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유언, 방식 위반이면 사인증여로 구제될까
동영상 유언, 방식 위반이면 사인증여로 구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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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유언, 방식 위반이면 사인증여로 구제될까 

김강희 변호사


동영상 유언, 방식 위반이면 사인증여로 구제될까


사건 개요


부모님이 위독해지시면 가족들은 마지막 말씀을 놓칠까 봐 스마트폰부터 켭니다. 병상에서 "이 집은 첫째에게, 예금은 둘째에게 준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자녀가 영상으로 남기고, 며칠 뒤 그대로 세상을 떠나시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그 영상이 당연히 '유언'으로서 효력이 있을 거라 믿고 은행이나 등기소를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답은 뜻밖에 냉정합니다. 민법은 유언을 정해진 5가지 방식(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 중 하나로만 인정하고, 동영상 촬영은 그 자체로 이 방식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습니다(민법 제1060조, 제1065조).

그렇다고 영상 유언이 무조건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에 담긴 음성이 '녹음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그 방식으로 살아날 수 있고, 그마저 안 된다면 '사인증여'로의 전환을 다퉈볼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다만 두 경로 모두 요건이 까다롭고, 실제로 대법원까지 간 사건에서 유족들이 뜻밖의 결론을 받아 든 경우가 여러 건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그 영상 안에 무엇이, 어떤 순서로, 누구에 의해 담겼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영상 유언을 둘러싼 다툼은 대체로 네 갈래로 갈립니다. 첫째, 그 영상의 음성 부분이 민법 제1067조가 요구하는 '녹음에 의한 유언'의 요건—유언자가 유언의 취지·성명·연월일을 구술하고,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자신의 성명을 구술하는 것—을 그대로 충족하는지입니다. 둘째, 그 자리에 있던 촬영자나 참석자가 증인이 될 자격 자체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는지입니다. 셋째, 요건 미비로 유언 자체가 무효라면 이를 사인증여로 전환해 구제받을 수 있는지, 그러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입니다. 넷째, 영상 속에서 재산을 받기로 한 사람이 여럿 중 일부뿐이라면 그 일부에게만 유리한 결론이 정당한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서, 앞선 쟁점에서 무너지면 뒤의 쟁점은 다툴 기회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실제 대법원 사건에서는 영상을 찍은 사람이 다름 아닌 재산을 받기로 한 그 사람이었다는 사정이 결론을 갈랐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영상이 '녹음에 의한 유언' 요건을 충족하는지 정밀 진단하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영상이 법정 방식 밖에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무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법 제1067조는 매체가 '녹음'인지 '영상'인지를 따지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구술 내용이 요건을 갖추었는지만을 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영상을 뜯어봅니다.

1) 유언자 본인이 취지·성명·연월일을 모두 육성으로 말했는지 확인합니다.

가족이 옆에서 "아버지, 이 집은 누구 거예요?"라고 유도 질문을 던지고 유언자가 "어"라고만 대답한 영상은 취지를 스스로 구술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유언의 대상 재산과 받을 사람을 유언자가 자신의 말로 특정했는지, 그리고 그 시점의 연월일과 자신의 성명을 육성으로 밝혔는지를 초 단위로 확인합니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17534 판결은 녹음물 자체가 나중에 멸실·분실되더라도 그 내용을 다른 방법으로 증명해 녹음유언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뒤집어 보면 매체의 보존 여부가 아니라 구술된 내용의 완결성이 핵심 심사 대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2) 함께 있던 증인이 '정확함'과 '자신의 성명'을 별도로 구술했는지 짚습니다.

실제로 영상 유언이 무효로 판단되는 가장 흔한 지점이 여기입니다. 유언자만 말하고 끝나는 영상이 대부분이고, 옆에 있던 가족이 "네, 맞습니다" 정도로 넘어가거나 아예 말을 얹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은 증인이 유언 내용이 정확하다는 취지와 자신의 성명을 스스로 구술할 것을 요구합니다(민법 제1067조). 실제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에서 다루어진 사건에서도, 촬영된 영상에 이러한 증인의 확인 구술이 없어 녹음유언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다루어졌습니다.

