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목록 교부받지 못했다면, 위법 압수 다투는 방법
압수목록 교부받지 못했다면, 위법 압수 다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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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목록 교부받지 못했다면, 위법 압수 다투는 방법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압수수색을 받은 분들 중 상당수가 “압수목록을 받은 기억이 없다”거나 “서명만 하고 목록은 나중에 준다고 해서 그냥 넘어갔다”며 뒤늦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경황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지만, 나중에 요청하면 다 알려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가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진행되고 압수물이 증거로 제출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정확히 무엇이 언제 압수됐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압수목록의 작성·교부는 수사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압수 직후 이행해야 하는 절차상 의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고, 이 의무를 어긴 압수는 절차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압수목록 교부 의무의 근거와 시기, 목록을 받지 못했거나 부실하게 받았을 때 어떤 절차 위반이 문제되는지, 그리고 이를 실제로 다투는 방법을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압수 시 목록을 작성해 교부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입니다

압수목록 교부는 압수물에 대한 권리행사와 불복 절차의 출발점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압수를 한 경우 목록을 작성해 소유자·소지자·보관자 등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129조). 이 규정은 원래 법원의 압수·수색에 관한 조항이지만, 같은 법 제219조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하는 압수·수색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즉 경찰이나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경우는 물론, 임의제출 형식으로 물건을 넘겨받은 경우에도 목록 작성·교부 의무는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이 의무의 목적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부산고등법원은 압수목록을 교부하도록 한 취지에 대해, 압수물의 존부나 형상 변경을 둘러싼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피압수자의 환부·가환부 청구권 등 각종 권리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13. 6. 5. 선고 2012노667 판결). 목록이 없으면 무엇이, 언제, 어떤 상태로 압수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이는 곧 압수 처분에 대한 불복 기회 자체가 막히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실무에서는 “압수확인서에 서명은 했는데 목록 사본은 받지 못했다”,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오지 않았다”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이런 경우 단순히 서류 한 장이 누락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압수 절차가 적법하게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압수목록 교부는 압수물에 대한 권리행사와 불복 절차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수사기관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절차입니다.


2. 목록은 압수 직후 곧바로 교부돼야 하며, 추가 수사를 이유로 미룰 수 없습니다

수사 편의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정은 교부 시기를 늦추는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대법원은 압수목록의 작성·교부 시기에 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4. 1. 5.자 2021모385 결정은, 압수목록은 원칙적으로 압수 직후 곧바로 작성해 교부해야 하고, 이는 영장 집행에 의한 압수뿐 아니라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결정은 나아가, 압수물과 혐의사실의 관련성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거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사정은 압수절차가 이미 종료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목록 교부 의무를 미루거나 거부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다시 말해 “수사가 끝나면 정리해서 알려주겠다”는 식의 지연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될 뿐, 원칙적으로는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압수 현장에서 목록을 받지 못했다면, 이후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담당 수사관이나 소속 관서에 목록 교부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그 요청 일시와 응답 내용을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압수목록은 압수 직후 지체 없이 교부돼야 하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의무를 미룰 수 없습니다.


3. 목록이 부실하게 작성되거나 아예 교부되지 않았다면 압수 절차 전체가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부실기재·미교부는 사소한 실수가 아니라 절차위반으로 다뤄집니다.

대법원 2022. 7. 14.자 2019모2584 결정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압수목록교부서가 압수 방법·장소·대상자별로 구분되지 않은 채 발신인·수신인란이 비어 있고, 압수물의 상당 부분이 아예 목록에서 누락돼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압수영장을 집행한 직후에 압수목록을 곧바로 작성하여 압수한 물건의 소유자·소지자·보관자 기타 이에 준하는 사람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7. 14.자 2019모2584 결정).

