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투자약정을 부인할 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법
사건 개요
초기 스타트업에 개인 자금 3억 원을 투자하는 분들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대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투자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안에 "약정된 매출 목표를 특정 기한까지 달성하지 못하거나 진술·보장 사항을 위반하면 투자자가 회사 또는 대표이사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둡니다. 문제는 그 기한이 지나고, 목표가 미달된 게 뻔히 보이는 시점에 생깁니다. 투자자가 계약서대로 매수를 청구하면, 회사는 "그 조항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목표를 산정하는 기준이 달랐다", "그 시점엔 아직 의무불이행이 아니었다"며 이행 자체를 부인합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투자자분들의 사정은 비슷합니다. 계약서에 분명히 매수청구 조항을 넣어 두었는데, 정작 청구 통지를 보내니 회사 측 대리인이 조항의 문언을 다르게 읽어 오며 협상 테이블을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투자자는 "계약서에 다 써 있는데 왜 안 되느냐"며 답답해하지만, 이 싸움은 감정이 아니라 계약 문언을 어떻게 해석하고, 형성권인 매수청구권을 언제 어떻게 행사했는지를 기록으로 증명하는 싸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투자계약서의 매수청구 조항이 유효하게 성립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사됐다면, 회사나 창업자의 '부인'만으로 그 의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항의 문언이 다의적으로 읽힐 여지가 있거나, 행사 시점·통지 방식이 허술했다면 다툼의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투자계약서상 매수청구권 발동 조건(트리거 조항)의 문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처분문서인 계약서는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언이 불분명하면 계약 체결 경위·목적·거래관행까지 종합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가려야 합니다. 둘째, 매수청구권은 계약상 형성권이라는 점입니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다271661 판결은 상행위인 투자 관련 계약에 기한 주식매수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형성권으로 보면서, 계약에서 행사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를 유추적용할 수 있고, 그 기간은 회사 등의 의무불이행이 있었던 때부터 기산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셋째, 매수의무를 지는 주체가 회사인지 창업자 개인(이해관계인)인지에 따라 자금 조달의 법적 제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 세 지점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문언 해석에서 밀리면 애초에 트리거가 발동하지 않은 게 되고, 행사 시점을 놓치면 형성권 자체가 시효로 소멸하며, 매수 주체를 잘못 짚으면 이길 소송을 이겨도 돈을 못 받는 상황에 놓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계약 문언과 행사 시점을 증거로 굳히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이 "그 조항이 원래 그런 뜻이었다"는 회사 측의 재해석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계약서 문언 자체를 넘어, 그 문언이 만들어진 맥락까지 함께 재구성합니다.
1) 트리거 조항의 문언을 계약 체결 경위와 함께 재구성합니다.
"매출 목표 미달성"이나 "중대한 진술·보장 위반" 같은 문구는 그 자체로 다의적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텀시트(Term Sheet), 협상 과정의 이메일, 실사(듀 딜리전스) 자료, 이사회 의사록 등 계약 체결 전후의 기록을 모아, 그 조항이 애초에 어떤 목적으로, 어떤 수치 기준을 염두에 두고 들어갔는지를 증명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합니다. 처분문서라도 문언이 불분명하면 이런 정황증거가 해석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2) 의무불이행 시점을 특정해 형성권의 행사기간을 확보합니다.
매수청구권은 형성권이므로 행사기간이 지나면 청구 자체가 봉쇄됩니다. 계약서에 행사기간이 따로 없다면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5년)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고, 그 기산점은 계약 체결일이 아니라 회사의 의무불이행이 실제로 발생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목표 미달성이나 진술·보장 위반이 확정되는 시점(결산 확정일, 위반 사실 인지일 등)을 문서로 특정해 두어야, 나중에 "이미 시효가 지났다"는 항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3) 행사 통지를 형식과 도달 모두에서 흠 없이 만듭니다.
매수청구권 행사는 회사에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는 의사표시입니다. 구두 요청이나 문자 한 통으로는 도달 시점과 내용이 다투어질 여지가 큽니다. 그래서 청구의 대상 조항·발동 사유·매수 대상 주식 수·희망 매수가액을 특정한 내용증명 우편으로 통지하고, 수신인과 도달일을 명확히 남겨 두면 회사 측이 "그런 청구를 받은 적 없다"거나 "청구 내용이 불분명했다"고 다툴 여지를 없앨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매수의무 주체와 자금 조달 구조로 회수 경로 설계하기
매수청구권 행사가 유효하다고 인정받아도, 정작 회사가 "돈이 없다"며 버티면 승소는 공허해집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매수의무자가 누구인지, 그 자금 조달에 어떤 법적 제약이 있는지를 먼저 가려냅니다.
1) 매수의무자가 회사인지 창업자 개인인지 계약서에서 구분합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라면 상법 제341조·제345조·제462조에 따라 배당가능이익 범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반면 창업자 개인이 이해관계인으로서 매수의무를 지기로 약정했다면 이런 자본 제약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의 매수의무 조항이 회사와 이해관계인 중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인지, 병존적인지 선택적인지를 먼저 확정해 청구의 상대방과 청구 순서를 설계합니다.
2)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는 회사 측 항변을 구체적으로 반박합니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7두63337 판결은 배당가능이익이 회사가 보유한 특정 현금이 아니라, 직전 결산기 순자산액에서 자본금·법정준비금 등을 공제한 산정상의 한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나아가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한데도 현금이 부족한 경우라면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현금이 없다"고만 항변한다면, 최근 결산 재무제표를 근거로 배당가능이익 자체의 존부와 규모를 먼저 따지고, 필요하면 차입을 통한 이행을 함께 요구할 수 있습니다.
3) 매수가액 산정 근거를 계약서 산식과 객관적 평가로 이중으로 굳힙니다.
매수가액을 두고도 "원금 그대로냐, 이자를 더하느냐, 공정가치로 평가하느냐"의 다툼이 흔합니다. 계약서에 산식이 있다면 그 산식의 각 변수(연 이율, 기산일, 원금 범위)를 문서로 특정하고, 산식이 불분명하거나 공정가치 평가를 요구하는 구조라면 회계법인의 주식가치 평가(밸류에이션)를 받아 두어 협상과 소송 모두에서 흔들리지 않는 근거를 마련합니다.
결론
스타트업 투자에서 매수청구권 조항은 계약서에 넣어 두는 순간이 아니라, 실제로 행사해야 하는 순간에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대개 회사 사정이 가장 어려워졌을 때, 회사가 가장 조항을 부인하고 싶어할 때 찾아옵니다.
문언 해석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계약 체결 당시의 기록을, 행사기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의무불이행 시점의 기록을, 회수 단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매수의무자와 재무 자료를 미리 갖추어 두어야 합니다. 지금 회사 측이 약정 이행을 부인하고 있거나 그럴 조짐이 보인다면, 계약서의 문언과 그동안의 기록을 놓고 행사 가능성과 방법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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