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임원이나 퇴직 공직자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계약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계약이 실제로는 특정 공무원에게 청탁을 넣어달라는 취지였다면, 계약서에 '경영자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회사 경영을 조언한 대가라면, 그 상대가 우연히 공무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알선수재죄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지, 그리고 정당한 용역 대가와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알선수재죄란 무엇인가 — 공무원 직무 알선의 대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이 겨냥하는 것은 공무원과의 친분이나 연줄을 파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실제로 알선이 성사되었는지, 그 공무원이 청탁받은 대로 움직였는지는 죄의 성립과 무관합니다 — 금품을 주고받을 때 '알선한다는 명목'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처벌 대상의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상대방이 특정 공무원 한 명으로 특정될 필요도 없고, 알선하려는 사항이 인허가든 수사든 입찰이든 인사청탁이든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실제 수사·재판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담당 공무원, 세무공무원, 수사기관 관계자에게 청탁을 넣어주겠다며 돈을 받은 사안이 두루 문제 됩니다. 다만 알선하려는 사항이 반드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어야 하고, 금품 수수의 명목이 그 알선과 구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면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금품을 주고받은 정도로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알선수재죄는 명목범이다 — 실제로 알선행위를 했는지, 알선이 성사됐는지는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알선'의 범위 — 정당한 직무행위도, 실제 성사 여부도 가리지 않는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1도16066 판결은 '알선'의 의미를 폭넓게 정의합니다. 알선이란 형식을 불문하고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의 취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경우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상대방에게 청탁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 알선행위가 정당한 직무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알선수재죄는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부분이 실무에서 자주 오해받는 지점입니다. "그 공무원이 원래 해주기로 되어 있던 정당한 업무를 좀 더 빨리, 좀 더 확실하게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것뿐"이라는 항변은 알선수재죄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뇌물죄와 달리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 자체가 부정한 것이었는지를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처벌 대상이지, 그 결과로 공무원이 규정을 어겼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청탁의 취지를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행위
본인이 직접 상대방에게 청탁하는 행위
이미 이뤄진 알선에 대해 사후에 대가를 받는 행위
정당한 직무행위의 알선이라도 대가를 받았다면 포함
알선의 대상이 정당한 직무행위라도, 청탁을 매개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
변호사법 위반과의 관계 — 사건·사무 브로커링은 별도로 처벌된다
알선의 대상이 수사·재판 등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라면 변호사법 제111조가 별도로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며,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가 아니면서 "아는 검사·판사가 있다", "담당 수사관과 이야기해주겠다"는 식으로 사건 해결을 알선하고 대가를 받는 이른바 사무장·브로커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특가법 제3조와 변호사법 제111조는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변호사법 제111조는 대상을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로 한정하는 대신, 청탁·알선을 '한다는 명목'만 있으면 성립한다는 점에서 요건이 다소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두 죄가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많고, 사안에 따라 함께 기소되기도 합니다. 특히 법률사무소의 사무장이나 브로커가 형사사건 수임을 알선하면서 수사관·검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별도의 대가를 받는 경우, 변호사법위반과 함께 알선수재까지 함께 문제 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어느 조항이 적용되든 핵심은 같습니다 — 공무원과의 관계를 내세워 사건·사무 처리에 개입하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입니다.
정당한 용역 대가와 알선수재, 대법원이 제시한 구별 기준
문제는 실제 자문·컨설팅 계약과 알선수재가 겉모습만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퇴직 공무원이나 관련 분야 경력자를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매달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은 기업 실무에서 흔한 계약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28일 선고한 판결에서,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대가를 수수하는 행위가 알선수재죄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의 명칭이나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핵심 기준은 이렇습니다. 계약이 특정한 '구체적 현안의 직접적 해결'을 전제로 체결되었고, 의뢰인과 공무원 사이에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대가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알선수재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구체적 현안의 해결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경제성을 위해 그 사람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의 제공의 대가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이는 알선수재가 아니라 통상의 노무제공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을 적용할 때도 개별 현안 하나하나가 아니라 계약 전체의 성격을 봐야 합니다. 포괄적인 경영자문 계약이라 하더라도, 계약 체결의 경위나 그 안에서 실제로 오간 대화의 내용이 특정 현안 해결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알선수재로 판단될 여지는 여전히 남습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구체적인 현안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실제로도 회사 경영 전반에 관한 조언이 이뤄졌다면, 자문료 명목의 지급이라 해도 알선수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계약이 '구체적 현안의 직접적 해결'을 전제로 했는지, 아니면 전문지식·경험에 바탕을 둔 통상적 자문의 대가인지 — 이것이 알선수재와 정당한 용역 대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다.
