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벌칙 볼뽀뽀도 강제추행일까 — 동의 입증과 학교징계 대응
사건 개요
학과나 동아리 MT에서 흔히 하는 술자리 게임 도중, 벌칙으로 이성 참가자의 볼에 입을 맞추는 규칙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다 같이 웃으며 넘어갔던 장면인데, 며칠 뒤 상대방이 "동의 없이 신체접촉을 당했다"며 경찰에 강제추행으로 고소하고, 동시에 학과 사무실이나 학생상벌위원회에도 신고를 넣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남학생 입장에서는 "게임 규칙이었고 상대방도 웃으며 참여했는데 왜 갑자기 범죄가 되느냐"는 억울함이 앞서지만, 사건은 형사 절차와 학교 징계 절차 양쪽에서 동시에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저희 사무실에도 대학 MT나 신입생 환영회 술자리 게임에서 벌어진 신체접촉이 뒤늦게 강제추행으로 문제 된 상담이 적지 않게 들어옵니다. 대부분의 의뢰인은 형사 고소만 걱정하다가, 학교 쪽 징계위원회 회부 통지를 받고서야 두 절차가 별개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는다고 학교 징계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게임의 규칙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신체접촉이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지만, 그 접촉이 상대방의 진정한 동의 범위 안에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강제추행 성립을 다툴 여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 다툼은 형사와 학교 징계 두 트랙에서 각각 다른 기준으로, 각각 다른 자료로 준비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게임 참여에 대한 동의가 그 구체적 신체접촉(볼뽀뽀) 자체에 대한 동의로까지 이어지는지입니다. 둘째, 설령 명시적인 저항이 없었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는 '기습추행' 법리가 이 사안에 적용되는지입니다. 셋째, 음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의 반응을 유효한 동의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형사 절차와 학교 징계 절차가 서로 다른 기준과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어떻게 각각 준비할지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선행되지 않았더라도,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평가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확립해 왔습니다. 즉 "저항하지 않았다"거나 "그 자리에서는 웃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 지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대응 방향 자체가 어긋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게임 참여 동의를 입증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기 쉬운 지점이 "다들 동의하고 참여한 게임이었다"는 기억뿐인 주장입니다. 기억은 재판에서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날의 사실관계를 다시 세웁니다.
1) 게임 규칙 고지와 참가자 반응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규칙이 어떻게 공지되었는지, 볼뽀뽀 벌칙이 사전에 명시되어 있었는지를 단체 채팅방 공지, 게임 진행 중 촬영된 사진·영상, 함께 있던 참가자들의 진술로 재구성합니다. 특히 벌칙 대상자가 된 순간 상대방이 스스로 자리에서 벌칙을 받는 위치로 나왔는지, 웃으며 게임을 계속 이어갔는지 등 구체적 행위태양은 대법원이 추행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핵심 요소이므로(대법원 2015도9517 판결), 최대한 시간순으로 촘촘하게 정리해 둡니다.
2) '동의의 범위'를 게임 참여와 신체접촉으로 나누어 검토합니다.
게임에 참여하기로 한 것과, 그 벌칙으로 이루어진 특정 신체접촉에 동의한 것은 법적으로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방이 게임 진행 도중 언제라도 불편한 기색이나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벌칙 직전에 망설이거나 자리를 피하려는 모습이 있었는지를 목격자 진술로 확인합니다. 이 지점이 비어 있으면 "게임이었다"는 항변은 형식적 주장에 그치고, 앞서 말씀드린 기습추행 법리 앞에서 쉽게 무너집니다.
3) 만취 상태의 반응을 동의로 오인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 나온 반응은 유효한 동의로 인정받기 어렵고, 오히려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경우에 대한 별도 처벌규정(형법 제299조)이 적용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음주량, 상대방의 거동 상태, 대화가 정상적으로 성립했는지를 함께 확인해, 동의로 볼 수 있는 상태였는지 자체를 먼저 냉정하게 점검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학교 징계 절차를 형사 대응과 분리해 병행 관리하기
형사 고소만 신경 쓰다가 학교 징계위원회 대응을 소홀히 하면, 형사에서 무혐의를 받고도 학교에서는 이미 중징계가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두 절차를 다음과 같이 나누어 관리합니다.
1) 형사 절차와 별개인 학칙 판단 기준을 먼저 이해합니다.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규정에 따른 징계위원회는 형법상 유죄 여부가 아니라 학칙 위반 여부와 학내 질서 회복이라는 별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형사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거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학교는 독자적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와도 학칙 위반 자체는 남을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처음부터 알고 대응해야, 형사만 준비하다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고서 허둥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소명자료를 형사·징계 두 절차에 맞게 각각 준비합니다.
징계위원회는 형사 법정보다 절차가 간이하고, 소명 기회도 대개 서면 또는 짧은 대면 진술로 제한됩니다. 그래서 목격자 확인서, 게임 정황 자료, 사건 이후 상대방과의 연락 내용 등 핵심 자료를 징계위원회가 읽기 쉬운 형태로 미리 정리해 제출하고, 형사 절차에서의 진술과 어긋나지 않는 일관된 사실관계를 유지합니다. 두 절차에서 말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그 불일치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3) 절차적 권리와 불복 수단을 함께 챙깁니다.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으면 소명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을 권리, 자료를 열람하고 반박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퇴학·무기정학처럼 학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처분이 예상된다면, 처분 이전 단계에서부터 소명서를 준비하고,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학칙상 재심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는 여지를 함께 검토해 둡니다.
결론
"게임이었다", "다들 그렇게 놀았다"는 설명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에게는 당연한 맥락이지만, 형사 절차와 학교 징계 절차는 그 맥락을 당사자가 직접 증거로 채워 넣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습니다. 특히 기습추행 법리상 명시적 저항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와 학교 징계 신고를 동시에 받은 상황이라면, 두 절차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전제로 각각의 소명자료를 지금부터 준비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그 절차의 초입에 계시다면, 무엇을 먼저 기록하고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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