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치사 사건에서 가해자 측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항변 중 하나가 "사망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죽일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 처벌을 면하거나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강간치사죄는 사망에 대한 고의를 요구하는 범죄가 아니라 결과적 가중범이어서, 몰랐다는 주관적 진술만으로는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예견했어야 처벌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정말로 예견할 수 없었던 경우는 어떻게 구별되는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강간치사죄의 성립 구조와 예견가능성 판단 기준, 강간살인죄와의 형량 차이까지 실제 사례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강간치사죄란 — 형법 제301조의2와 처벌 수위
강간치사죄는 형법 제301조의2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문은 강간죄(제297조), 유사강간죄(제297조의2), 강제추행죄(제298조), 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죄(제299조), 그리고 이들 범죄의 미수범(제300조)을 범한 사람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문은 사망이 아니라 살해한 경우, 즉 죽일 의사를 가지고 사망의 결과를 낸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형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두 규정을 나란히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강간치사죄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강간등살인죄는 사망에 대한 고의가 있는 경우이고, 강간치사죄는 그 고의 없이 강간 등 범행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사망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즉 강간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죽이려고 마음먹었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무런 관련 없는 죽음까지 전부 떠안기는 것은 아니고, 기본범죄에 대한 고의와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 그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그리고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성립합니다.
기본범죄 —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 및 그 미수범.
중한 결과 — 피해자의 사망(상해에 그치면 강간등상해치상죄로 별도 규율).
상당인과관계 — 기본범죄 행위와 사망 사이에 통상적인 인과의 흐름이 인정될 것.
예견가능성 —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을 것(고의는 불필요, 과실 수준으로 충분).
강간치사죄는 사망에 대한 고의가 없다는 점에서 강간살인죄와 다르지만, 예견가능성이라는 최소한의 심리적 관련성은 요구되는 결과적 가중범이다.
왜 고의가 없어도 처벌되나 — 형법 제15조 제2항의 구조
강간치사죄처럼 기본범죄보다 무거운 결과가 발생했을 때 형을 가중하는 범죄를 결과적 가중범이라 부릅니다. 형법 제15조 제2항은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할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을 뒤집어 읽으면,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중한 죄로 처벌한다는 뜻이 됩니다. 즉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 확정적으로 인식하거나 의도했을 필요는 없고, 예견이 가능한 정도, 다시 말해 과실에 해당하는 수준의 심리적 관련성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예견하지 못했다"는 말을 가해자 본인이 실제로 몰랐다는 주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형법이 묻는 것은 "예견할 수 없었는가", 즉 객관적으로 예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는가입니다. 본인이 몰랐다고 진술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사망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면 예견가능성은 인정됩니다. 반대로 정말 이례적인 사정이 개입해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면, 그때 비로소 예견가능성이 부정되어 강간치사죄가 아니라 기본범죄만으로 처벌될 여지가 생깁니다.
형법 제15조 제2항은 "예견할 수 없었을 때"만 중한 죄를 면하게 하므로, 본인이 몰랐다는 진술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예견이 불가능했는지가 심사의 기준이다.
예견가능성의 판단 기준 — 주관적 변명이 아니라 객관적 잣대
예견가능성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에 대해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96 판결은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판결은 강간치사가 아니라 폭행치사 사건이지만, 결과적 가중범 전반에 적용되는 예견가능성 판단 법리를 보여줍니다. 법원은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려면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외에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 즉 과실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예견가능성의 유무는 가해행위의 정도와 피해자의 대응상태 등 구체적 상황을 살펴서 엄격하게 가려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동료 사이의 말다툼 중 피고인이 삿대질을 하자 피해자가 이를 피하려고 뒷걸음치다가 회전 중인 기계 받침대에 걸려 넘어지면서 두개골절로 사망했습니다. 법원은 뒷걸음치다 넘어질 수 있다는 것까지는 예견할 수 있었더라도, 그 정도로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사망에 이른다는 것은 일반인이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결과라고 보아 폭행치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례가 보여주는 것은 예견가능성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 태양과 상황을 놓고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경과인지를 따지는 엄격한 심사라는 점입니다.
강간치사 사건에 이 기준을 그대로 옮겨 보면, 폭행의 정도나 흉기 사용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강간 행위 전체의 경과, 즉 피해자를 제압한 방법, 저항을 억누른 정도, 범행이 이루어진 장소와 시간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단순히 "이 정도 폭력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가해자의 주관적 판단은 기준이 될 수 없고, 그 폭력의 방식과 강도, 피해자의 상태를 감안했을 때 통상적으로 사망에 이를 위험이 내포되어 있었는지가 심사의 대상이 됩니다.
가해행위의 종류와 강도(폭력의 정도, 흉기 사용 여부, 반복 횟수).
피해자의 신체·건강 상태와 그에 따른 취약성.
범행 이후 방치·유기 등 사후조치의 유무.
사망에 이른 경과가 통상적인 흐름인지, 제3의 사정이 끼어든 이례적 경과인지.
실제 인정된 사례로 본 예견가능성 — 강간 자체가 아니라 수반행위에서도 발생
강간치사죄에서 예견가능성이 실제로 인정된 사례로 대법원 2007도10120 판결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술에 취하게 만든 뒤 수차례 강간하고,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비닐창고로 옮겨 방치해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들의 강간 및 그에 수반한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강간치사죄를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던지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강간등 치사상죄에서 사망이라는 결과가 반드시 간음행위 그 자체에서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강간에 수반하는 행위, 즉 이 사건처럼 음주를 강요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험한 장소로 옮겨 방치하는 행위에서 사망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직접 목을 조르거나 폭행해서 죽인 것이 아니다"라는 항변이 그 자체로 강간치사 책임을 벗어나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지 않고 방치한 행위, 추운 장소에 두고 자리를 뜬 행위 자체가 예견가능성 판단의 핵심 사실관계가 됩니다.