3) 촬영자·참석자가 증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검토합니다.

설령 구술 요건을 다 갖추었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이거나 그 배우자·직계혈족이라면 애초에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72조 제1항 제3호). 앞서 언급한 대법원 2022다302237 판결의 사건이 바로 이 지점에서 무너졌습니다. 유언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다름 아닌 그 유언으로 부동산을 받기로 한 차남이었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증인 자격이 없어 유언 자체가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영상을 촬영한 사람이 곧 수혜자인 구도는 겉보기와 달리 매우 취약한 증거라는 점을 이 단계에서 반드시 짚어 드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무효에 대비해 사인증여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방어하기


녹음유언으로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다음 단계는 그 영상을 사인증여의 청약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입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사망하면 효력이 생기는 증여로, 유증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지만(민법 제562조) 유언과 같은 엄격한 방식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계약이므로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합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확인합니다.

1) 영상 속 발언이 청약에 그치는지, 승낙까지 별도로 존재하는지를 나눕니다.

유언자가 영상에서 재산을 주겠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일방적 청약의 의사표시일 뿐, 사인증여 계약이 곧바로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의 승낙이 그 의사표시에 도달해야 비로소 계약으로서 효력이 생긴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그래서 영상 촬영 전후로 받을 사람이 그 뜻을 알고 받아들였다는 정황—문자메시지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거나, 이후 그 재산을 전제로 행동한 사실 등—을 별도로 모읍니다. 실제 하급심 중에는 증여자가 문서를 작성해 사진으로 전송하고 상대방이 이를 묵시적으로 승낙한 정황을 근거로 사인증여 성립을 인정한 사례도 있어, 영상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승낙을 뒷받침할 별도 자료를 함께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2) 일부 상속인에게만 유리한 구도라면 형평성 문제부터 짚습니다.

대법원 2022다302237 판결은 원심이 무효행위 전환(민법 제138조)을 인정해 촬영자였던 차남에게만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한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망인과 일부 상속인 사이에서만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런 결론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 모두에게 나누어 주려던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없었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의뢰인의 사건에 이런 구도가 있다면, 영상만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왜 유독 그 사람에게만 재산을 주려 했는지를 뒷받침하는 별도 정황(다른 상속인의 부양 이력, 생전 별도 증여 여부, 유언자의 반복된 의사표시 등)을 함께 준비합니다.

3)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면 구수증서 유언으로의 구제도 함께 검토합니다.

유언자가 질병 등으로 다른 4가지 방식을 도저히 쓸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민법 제1070조)의 요건—2인 이상의 증인 참여, 유언 취지의 구수, 필기·낭독, 유언자와 증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충족하는지도 함께 살핍니다. 이 방식은 급박한 사유가 종료된 날로부터 7일 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하는 별도의 기한이 있어, 시기를 놓치면 이 경로마저 막힙니다. 호흡이 곤란해 자유롭게 말을 잇기 어려웠던 유언자의 사정을 대법원이 인정해 구수증서 유언의 요건 충족 쪽으로 판단을 뒤집은 사례도 있는 만큼, 영상만 붙들고 있기보다 당시 유언자의 건강 상태와 대안 방식 사용 가능성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결론


스마트폰으로 급하게 남긴 영상 한 편이 그대로 유언장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법은 그 영상 안에 누가, 무엇을, 언제 말했는지를 촘촘히 따지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증인이 될 자격이 있었는지까지 살핍니다.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곧바로 포기할 일도 아니지만, 사인증여로의 전환 역시 저절로 인정되는 구제책이 아니라 청약과 승낙, 그리고 다른 상속인들과의 형평까지 따로 증명해야 하는 별개의 싸움입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의 마지막 뜻을 영상으로 남기셨다면, 지금 그 영상이 어느 요건을 충족하고 어느 지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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