법원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정황들 — 계약서 형식이 다가 아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계약서에 '용역비'라고 적혀 있어도 실질이 알선 대가로 판단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예컨대 금융기관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서 계약서에는 시장조사나 사업타당성 검토 같은 용역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기재한 사안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일부 용역업무를 실제로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용역비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주된 역할이 대출을 알선하는 데 있었고, 그 대출이 무산되자 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돌려준 정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주는 판단 요소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실제로 산출물(보고서·회의록·자문의견서 등)이 남아 있는지, 보수의 액수가 수행한 업무량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보수 지급이 특정 사안의 성사 여부에 연동되어 있는지, 결과가 무산됐을 때 돈을 돌려주거나 감액하는 정황이 있었는지가 함께 고려됩니다. 특히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돈의 일부라도 반환했다면, 이는 애초에 그 돈이 '일한 대가'가 아니라 '성사시켜 주는 대가'였다는 정황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반대로 계약 체결 전후로 실제 업무 미팅 일정, 이메일, 보고서 초안이 꾸준히 남아 있고, 결과와 무관하게 보수가 일정하게 지급됐다면 통상적 용역 관계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실제 업무 산출물(보고서·자문의견서·회의록 등)이 남아 있는가
보수액이 수행한 업무량·통상적 자문료 수준에 비추어 합리적인가
보수 지급이 특정 현안의 성사 여부에 연동되어 있는가
결과가 무산됐을 때 돈을 돌려주거나 감액한 정황이 있는가
사인 간 거래라면 — 배임수재와의 경계
알선수재는 어디까지나 '공무원'이 개입된 경우에 성립합니다. 상대방이 공무원이 아니라 사기업 임직원이라면 형법 제357조의 배임수재죄가 문제됩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청탁을 하며 이익을 건넨 쪽(배임증재)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두 죄의 결정적 차이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에 있습니다. 알선수재는 앞서 본 것처럼 정당한 직무행위를 알선하는 경우도 처벌하지만, 배임수재는 청탁의 내용 자체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평가될 때만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구매담당자에게 정상적인 입찰 절차를 안내해 준 대가로 컨설팅비를 받았다면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렵지만,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내부 정보를 흘려달라는 취지였다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경우는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임직원이 얽힌 사안입니다. 공기업 직원이라도 그 지위가 법령상 '공무원'으로 의제되는지에 따라 특가법상 알선수재가 적용될 수도, 형법상 배임수재가 적용될 수도 있어 신분 확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거래 상대가 공무원인지 민간 기업 임직원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 자체가 달라지므로, 이 구분부터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컨설팅·자문 계약을 맺을 때 남겨야 할 것들 — 실무 유의점
정당한 용역이라는 점을 나중에 소명하려면, 계약을 맺는 시점부터 실질을 갖춰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는 업무 범위와 산출물, 보수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특정 인허가나 수사·처분 등 개별 현안의 해결을 전제로 한다는 표현은 넣지 않아야 합니다. 자문 내용이 회사 경영 전반이나 업계 동향에 관한 것이라면, 실제로 그런 주제의 보고서나 자문의견을 정기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실질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보수 액수도 통상적인 자문료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특정 사안의 성사 여부에 따라 보수가 늘거나 줄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수사가 개시되었거나 관련 사실관계를 추궁받는 상황이라면, 계약의 형식보다 실제 오간 대화와 자금 흐름이 무엇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 되므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실관계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알선수재죄는 실제로 알선이 성공했는지와 상관없이 성립하나요?
A. 예. 알선수재죄는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하면 성립하고, 실제로 알선행위를 했는지, 그 알선이 성사됐는지는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금품 수수의 명목이 알선과 구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돈을 주고받은 정도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Q. 정당한 업무를 알선해준 것도 처벌 대상이 되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알선의 대상이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행위라 하더라도 그 알선을 매개로 대가를 받았다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뇌물죄와 달리 공무원의 직무집행 자체가 부정했는지는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Q. 컨설팅비나 자문료로 계약서를 작성해두면 안전한가요?
A. 계약서의 명칭만으로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구체적 현안의 해결을 전제로 체결됐는지, 실제로 전문지식에 기반한 자문 업무가 이뤄졌는지 등 실질을 따져 판단합니다. 계약서상 명칭과 실제 업무 내용이 다르면 용역비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 위반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알선수재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변호사법 제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를 알선한다는 명목의 금품 수수를 처벌합니다. 사건 브로커링처럼 대상이 겹치는 경우 두 조항이 함께 검토되기도 합니다.
Q. 상대방이 공무원이 아니라 회사 임직원이라면 어떤 죄가 문제되나요?
A. 이 경우 알선수재가 아니라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문제됩니다. 다만 배임수재는 청탁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부정한 것으로 평가될 때만 성립하므로, 알선수재보다 성립 범위가 좁습니다.
Q. 이미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돈을 돌려준 사실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성과가 무산됐을 때 돈을 돌려준 정황은 그 돈이 애초에 성사 대가로 받은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간접 증거로 작용할 수 있어, 오히려 알선수재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수수한 금품을 자진해서 반환하거나 수사기관에 사실대로 진술한 정황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으나, 이는 범죄 성립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맺음말
알선수재죄와 정당한 용역 대가는 계약서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지가 아니라, 그 계약이 실제로 무엇을 겨냥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구체적인 현안 해결을 전제로 공무원과의 관계를 중개하는 대가였다면 계약서에 아무리 그럴듯한 명목을 붙여도 알선수재를 피하기 어렵고, 반대로 전문지식에 기반한 통상적 자문이었다면 상대가 공무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자문·컨설팅 계약을 맺거나 이미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계약의 실질을 뒷받침할 자료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선수재나 배임수재 혐의로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면, 조사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해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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