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건물주가 관리인에게 임차인들의 월세 수금을 맡겼다가, 관리인이 걷은 돈을 제때 넘기지 않아 형사 고소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물 관리인분들 중에는 “어차피 나중에 정산하면 되는 돈이다”, “밀린 관리 수수료·급여 대신 미리 좀 쓴 것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임차인들에게서 걷은 월세를 개인 용도에 먼저 손댄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건물주가 월세 미납을 이유로 문제를 삼으면, “곧 갚으려 했다”, “내가 받을 몫이 있었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차인으로부터 금전을 대신 수령하는 관리 업무를 위임받은 사람의 보관자 지위와 불법영득의사 판단 기준을 사안별로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계약상 채무 관계와 달리, 월세 수금을 맡은 관리인은 걷은 돈이 수령과 동시에 건물주 소유로 귀속되는 보관자 지위에 있어, 이를 임의로 쓰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건물 관리인이 대신 받은 월세를 임의로 쓴 경우 어떤 요건에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신 받은 월세는 관리인의 돈이 아니라 받는 순간 건물주 소유가 됩니다
임차인에게서 받은 순간, 그 돈은 관리인 명의를 거쳤을 뿐 소유권은 건물주에게 있습니다.
건물주가 직접 상주하지 않거나 다른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 임차인들로부터 월세를 걷는 일을 관리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관리인이 매달 임차인들을 돌며 현금이나 계좌로 월세를 받아 건물주에게 전달하는 구조라면, 이는 형법상 전형적인 위임에 의한 사무처리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그 위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목적이나 용도를 정하여 위탁된 금전과 마찬가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하고 위임을 받은 자는 이를 위임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
즉 관리인이 임차인에게서 현금을 받아 자기 지갑에 넣어두는 그 순간에도, 법적으로는 이미 건물주 소유의 돈을 대신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리인 명의의 통장을 거치든, 영수증에 관리인 이름을 적든 이 소유관계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임차인에게서 대신 받은 월세는 관리인의 손을 거칠 뿐, 받는 순간 이미 건물주 소유의 돈입니다.
2. 나중에 정산할 생각이었다는 말은 업무상횡령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갚거나 정산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은,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우지 못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보관이 업무로서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건물 관리가 관리인의 계속적인 업무였다면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은 “곧 갚을 생각이었다”, “정산하면 되는 돈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해 왔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다음 달에 채워 넣으려 했다”거나 “정산 때 맞추면 된다”는 생각은, 월세를 개인 용도로 쓴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런 인출이 매달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은, 월세를 쓴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밀린 급여 대신 공제했다는 주장도 임의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정산되지 않은 채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임의 공제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관리인들이 자주 내세우는 또 다른 방어 논리는 “건물주가 급여나 관리 수수료를 밀려서, 그만큼 월세에서 제하고 나머지만 전달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임대인과 사전에 공제 방법·금액을 합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떼어 쓴 것이라면, 이는 정당한 상계가 아니라 임의소비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최근 대법원은 매매·채권양도처럼 당사자가 서로 재산권을 이전하기로 약정한 계약 관계에서는, 그 이행 채무가 원칙적으로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어서 보관자 지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종전 법리의 적용 범위를 정리했습니다.
채권양도인이 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한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하고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재물의 타인성 및 보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건물 관리인의 지위는 이 판례가 다루는 단순 계약상 채무자와 다릅니다. 관리인은 애초에 건물주를 위해 임차인으로부터 월세를 대신 받아 전달하는 사무 자체를 위임받은 사람이므로, 월세 수금은 처음부터 ‘타인(건물주)의 사무’입니다. 급여나 수수료를 못 받은 사정이 있다면 그것은 건물주에 대한 관리인의 별도 채권일 뿐, 이미 보관 중인 건물주의 월세를 스스로 상계 처리할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정산되지 않은 급여·수수료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보관 중인 월세를 임의로 공제해 쓸 권한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4. 유용한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됩니다
몇 달치가 쌓이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건물 한 채의 월세라면 한 달 치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여러 세대·여러 달치가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상가 여러 호실을 함께 관리하며 매달 조금씩 손을 댄 경우, 수개월에서 수년치가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초범인지, 걷은 월세를 실제로 얼마나 개인적으로 썼는지, 뒤늦게라도 반환·합의했는지는 성립 자체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 전에 수금 내역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건물주가 관리인의 월세 유용을 문제 삼으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건물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유용 금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관리인의 월세 유용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리 위임 계약서(또는 구두로 위임한 내용을 확인할 문자·통화 기록)가 있는지, 있다면 수금 범위·전달 방법·수수료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임차인별 임대차계약서와 실제 입금·수령 내역을 대조해, 언제·누구에게서·얼마를 걷었는지 월별로 정리합니다.
관리인이 실제로 건물주에게 전달한 금액과 미전달 금액의 차액을 계좌 내역·영수증으로 산정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건물 관리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건물 관리인과의 자금 문제는 “그래도 오래 맡겨온 사람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세를 떼인 건물주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떤 자료가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관리 위임 내용, 수금 내역, 전달이 늦어진 경위에 대한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월세 사용을 의심받는 관리인 입장에서도 “오래 맡아왔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위임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공제·정산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건물·상가 관리 자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위임 범위와 정산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리인이 월세를 걷어 건물주에게 전달하기로 한 것이 구두 약속뿐이었어도 업무상횡령이 되나요?
A. 됩니다. 위임은 반드시 서면일 필요가 없고, 실제로 월세 수금·전달 업무를 맡아 반복해 온 사실관계만으로도 위임에 의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관리 수수료를 사전에 정하지 않고 관리인이 알아서 얼마씩 떼고 전달했다면요?
A. 사전에 명확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제한 금액은 임의소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수료율이나 공제 방법을 명시적으로 정해두지 않았다면 분쟁 시 관리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Q. 임차인이 관리인에게 현금으로 직접 월세를 줬는데, 관리인이 이를 안 걷었다고 발뺌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임차인의 진술, 문자·계좌이체 내역, 영수증 등으로 실제 수령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령 사실이 확인되면 미전달은 반환거부로서 횡령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달·여러 세대분이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밀린 월세를 받아낼 방법이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손해배상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형사와 민사를 병행하는 것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특히 유용 금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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