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외주 잔금 미지급 — 검수 완료 입증과 용역대금 청구
사건 개요
개발 외주는 대개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나누어 대금을 받습니다. 앞의 두 번은 큰 다툼 없이 들어옵니다. 문제는 마지막입니다. 요구사항대로 기능을 다 만들고, 서버에 올려 넘겨주고, 발주사가 그 시스템으로 실제 영업을 시작했는데도 잔금 지급일이 지나도록 입금이 없습니다. 이유를 물으면 "아직 검수가 안 끝났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없던 기능을 하나둘 더 요구하고, 그것이 반영되어야 검수확인서를 써 주겠다고 합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입니다. 인건비는 이미 다 나갔고, 잔금은 통상 계약금액의 30~40%라 그 한 건이 막히면 회사 현금흐름이 바로 흔들립니다. 그런데도 "발주사가 검수를 안 해 주니 청구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 몇 달을 기다리다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담당자가 바뀌고, 사용하던 협업 툴 계정이 닫히고, 소스가 이관된 경위를 보여 줄 기록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수확인서를 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용역대금 청구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법은 이 문제를 "발주사가 도장을 찍어 주었는가"가 아니라, 약정한 일이 사회통념상 완성되었는가, 그리고 검수가 지연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틀로 봅니다. 다만 같은 사안이라도 결과는 크게 갈리고, 그 차이는 완성 사실과 검수 경과를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겨 두었는지에서 나옵니다.
핵심 쟁점
개발 외주 잔금 분쟁에서 실제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개발용역계약은 원칙적으로 도급계약(민법 제664조)이므로 수급인은 일을 완성해야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과연 '일의 완성'에 이르렀는지입니다. 둘째, 계약이 검수 합격을 잔금 지급의 조건으로 정해 두었다면 그 조건이 성취되었는지, 아니면 발주사가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인지입니다. 셋째, 발주사가 내세우는 하자·미이행 주장이 잔금 전액을 거절할 만한 것인지입니다. 넷째, 검수 지연의 빌미가 된 추가 요구가 계약 범위 안인지 밖인지입니다.
여기에 절차적 쟁점이 하나 더 붙습니다. 발주사와 개발사의 규모에 따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고, 이 법이 적용되면 검수와 지급기일에 관해 민법보다 훨씬 강한 규정이 개발사 편에 섭니다. 이 네 지점과 하도급법 적용 여부를 처음에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몇 달을 끌 사건인지 몇 주 만에 회수할 사건인지를 갈라 놓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일의 완성'과 검수 합격을 기록으로 확정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이 "다 만들어서 넘겼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개발사는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그 당연함이 곧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계약서의 대금 지급 구조부터 확정합니다.
같은 '잔금'이라도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계약이 단순히 지급일만 정해 두었다면 잔금 채권은 그 날에 이미 발생한 것이고, 검수는 지급을 미룰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도급에서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인도를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을 완성한 후 지체 없이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665조 제1항). 반면 "검수 합격 후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면 검수 합격이 정지조건이 되어 다투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계약서·과업지시서·발주서의 문언을 먼저 확정하고, 그에 맞추어 주장을 세웁니다.
2) 최후 공정의 종료를 산출물 인도 기록으로 특정합니다.
판례는 도급에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고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이루어져 사회통념상 일이 완성되었다면, 다소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이는 미완성이 아니라 하자의 문제로 봅니다. 그래서 언제 무엇을 넘겼는지를 시점별로 특정하는 작업이 핵심이 됩니다. 최종 배포 이력과 커밋 로그, 소스·계정·서버 권한을 이관한 메일, 산출물 목록과 매뉴얼 전달 기록, 그리고 발주사가 그 시스템으로 실제 영업을 개시한 정황(서비스 오픈 공지, 실제 고객 데이터 유입, 결제 발생)을 모아 완성 시점을 못 박습니다.
3) 검수 절차를 서면으로 강제하고, 지연·거부를 조건 성취 방해로 구성합니다.
검수 합격이 조건인 계약이라면, 그 조건을 발주사가 무한정 붙들고 있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개발사는 산출물 인도와 함께 검수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기한을 정해 회신을 촉구하며, 회신이 없으면 내용증명으로 다시 통지해 공이 발주사에 넘어가 있음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 성취를 방해하면 상대방이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판례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에 의한 방해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검수를 미루거나 계약에 없는 조건을 붙여 거부한 경위를 쌓아 두면, 검수확인서 없이도 조건 성취를 주장할 토대가 만들어집니다.
