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 청산 합의서 썼는데 안 준다면 — 이행 청구와 강제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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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 청산 합의서 썼는데 안 준다면 — 이행 청구와 강제집행 

김강희 변호사


동업 청산 합의서 썼는데 안 준다면 — 이행 청구와 강제집행


사건 개요


동업은 시작보다 정리가 훨씬 어렵습니다. 손익 분배가 틀어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데, 거기까지 오는 데만 몇 달이 걸립니다. 그렇게 겨우 "누가 얼마를 언제까지 지급하고, 이로써 동업 관계에서 발생한 일체의 채권·채무를 정산한 것으로 한다"는 청산 합의서에 서명을 받습니다. 그 순간에는 길고 지루했던 분쟁이 드디어 끝났다고 느끼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약속한 지급기일이 지나도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달 매출이 안 나와서"라는 답이 오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연락 자체가 끊깁니다. 사업장을 이미 정리했다거나 부동산을 배우자 명의로 돌렸다는 말이 뒤늦게 들려오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합의서까지 썼는데 또 소송을 해야 하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합의서는 '무엇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를 확정해 주는 문서일 뿐, 그 자체로 상대의 재산에서 돈을 빼 오는 힘까지 갖는 것은 아닙니다. 그 힘, 즉 집행력은 판결·지급명령·집행증서 같은 집행권원에만 붙습니다. 그래서 회수의 성패는 합의서에 서명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그 합의서를 얼마나 빨리 집행권원으로 바꾸고 그사이 상대의 재산을 붙잡아 두었는지에서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그 합의서가 화해계약으로 유효하게 성립했는지입니다(민법 제731조). 화해계약이 성립하면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동업 관계를 둘러싼 권리·의무는 소멸하고 합의서에 적힌 새로운 채권만 남습니다(같은 법 제732조). 둘째, 그 합의서에 집행력이 있는지입니다. 강제집행 승낙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라면 소송 없이 바로 집행할 수 있지만(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 도장만 찍은 사서증서라면 집행권원부터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청구할 금액의 범위—원금 외에 지연손해금과 기한이익 상실에 따른 잔액까지 함께 세우는지입니다. 넷째, 상대에게 집행할 재산이 남아 있는지, 그 재산을 어떻게 미리 묶어 둘 것인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시간 순서로 이어져 있어서, 앞 단계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면 뒤 단계는 이미 빈 껍데기가 됩니다. 채무자가 이행기를 넘기고도 버티는 이유는 대개 배짱이 아니라, 그사이 재산을 정리할 시간이 있다고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은 법리 다툼이라기보다 속도와 순서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합의서를 '집행할 수 있는 문서'로 바꾸기


합의서를 손에 쥔 채 상대를 설득하는 데 몇 달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행기를 넘긴 채무자가 대화만으로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드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 순서로 합의서에 집행력을 붙입니다.

1) 합의서의 성격부터 확정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그 합의서가 공증사무소에서 작성된 집행증서인지 여부입니다.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면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즉시 강제집행을 받더라도 이의가 없다"는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적힌 공정증서라면, 그 문서만으로 확정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이 됩니다(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 이때는 소송 없이 집행문을 받아 곧바로 압류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증을 거쳤더라도 인낙 문구 없이 서명의 진정만 확인한 사서증서 인증이라면 집행력은 없고 재판으로 집행권원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구분을 건너뛰면 있는 무기를 못 쓰거나, 없는 무기를 믿고 시간을 버립니다.

2) 다툼이 없다면 지급명령으로 시간을 아낍니다.

합의서에 지급 금액과 기일이 명확하고 상대가 문서의 진정성을 다툴 여지가 없다면, 정식 소송보다 지급명령(민사소송법 제462조)이 빠릅니다. 서면 심리만으로 진행되고 인지대도 소송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채무자가 송달받고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되어 집행권원이 되고,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은 원칙적으로 집행문을 따로 받을 필요 없이 정본만으로 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58조 제1항). 다만 상대가 이의하면 그대로 소송으로 넘어가므로, 다툴 기색이 뚜렷하다면 처음부터 소를 제기하는 편이 오히려 빠릅니다.

3) 소송으로 갈 때는 화해계약의 창설적 효력을 앞세웁니다.

