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멈췄는데도 고소당했다면 — 기습추행 성립 여부
사건 개요
오래 알고 지낸 여사친을 원룸에 초대해 함께 영화를 보다가, 분위기에 이끌려 스킨십을 시도했습니다.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손을 거두었고, 이후에도 별다른 어색함 없이 영화를 마저 보고 평소처럼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거절을 확인하고 즉시 멈췄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뒤 상대방으로부터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담을 들으면 대부분 "손을 대자마자 멈췄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억울해합니다. 그러나 형사법정은 '멈췄다는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최초 접촉이 시작된 그 순간에 이미 범죄가 성립했는지, 그리고 중단과 이후의 대화가 그 판단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누어 봐야 합니다. 두 지점을 섞어서 "멈췄으니 무죄"라고 단순화하면 방어 전략 자체가 흔들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즉시 중단과 이후의 정상적인 대화는 무죄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지 않지만, 사건 전체를 판단하는 데 실제로 참작되는 유력한 정황입니다. 이 정황을 어떻게 수집하고 어떤 법리 위에 배치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판례는 별도의 폭행·협박 없이 접촉 행위 자체가 추행이자 동시에 폭행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이 조항에 포함시켜 왔는데, 이를 실무에서 흔히 '기습추행'이라 부릅니다. 이 사건이 기습추행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 스킨십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접촉 부위와 강도, 상황의 맥락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둘째, 그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였는지입니다. 2023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좁게 보던 종전 해석을 변경해, 형법상 일반적인 폭행·협박 개념—상대방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 또는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로 그 범위를 넓혔습니다. 힘의 세기가 약했다거나 곧 멈췄다는 사정만으로 이 요건이 저절로 빠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셋째, 거절 즉시 중단한 사실과 그 이후의 대화가 고의 판단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서 각각 어떤 무게를 갖는지입니다.
세 지점 중 어느 하나만 붙잡고 다투면 사건 전체가 흔들립니다. 접촉의 성격, 최초 순간의 유형력 판단, 중단·대화라는 사후 정황을 따로, 그리고 함께 구성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접촉의 성격과 '기수 시점'을 정면으로 다투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애초에 그 접촉이 형사처벌 대상인 '추행'과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신체접촉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입니다. 이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접촉의 부위·강도·경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스킨십'이라는 표현은 어깨에 손을 얹은 것부터 신체 밀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쓰입니다. 그러나 형사 판단은 그 스펙트럼 중 정확히 어떤 부위에, 어느 정도의 힘으로, 어떤 경위로 접촉이 이루어졌는지를 요구합니다. 당사자 신문과 진술서를 통해 접촉의 구체적 태양을 특정하고, 그것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추행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친밀한 관계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접촉의 경계 안에 있는지를 사실관계 차원에서 먼저 가릅니다.
2) 원룸 초대의 경위와 관계의 맥락을 정리합니다.
둘이 '여사친' 관계로 지내온 기간, 원룸에 초대해 함께 영화를 보게 된 경위, 그날 이전의 만남·연락 내역 등은 최초 접촉 시점에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배경 정황이 됩니다. 다만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는 '친밀한 관계였다'거나 '초대에 응했다'는 사정만으로 유형력 행사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냉정하게 전제하고, 이 정황은 고의와 정상참작의 영역에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3) 즉시 중단이 갖는 법적 의미를 정확한 위치에 배치합니다.
거부 의사 표시 즉시 접촉을 멈춘 사실은 계속하여 추행을 이어가려는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입니다. 그러나 최초의 접촉 자체가 이미 순간적으로 완성되는 기습추행의 기수에 이르렀다면, 그 뒤에 멈췄다는 사정만으로 죄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 점을 회피하지 않고, 대신 우발적이었다는 점, 반복·계속성이 없었다는 점, 즉각적인 자제가 있었다는 점을 양형과 정상 판단의 근거로 명확히 세워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사후 대화를 진술 신빙성 다툼의 정황증거로 세우기
접촉 자체에 대한 다툼과 별개로, 이후 상대방과 나눈 대화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정황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를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 여러 정황 중 하나로 다루므로,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챙깁니다.
1) 사건 직후 대화 내용을 시간순으로 남는 형태로 확보합니다.
카카오톡·문자·통화 기록 등 사건 직후부터 고소에 이르기까지의 소통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대화의 어조와 빈도가 사건 전후로 달라졌는지, 상대방이 먼저 평소와 같은 화제로 연락을 이어갔는지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해, 사건 당시 상대방이 처한 구체적 상황을 법정에 보여줄 자료로 만듭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건 이후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상을 전제하지 않으므로, 단순히 "대화가 정상적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대화가 놓인 구체적 맥락까지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2) 진술의 일관성과 경험칙 부합 여부를 검토합니다.
고소장, 수사기관 진술, 법정 진술 사이에 사건 경위·시점·행위태양에 관한 주요 진술이 일관되는지를 대조합니다. 대법원은 사소한 사항의 진술 불일치만으로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만큼, 지엽적인 불일치를 부각하기보다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진술이 실제로 앞뒤가 맞지 않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 다투는 데 집중합니다.
3) 고소에 이른 경위와 시간적 간격을 조사합니다.
사건 직후가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고소가 이루어졌다면, 그 사이에 관계에 어떤 변화—다툼, 연락 단절, 제3자의 개입 등—가 있었는지를 조사합니다. 이는 고소의 동기와 배경을 법정에 설명하는 자료가 되며, 대화 기록·관계 변화의 정황과 결합할 때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
"거절하자마자 멈췄다"는 사실은 이 사건에서 무죄를 자동으로 보장해 주는 방패가 아닙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개념이 넓어진 지금, 최초 접촉의 순간 자체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 방어는 처음부터 절반만 시작한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즉시 중단과 이후의 대화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 두 가지는 고의와 진술 신빙성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갈래의 쟁점에서 각각 제 역할을 하는 정황입니다. 갑작스러운 고소 통보를 받았다면, 접촉의 성격과 사후 정황을 나누어 어떤 자료를 지금부터 남기고 정리해야 하는지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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