대법원은 이처럼 압수목록이 부정확하게 작성되거나 상당 부분 누락된 채 교부된 경우, 이를 단순한 서류상 하자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 절차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목록이 정확해야 피압수자가 압수물의 품목·수량·특징을 실제와 대조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건에서는 압수된 자료 중 일부가 목록에 기재되지 않은 채 임의로 파쇄·폐기된 정황, 전자정보를 담당 검사 개인 저장매체에 복제해 장기간 보관한 정황도 함께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목록 미교부는 흔히 이런 다른 절차 위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목록을 받지 못했다면 압수 전반의 적법성을 폭넓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록이 부실하거나 교부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압수·수색 절차 전체의 적법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4. 위법하게 이뤄진 압수는 그 압수물도, 파생된 증거도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절차를 어긴 압수는 압수물 자체는 물론 그로부터 얻은 2차 증거까지 배제 대상이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흔히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라고 부릅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판결은 나아가, 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뿐 아니라 그 증거를 기초로 2차적으로 확보한 증거, 이른바 ‘독수(毒樹)의 과실’도 마찬가지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을 선언했습니다. 압수목록 미교부처럼 절차 자체가 위법하다고 평가되면, 그 압수물뿐 아니라 이를 단서로 확보한 후속 증거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사소한 것에 그치고, 오히려 증거를 배제하는 것이 절차 위반 억제라는 취지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압수목록 미교부를 다툴 때는 그것이 “사소한 절차 하자”가 아니라 “실질적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구체적인 정황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절차 위반이 실질적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면, 그로부터 얻은 증거는 압수물이든 2차 증거든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5. 압수 단계의 준항고와 재판 단계의 증거배제 신청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압수 직후 다투는 절차와 재판에서 다투는 절차는 별개이므로 두 트랙을 함께 챙겨야 합니다.

압수목록을 받지 못했거나 부실하게 받았다면, 크게 두 단계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압수 처분 자체에 대한 준항고이고, 다른 하나는 이후 형사재판에서의 증거배제 신청입니다.

절차는 통상 ①수사기관(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압수·수색 집행 → ②목록 미교부·부실기재 확인 시 관할 지방법원(수원지방법원)에 압수 처분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 제기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된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준항고는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에 관한 처분에 불복해 그 취소·변경을 구하는 절차로, 압수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더라도 제기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관계와 증거를 빨리 정리해 둘수록 유리합니다.

준항고가 인용돼 압수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수사나 공판에서 해당 증거의 사용 여부는 별도로 다퉈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준항고 준비와 별개로, 공판 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주장할 수 있도록 압수 당시 정황을 처음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1. 압수 당시 교부받은 압수목록(또는 압수목록교부서)이 있는지, 있다면 품목·수량·특징이 실제 압수물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2. 목록을 받지 못했다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교부를 요청했는지 서면이나 문자로 기록을 남겨 둡니다.

  3. 영장 제시 여부, 참여권 보장 여부 등 압수 당시의 다른 정황도 함께 정리해, 준항고와 공판 단계의 증거배제 주장 모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압수목록 하나만으로 사건 전체가 뒤집히는 것은 아니지만, 절차 위반이 확인되면 이를 근거로 압수 처분을 다투고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까지 문제 삼을 수 있는 만큼, 초기에 정확히 확인하고 기록해 두는 작업이 이후 대응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마치며

압수를 당한 직후에는 대부분 경황이 없고, “일단 조사가 끝나면 알아서 정리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목록을 챙기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압수를 당한 피의자 입장에서는 목록을 받지 못한 사실 자체를 나중에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초기에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면 절차 위반을 다툴 근거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건을 임의로 제출한 참고인이나 제3자 입장에서도 “내가 자발적으로 낸 것이니 목록 같은 건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에도 목록 작성·교부 의무는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마찬가지로 목록을 꼼꼼히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압수수색 초기 단계부터 재판 단계의 증거능력 다툼까지,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이 문제 된 사건을 다수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확보해 둔 기록 하나가 이후 재판의 결과를 뒤바꾸는 경우를 여러 차례 봐 왔습니다.

압수목록을 받지 못했거나 절차가 석연치 않다면, 그 순간의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수 당시 서명은 했는데 압수목록 사본을 받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요청할 수 있나요?

A. 요청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압수목록 교부 의무가 압수 직후 이행돼야 한다고 보므로, 아직 받지 못했다면 수사기관에 서면으로 교부를 요청하고 그 요청 사실과 응답 내용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임의로 제출한 물건도 압수목록을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4. 1. 5.자 2021모385 결정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에도 목록 작성·교부 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Q. 압수목록을 못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증거가 무조건 배제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할 정도인지가 관건이며, 사소한 하자에 그친다고 평가되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위반의 정도와 정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압수 처분에 불복하는 준항고는 언제까지 제기해야 하나요?

A. 검사·사법경찰관의 압수 처분에 대한 준항고는 별도의 엄격한 제기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관계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목록 미교부를 확인한 즉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준항고와 재판에서의 증거배제 신청, 둘 다 해야 하나요?

A. 목적이 다르므로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준항고는 압수 처분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이고, 증거배제 신청은 이미 제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절차이므로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Q. 목록이 부실하게 작성된 것도 문제가 되나요, 아예 없는 경우만 문제인가요?

A. 부실기재도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은 압수 방법·장소·대상자별 구분 없이 부정확하게 작성된 목록도 절차위반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으므로, 목록을 받았더라도 기재 내용이 실제 압수물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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