리기구와의 계약을 앞둔 공사업체든, 공용부분 공사를 추진하거나 대표자가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다투어야 하는 관리단·입주자대표회의든, 이러한 문제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법무법인 랜드로로 신지수 변호사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계약 체결 전 검토부터 효력 분쟁의 소송 수행까지 꼼꼼하게 조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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