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승객 깨우다 추행 신고당한 택시기사의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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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만취 승객 깨우다 추행 신고당한 택시기사의 방어 

김강희 변호사


만취 승객 깨우다 추행 신고당한 택시기사의 방어


사건 개요


심야 운행을 하는 택시기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상황이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뒷좌석 승객이 만취해 잠들어 있는 경우입니다. 몇 번을 불러도 반응이 없으면, 어깨를 가볍게 흔들거나 팔을 두드려 깨우고, "손님, 다 왔습니다", "여기서 내리셔야 해요"라며 하차를 유도하게 됩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지나가지만, 드물게 다음 날 승객이 "택시기사가 자신의 몸을 만졌다"며 경찰에 추행으로 신고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기사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승객을 깨우고 안전하게 하차시키려 했을 뿐인데, 술에 취해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승객의 진술 하나로 성범죄 피의자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처음 마주하는 자료가 승객의 진술뿐인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기사가 "깨우려던 것뿐"이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그 말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으면 진술 대 진술의 싸움이 되고, 그 싸움에서 신고를 당한 쪽이 불리한 것이 현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사건은 블랙박스 음성과 하차를 유도해야 했던 객관적 정황을 얼마나 촘촘히 갖추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다투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그 접촉에 성적인 의도가 있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고, 이 지점을 가르는 것이 바로 당시의 음성과 정황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어떤 법조가 적용되는지입니다. 택시는 기사와 승객 단둘만 있는 개인적 계약관계의 공간이라, 대중교통·공연장 등 불특정 다수에게 상시 개방된 공간을 전제로 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의 적용 대상인지부터 다투어질 수 있고, 이 법조가 아니라면 일반 강제추행인 형법 제298조(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됩니다. 둘째, 접촉이 법이 말하는 '추행'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접촉 부위, 주위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셋째, 이른바 '기습추행'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별도의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해 두고 있어, "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 항변을 어렵게 만듭니다. 넷째, 그럼에도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무엇으로 입증하느냐입니다.

이 네 가지 중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사실상 넷째 지점입니다. 접촉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운 사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접촉이 깨우고 하차시키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보여주지 못하면, 나머지 세 쟁점은 다툴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블랙박스 음성으로 '추행의 고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기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블랙박스의 음성 기록입니다. 영상만으로는 접촉 부위가 명확히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음성에는 그 순간의 맥락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을 다룰 때 다음 순서로 방어 구조를 세웁니다.

1) 접촉 직전·직후의 발화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손님, 다 왔습니다", "여기서 내리셔야 해요", "일어나세요" 같은 업무상 지시성 발언이 접촉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는지를 초 단위로 확인합니다. 이런 발화가 접촉 직전·직후에 반복적으로 나온다면, 그 접촉이 성적 의미의 유형력 행사가 아니라 승객을 깨워 안전하게 하차시키려는 정당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음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이런 발화 없이 접촉만 있었다면 방어가 훨씬 어려워지므로, 이 확인이 사건 방향을 좌우합니다.

2) 접촉 부위와 태양을 객관적으로 특정합니다.

법원이 추행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이 신체 중 어느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몇 초 동안 접촉했는지입니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팔을 흔드는 정도의 접촉과, 신체 민감 부위에 대한 접촉·반복적 접촉은 법적 평가가 전혀 다릅니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접촉 부위와 지속 시간을 프레임 단위로 캡처해 특정하고, 그것이 사람을 깨우기 위한 통상적인 방법의 범위 안에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3) 영상·음성을 즉시 백업해 증거보전 조치를 취합니다.

대부분의 블랙박스는 저장 용량 한계로 며칠에서 몇 주 단위로 앞선 녹화분이 자동 삭제됩니다. 신고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해당 구간을 별도 파일로 복사해 두고,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이나 사실조회를 통해 원본의 존재와 무결성을 확보해 둡니다. 이 초동 조치의 타이밍을 놓치면, 정작 재판에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져 있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하차를 유도해야 했던 정황을 재구성해 성적 동기를 반박하기


음성만큼 중요한 것이 그 순간 깨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우연한 접촉이 아니라 업무상 불가피한 접촉이었다는 점을, 승객의 상태와 상황 전체로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 승객의 만취 정도를 객관적 자료로 확인합니다.

목적지 도착 후 승객이 얼마나 오래 반응이 없었는지, 몇 차례 호명에도 깨지 않았는지를 블랙박스 시간 기록으로 특정합니다. 필요하다면 당시 승객을 인계받은 경찰관의 조사 기록이나 목격자 진술, 콜택시 앱의 승하차 로그도 함께 확보해, 승객이 스스로 깰 수 없는 상태였고 그래서 신체접촉을 통한 각성 시도가 불가피했다는 사실관계를 두텁게 만듭니다.

2) 정차 시간과 요금 정산 정황으로 '지체할 수 없었던 이유'를 보여줍니다.

미터기 기록과 GPS 운행 기록을 통해 목적지 도착 후 정차가 얼마나 길어졌는지, 뒤따르는 차량이나 골목 상황상 장시간 정차가 어려운 장소였는지를 함께 제시합니다. 이런 사정은 기사가 '왜 그 시점에, 그런 방법으로' 깨울 수밖에 없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되어, 접촉을 성적 동기로 해석할 여지를 줄입니다.

3) 무고 대응은 신중하게, 그러나 준비는 함께 해 둡니다.

혐의없음이나 무죄 판단을 받았다고 해서 그 자체가 상대방의 무고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인이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신고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하고, 진심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믿고 신고한 경우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블랙박스 음성과 정황이 승객의 진술과 명백히 배치된다면, 형사 절차 대응과 별개로 무고 검토를 위한 자료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폭을 넓혀 줍니다.


결론


이런 사건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다투는 싸움이 아닙니다. 그 접촉이 어떤 목적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겨 두었는가의 싸움입니다. 블랙박스 음성 하나가 진술 대 진술의 구도를 완전히 뒤집을 수도, 반대로 아무 자료 없이 억울하게 처벌을 받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신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안 바로 그 순간이 골든타임입니다. 블랙박스 영상·음성이 자동 삭제되기 전에 백업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이고, 그 다음으로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정황을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그런 신고를 받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면, 무엇을 먼저 확보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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