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건물 임대료가 매달 들어옵니다. 이 돈은 누구 것인가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작은 상가건물을 운영하시던 70대 아버지 C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언장은 없었고 상속인은 배우자 D씨와 자녀 세 명이었습니다. 건물에는 세입자 네 곳이 있었고, 매달 약 480만 원의 임대수익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장남 E씨가 아버지 생전부터 건물을 관리해 왔고, 상속 후에도 자연스럽게 임대료를 자신의 계좌로 수령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상속인들은 1년이 넘도록 임대수익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형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넘기다가, 뒤늦게 분할을 요구했지만 장남은 "관리비와 수선비로 다 쓴 돈"이라며 거부했습니다.
이런 상황,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결될까요?
핵심 결론 - 상속재산 임대수익은 법정상속분대로 나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속개시(피상속인 사망) 이후 발생하는 임대수익은 상속재산 자체와는 별개의 과실(果實)로서, 각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당연히 분할됩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공유하는 동안 그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차임 등 과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유지분 비율에 따라 각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 사례에 적용하면
배우자 D씨의 법정상속분: 3/9 (약 33.3%)
자녀 각 2/9 (약 22.2%) - 자녀 3명
매달 480만 원 기준 시, D씨는 약 160만 원, 자녀 각 약 106만 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즉, 장남 E씨가 1년간 혼자 수령한 약 5,760만 원 중 자신의 지분(2/9)인 약 1,28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다른 상속인들에게 정산해야 합니다.
법적 근거 - 민법상 과실수취권과 부당이득
상속재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의 분할은 크게 두 가지 법률 규정에 근거합니다.
1 민법 제102조(과실의 취득권) - 물건의 소유자는 천연과실과 법정과실(임대료 등)을 취득할 수 있으며, 공유인 경우 지분 비율에 따릅니다.
2 민법 제741조(부당이득) - 자기 지분을 초과하여 임대수익을 수령한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집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점은, 상속재산분할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발생한 임대수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상속재산 "자체"의 분할을 다루는 것이므로, 분할 전까지 누적된 임대수익 정산은 별개의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주의할 점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완료되어 특정 상속인에게 건물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소유권 이전등기 이후의 임대수익은 해당 상속인 단독 귀속입니다. 분할이 문제가 되는 구간은 상속개시일부터 분할 완료일까지의 기간입니다.
예외와 쟁점 - 관리비용 공제와 기여분
위 사례에서 장남 E씨가 주장한 "관리비와 수선비"는 법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쟁점이 됩니다.
1 필요비 공제 - 건물 유지에 필수적인 수선비, 재산세, 보험료, 관리비 등은 임대수익에서 공제한 뒤 잔액을 분배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만 영수증 등 증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 관리 수고에 대한 보상 - 특정 상속인이 건물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경우 "관리보수" 명목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으나,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관리 업무 위임에 대한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3 유익비와 개량비 - 건물 가치를 높이는 인테리어 공사 등은 다른 상속인 전원의 동의 없이 진행했다면 공제가 거부될 수 있습니다.
실무 팁 - 임대수익 분쟁을 예방하는 4가지 방법
1 공동 관리 계좌 개설 - 상속 개시 직후 상속인 전원 명의의 관리 계좌를 만들어 임대료를 입금받으면, 나중에 정산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관리인 지정 합의서 작성 - 특정 상속인이 관리를 맡을 경우, 관리 범위와 보수, 수익 정산 방법을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지출 증빙 철저 보관 - 수선비, 관리비, 세금 등 지출 내역을 영수증과 함께 보관하면 나중에 공제 주장이 훨씬 수월합니다.
4 소멸시효 주의 -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멸시효는 "안 날로부터 3년, 행위일로부터 10년"입니다. 정산을 미루다 보면 과거 수익분에 대한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정산 요구를 서면(내용증명 등)으로 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리하면
상속재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은 상속인 공유재산의 과실로서, 법정상속분에 따라 각 상속인에게 귀속됩니다. 특정 상속인이 독점 수령한 경우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가능하며, 필요비 등 정당한 비용은 증빙을 갖추어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상속 초기에 관리 방법과 수익 배분에 대한 합의를 반드시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김경숙 변호사의 코멘트
더감 법률사무소 · 경기도 수원시
상속재산 임대수익 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산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상속 개시 직후 공동 관리 계좌를 개설하고 관리 규칙을 서면화해 두면 분쟁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정산이 지연된 상황이라면 소멸시효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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