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조서 부인하면 재판 증거로 못 쓰일까
피의자신문조서 부인하면 재판 증거로 못 쓰일까
법률가이드
수사/체포/구속고소/소송절차

피의자신문조서 부인하면 재판 증거로 못 쓰일까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의뢰인들 중, 조사 당시에는 진술한 대로 서명·무인을 했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면 조서 내용을 다투고 싶어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조사받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재판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기만 하면 조서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서의 증거능력이 사라지는 것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사건이 곧바로 무죄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 당시 함께 남은 진술, 영상녹화물, 조사관의 기억, 그 밖의 정황증거가 다른 경로로 법정에 들어오면서, 이 안심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배신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인정한다’는 것이 조서에 적힌 대로 서명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진술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의미라는 기준을 거듭 확인하고 있고, 이 법리를 공범의 조서에까지 확장 적용하는 판결도 나왔습니다.

아래에서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재판에서 부인하면 실제로 어떤 법적 효과가 생기는지, 그리고 조서가 배제되더라도 다른 증거로 유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조서가 적법하게 작성되었어도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적법한 절차와 방식’과 ‘내용 인정’은 둘 다 충족돼야 하는 별개의 요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제1항)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제3항) 모두에 대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서 작성 절차에 아무 하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두 번째 요건인 내용 인정이 빠지면 증거능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내용을 인정한다’는 것의 의미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서에 적힌 문구가 실제 진술한 그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이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혀왔습니다.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5040 판결).

따라서 피고인이 조사받을 당시에는 진술서에 서명·간인까지 했더라도,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부분에 대해 그 사실 자체가 아니라고 다투면, 그 부분은 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 법리는 검사 작성 조서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도2102 판결 등).

조서가 절차적으로 아무리 깔끔해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면 그 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2. 2022년부터 검사 조서도 경찰 조서와 같은 기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검사 조서가 더 강한 증거력을 가졌지만, 지금은 부인하면 똑같이 증거능력을 잃습니다.

2022년 1월 1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이전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사법경찰관 조서보다 완화된 요건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됐습니다. 조서가 작성된 그대로 진술이 이뤄졌다는 ‘실질적 진정성립’만 인정되면,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해도 증거로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이 요건을 사법경찰관 조서와 동일하게 ‘적법한 절차와 방식’ 및 ‘내용 인정’으로 통일했습니다. 이제는 검사가 직접 조사해 작성한 조서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면 검사 조서 역시 경찰 조서와 다를 것 없이 증거능력을 잃습니다.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수사기관 조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취지입니다.

이 기준은 피고인 본인의 조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공범 관계에 있는 다른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도,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범에는 형법 총칙상 공범뿐 아니라, 서로 반대되는 행위를 통해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필요적 공범·대향범까지 포함됩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3741 판결).

검사가 작성한 조서라도, 피고인 본인의 것이든 공범의 것이든 내용을 부인하면 경찰 조서와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을 잃습니다.


3. 조서를 부인해도 영상녹화물이나 조사관 증언으로 내용이 다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조서가 배제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남은 다른 자료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에 따라 조사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상녹화물이 재판에서 곧바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밝혔습니다.

형사소송법이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기 위한 경우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진술의 기억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때로 한정하고 있을 뿐, 영상녹화물에 대해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도5041 판결).

즉 영상녹화물은 조서의 진정성립을 뒷받침하거나 진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보조적 용도로만 쓸 수 있을 뿐, 조서가 내용부인으로 배제된 자리를 대신해 독립적인 증거로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조사관의 법정 증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은 조사에 참여한 경찰관·검사가 ‘피고인이 조사 당시 이렇게 진술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하는 경우,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되면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서 자체는 내용부인으로 증거능력을 잃었더라도, 같은 내용이 조사관의 증언을 통해 법정에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 특신상태는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진술이 임의로, 허위 개입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돼야 합니다. 조사 당시 변호인 참여 여부, 진술거부권 고지 여부, 조사 시간과 강압 정황 등이 이 단계에서 다시 쟁점이 됩니다.