4) 하도급법이 적용되면 '10일 검사 통지' 규정으로 검수를 확정합니다.
발주사가 대기업이거나 개발사보다 연간매출액이 큰 중소기업자이고 개발사가 중소기업자라면, 소프트웨어 개발 위탁은 하도급법상 용역위탁(지식·정보성과물의 작성)에 해당해 이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때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목적물을 수령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그 기간 안에 통지하지 않으면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봅니다(하도급법 제9조 제2항). 역무의 공급을 위탁한 경우가 아니므로 개발 성과물에는 이 규정이 그대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하도급법 적용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초기에 확인하고, 해당한다면 산출물 수령 사실과 통지 부존재만으로 검수 합격을 확정 짓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발주사의 항변을 걷어내고 실제로 회수하기
완성과 검수를 세워 놓아도, 발주사는 대개 "하자가 있다", "요구한 것이 다 안 됐다"며 잔금 전액을 붙들려 합니다. 판결을 받아도 돈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하자 항변의 사정거리를 좁힙니다.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은 하자보수나 그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그 손해배상채권은 보수채권과 동시이행 관계에 놓입니다(민법 제667조). 그러나 이 항변이 미치는 범위는 하자보수에 필요한 비용 상당액에 한정되며, 그 액수를 넘는 잔금까지 거절할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발주사가 주장하는 하자를 항목별로 쪼개어 계약상 요구사항에 규정된 것인지, 단순한 개선 희망인지 가르고, 인정되는 하자는 보수 비용을 산정해 그 금액만 남기고 나머지 잔금은 즉시 지급 대상임을 분명히 합니다.
2) 계약 범위 밖의 요구는 별건으로 떼어 냅니다.
검수 지연의 실제 원인이 계약에 없던 추가 개발 요구인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때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문서입니다. 제안요청서와 요구사항정의서, 과업 범위 문서, 착수 시점의 화면설계서를 놓고 발주사가 요구하는 기능이 그 안에 있었는지를 한 줄씩 대조합니다. 범위 밖이라면 그것은 잔금 지급을 거절할 사유가 아니라 별도의 과업변경이고, 개발사가 이미 수행했다면 추가 대가를 청구할 대상입니다. 이 구분을 초기에 해 두면, 발주사가 "미완성"이라고 부르던 것이 실은 새로운 발주였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3) 지연이자와 지연손해금을 청구액에 함께 세웁니다.
잔금만 청구하면 발주사에게는 버틸수록 이득인 구조가 됩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라면 원사업자는 목적물등의 수령일부터 60일 이내로 정한 지급기일까지 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60일을 넘기면 그 초과 기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이율(연 15.5%)의 지연이자를 물어야 합니다(하도급법 제13조). 상인 간 거래라면 이행기 이후 상사법정이율 연 6%(상법 제54조)가 붙고, 소를 제기하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가산됩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이 계산을 내용증명 단계에서 미리 보여 주면 협상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4) 회수 가능성을 먼저 확보하고 절차를 고릅니다.
발주사가 자금난에 빠진 상태라면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에 발주사의 예금과 거래처에 대한 매출채권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먼저 걸어 재산을 묶어 두고, 그 압박을 협상 지렛대로 씁니다. 액수와 다툼의 정도에 따라 비용이 저렴한 지급명령(독촉절차)으로 갈지, 처음부터 소를 제기할지를 고릅니다. 시효 관리도 함께 합니다. 상인 간 거래의 채권은 5년(상법 제64조)이지만, 채권의 성질이 '공사에 관한 채권'으로 평가되면 3년의 단기소멸시효(민법 제163조 제3호)가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실무에서는 안전하게 3년을 기준으로 역산해 일정을 짭니다.
결론
개발 외주 잔금은 "검수만 나면 준다"는 말을 믿고 기다리는 사이에 회수가 어려워집니다. 발주사가 지급일을 넘기고도 검수 결과를 서면으로 주지 않는 그 시점이, 기다림을 멈추고 기록을 남기기 시작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승패는 검수확인서 한 장이 아니라, 일이 완성되었다는 사실과 검수가 지연된 책임을 얼마나 증명 가능한 형태로 갖추었는가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그 준비는 산출물을 넘기는 그 날부터 시작할수록 유리합니다. 지금 잔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면, 계약서의 지급 구조가 어떤지,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인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대응의 방향과 시점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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