소송이 되면 상대는 거의 예외 없이 동업 시절 이야기를 다시 꺼냅니다. "내가 더 투자했다", "정산 자체가 잘못됐다"며 심리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청산 합의가 화해계약으로 성립한 이상 종전 법률관계는 소멸하고 합의서 내용대로 새로운 권리관계가 생기므로, 그 주장은 원칙적으로 심리 대상이 아닙니다.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도 못하며, 당사자의 자격이나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만 예외입니다(민법 제733조). 그래서 소장 단계부터 쟁점을 '합의금 미지급' 하나로 고정해 두면, 상대의 되돌리기 시도를 심리에 들이지 않고 절차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4) 청구액을 원금만으로 세우지 않습니다.

합의서에 "1회라도 지급을 지체하면 기한의 이익을 잃는다"는 조항이 있다면 분할금 전액을 즉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약정 이율이 있으면 그대로 적용되고, 없으면 민사채권은 연 5%(민법 제379조),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연 6%(상법 제54조)가 기준이 되며,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연 12%가 붙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원금만 청구하면 버틸수록 채무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를 그대로 두는 셈이라, 청구취지 단계에서 이자 기산일과 이율을 정확히 설계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상대의 재산을 찾아 실제로 회수하기


집행권원은 회수의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 종이로 돈을 끌어올 재산이 실제로 남아 있느냐입니다. 판결을 받고 나서야 재산을 찾기 시작하면 대개 늦습니다. 그래서 다음 절차를 앞당겨 함께 진행합니다.

1) 소송보다 가압류를 먼저 검토합니다.

가압류는 금전채권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 재산의 처분을 미리 묶어 두는 절차입니다(민사집행법 제276조). 소 제기 전에도 신청할 수 있고 채무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결정이 나므로, 재산을 빼돌릴 틈을 주지 않습니다. 대상은 부동산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거래 은행의 예금, 거래처에 대한 물품대금·용역대금 채권,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처럼 영업에 직접 타격이 가는 재산이 오히려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예금과 매출채권이 묶이는 순간 태도를 바꿔 협상에 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담보로 공탁금이나 보증보험이 요구되므로, 그 비용과 회수 가능성을 함께 따져 대상을 고릅니다.

2) 재산 종류에 맞는 집행방법을 고릅니다.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에는 부동산은 강제경매, 예금·매출채권 등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민사집행법 제229조), 사무실 집기나 차량은 유체동산 압류로 갈립니다. 특히 다른 채권자가 함께 달려들 가능성이 있으면 추심명령과 전부명령의 선택이 결과를 가릅니다. 전부명령은 확정되면 그 채권이 통째로 넘어와 후순위 경합을 배제할 수 있지만, 그 채권이 부실하면 그만큼 원래 채권이 소멸해 손해로 남습니다. 그래서 압류 대상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제3채무자의 지급능력이 어떤지를 먼저 확인한 뒤 방식을 정합니다.

3) 재산이 보이지 않으면 법원의 조사 절차를 씁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면 채권자 혼자서는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때는 재산명시 신청으로 채무자를 법원에 출석시켜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하게 합니다(민사집행법 제61조).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목록 제출·선서를 거부하면 20일 이내의 감치에, 거짓 목록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68조). 그래도 부족하면 재산조회로 금융기관·공공기관 전산망을 통해 채무자 명의 재산을 확인하고(제74조), 집행권원을 작성한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신청합니다(제70조). 명부 등재는 금융거래에 직접 영향을 주어 사실상 압박 수단으로도 작동합니다.

4)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으면 그 처분 자체를 되돌립니다.

합의서를 쓴 뒤 부동산을 배우자나 지인 명의로 넘기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책임재산을 줄이는 처분을 했고 상대방도 그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사해행위 취소의 소로 그 처분을 취소하고 재산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민법 제406조). 다만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 처분이 있은 날부터 5년 안에 제기해야 하므로 등기부 확인을 미루면 권리 자체를 잃습니다. 나아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하거나 허위로 양도하고 허위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쳤다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형법 제327조). 민사와 형사를 함께 얹으면 협상 구도가 달라집니다.


결론


동업 청산 합의서에 서명을 받은 순간은 분쟁의 끝이 아니라 회수의 출발선입니다. 실무에서 회수 기간을 가장 크게 줄이는 것은, 합의 단계에서 그 문서를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로 만들어 두었는지 하나입니다. 그 한 가지 차이가 이후 몇 달의 소송을 통째로 생략시킵니다.

이미 이행기가 지난 상황이라면 순서가 중요합니다. 상대를 설득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남아 있는 재산을 먼저 파악해 가압류로 묶고 그와 나란히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편이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합의서를 받고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지금 그 문서에 집행력이 있는지와 상대에게 붙잡아 둘 재산이 무엇인지부터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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