영상녹화물은 보조자료일 뿐이고, 조사관의 증언도 특신상태가 인정되어야만 조서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4. 조서를 부인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무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의자신문조서 하나가 빠져도, 다른 증거만으로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는 어느 한 증거의 유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모든 증거를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형사소송법 제308조), 피의자신문조서가 내용부인으로 증거에서 빠지더라도 금융거래 내역, 통신·문자 기록, 목격자나 피해자의 법정 진술, 압수된 물증 등 다른 증거가 남아 있다면 그 증거들만으로도 충분히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본 공범 조서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원심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법리를 오해해 잘못 채택한 조서가 있었지만, 그 조서를 빼고 적법하게 채택된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3741 판결). 조서 하나가 배제된다고 해서 사건 전체의 결론이 자동으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반대의 경우, 즉 피고인의 자백이 그 사건에서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조서가 배제된 뒤 남은 자료가 자백 취지의 진술뿐이라면 보강증거 없이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조서를 부인하는 것은 무죄를 향한 하나의 단계일 뿐, 다른 증거관계 전체를 함께 검토해야 실제 결과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5. 조사부터 재판까지, 내용부인 전략은 이런 절차로 준비해야 합니다

조서에 서명하기 전 단계부터, 나중의 내용부인을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합니다.

피의자신문조서를 둘러싼 다툼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및 조서 작성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보완조사 → ③기소 후 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에서 조서 증거 부동의·내용부인 의견 진술 → ④조서 배제 시 나머지 증거만으로 유무죄를 다투는 변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서를 부인하겠다는 결정은 재판 단계에서 갑자기 나오는 것보다, 조사받는 시점부터 염두에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조사 중 실제 진술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이 있다면 조서 열람 시 정정을 요구하고 그 경위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을 어떻게 행사했는지도 이후 특신상태 다툼에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이미 조사를 받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조서 원본과 열람·정정 요청 여부, 서명·간인 경위를 확인합니다.

  2. 조사 전 과정이 영상녹화됐는지, 녹화가 없었다면 조사관이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합니다.

  3. 조서 외에 사건과 관련된 금융자료·통신기록·목격자 진술 등 다른 증거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파악합니다.

이런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면, 조서의 내용부인이 실제로 사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변호인과 함께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조서 배제 이후의 변론 전략도 훨씬 촘촘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조사받을 당시의 진술이 재판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작 조서를 어떻게 다퉈야 하는지는 뒤늦게 고민하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조서 내용을 다투고 싶은 입장에서는, 내용부인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 조서가 빠진 뒤에도 남는 증거관계 전체를 함께 살펴야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조서를 증거로 활용하려는 입장에서도, 내용부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서 외의 자료, 즉 영상녹화물이나 목격자 진술, 객관적 물증을 함께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수사 단계의 조사 대응부터 재판에서의 증거 다툼까지, 조서를 부인하는 쪽과 조서를 지키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조서라도 어떤 자료가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왔습니다.

조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사받을 때 조서에 서명·무인을 했는데, 재판에서 부인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서명·무인은 조서 작성 절차의 적법성을 뒷받침할 뿐이고,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공판에서 그 내용을 부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인 의사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Q. 검사가 직접 조사해서 작성한 조서도 부인하면 증거로 못 쓰나요?

A. 2022년 개정 이후에는 그렇습니다. 검사 작성 조서도 경찰 작성 조서와 동일하게,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잃습니다.

Q. 조서를 부인하면 그 사건은 무죄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조서가 증거에서 빠지더라도 영상녹화물의 기억환기, 조사관의 증언, 그 밖의 물증·진술로 같은 사실이 입증될 수 있어, 남은 증거 전체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조사관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제가 한 말이라고 증언하면 그대로 인정되나요?

A.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돼야 하고, 조사 당시 강압 정황이나 변호인 참여 여부 등이 함께 다퉈집니다.

Q. 공범이 진술한 조서로 저를 처벌할 수 있나요?

A. 제가 그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형법상 공범뿐 아니라 대향범 관계에 있는 사람의 조서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Q. 조서 내용 중 일부만 사실과 다른 경우에도 부인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조서 전체가 아니라 사실과 다른 특정 진술 부분만 콕 집어 부인할 수 있고, 나머지 인정하는 부분과 부인하는 부분을 구분해 명확히 밝히는 것이 실무상 유리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부터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조사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조사 당시의 진술과 조서 작성 경위 자체가 나중의 내용부인·증거능력 다툼에서 핵심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37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