강간치사죄의 사망 결과는 간음행위 자체뿐 아니라 술을 강요하거나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방치하는 등 강간에 수반한 행위에서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
인과관계가 끊어지는 경우 — 이례적 개입사정과 책임 조각
모든 사망 결과가 강간치사로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범죄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통상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이 끼어들면 인과관계나 예견가능성이 부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평소 알려지지 않았던 중대한 지병(기왕증)이 있었고 그것이 사망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면, 강간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 흐름이 통상적인 것이었는지 다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3자의 예상치 못한 과실이 개입해 사망 결과를 키웠거나, 치료가 가능했음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정으로 지연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런 사정이 있다고 곧바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것처럼 예견가능성은 "그런 세부 사정까지 정확히 알았는가"가 아니라 "그런 종류의 위험이 통상적으로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는가"로 판단됩니다. 피해자가 특별히 취약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가해자가 인식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면, 지병의 존재만으로 예견가능성이 쉽게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부검감정서상 사망원인,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가해자의 인식 가능성, 사후조치의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인과관계의 상당성을 다투는 것이 변호의 핵심이 됩니다.
강간살인죄와의 구별 — 고의 여부가 가르는 형량 차이
강간치사죄와 강간살인죄는 같은 조문 안에 있지만 형량 차이가 매우 큽니다. 살해의 고의가 인정되면 강간살인죄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지고, 고의 없이 결과만 발생한 경우 강간치사죄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두 죄의 갈림길은 결국 "죽일 마음이 있었는가"이고, 이는 폭행의 방법과 강도, 흉기 사용 여부, 목이나 급소를 겨냥했는지, 사망 이후의 행동, 수사기관 진술과 정황 증거를 종합해 판단됩니다.
실무에서는 수사 초기에 강간살인 혐의로 입건되었다가 재판 과정에서 살해의 고의를 다투어 강간치사로 공소사실이 정리되거나, 반대로 강간치사로 수사가 진행되다가 새로운 증거로 살해의 고의가 드러나 공소장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간치사죄는 법정형 하한이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무겁고,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작량감경을 거치더라도 유기징역 감경은 형기의 2분의 1까지만 가능해 집행유예의 요건인 3년 이하에 이르기 극히 어렵습니다. 그만큼 초기 단계에서 살해의 고의 유무와 예견가능성을 정확히 다투는 것이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이유로 강간치사 사건에서는 양형 단계의 접근도 강간이나 강제추행 단순 사건과 달라집니다. 법정형 자체가 무기 또는 10년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 처단형의 하한이 매우 높게 형성되고, 작량감경과 함께 자수·반성·합의 등 일반적인 정상참작 사유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더라도 실제 선고형이 법정형 하한 부근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변호 전략의 무게중심은 감형 요소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애초에 강간치사죄의 구성요건인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이 온전히 충족되는지를 사실관계 단계에서부터 다투는 데 두어야 합니다.
수사·재판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
강간치사 사건의 재판에서는 크게 세 가지가 쟁점이 됩니다. 첫째는 부검감정서를 통해 확인되는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망 경과가 강간 행위 및 그 수반행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입니다. 둘째는 범행 당시와 그 직후의 정황, 즉 피해자를 방치했는지 구호조치를 시도했는지가 예견가능성 판단에 중요한 사실로 작용합니다. 셋째는 공동으로 범행한 경우 각 가담자가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지는 문제로, 단순 가담자와 주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가담자 사이에 책임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검감정서상 사인·사망 기전과 범행 사실관계의 연결성.
범행 후 피해자에 대한 방치·유기 여부와 구호조치 시도 유무.
공동정범 사이에서 각자의 가담 정도와 예견가능성의 개별 판단.
사망 원인에 지병 등 개입사정이 있는 경우 상당인과관계 다툼 여부.
자주 묻는 질문
Q. 강간치사죄와 강간살인죄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사망에 대한 고의가 있는지로 구분됩니다. 죽일 의사가 인정되면 강간살인죄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지고, 고의 없이 강간 등 범행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사망이 발생하면 강간치사죄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Q. 정말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예견가능성은 가해자 본인의 주관적 진술이 아니라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 판단입니다. 몰랐다고 주장해도 그 상황에서 통상 예견 가능했다고 인정되면 강간치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여럿이 함께 범행한 경우 가담자 전원이 강간치사로 처벌되나요?
A. 공동정범이라도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개별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폭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정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가담자는 책임의 정도가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에게 지병이 있었던 경우에도 강간치사가 성립하나요?
A. 지병 등 개입사정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면 상당인과관계나 예견가능성이 다투어질 수 있지만, 그러한 취약성을 가해자가 인식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면 지병의 존재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Q. 강간치사죄로 기소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법정형 하한이 10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작량감경을 거치더라도 형기가 그 절반인 5년까지만 낮아질 수 있어, 집행유예 요건인 3년 이하 징역에 이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Q. 예견가능성을 다투려면 변호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부검감정서상 사망원인과 경과,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가능성, 사후조치 내용, 이례적 개입사정의 유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을 다투는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맺음말
강간치사죄는 사망에 대한 고의를 요구하지 않는 결과적 가중범이어서,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항변만으로는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가해자가 실제로 무엇을 알았는지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입니다. 다만 이례적인 사정이 개입해 통상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경과로 사망에 이르렀다면 예견가능성이 부정될 여지도 분명히 있으므로, 부검 결과와 범행 경위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가릅니다.
인계동이나 안산 등 경기남부 지역에서 강간치사 혐의로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초기 단계부터 예견가능성과 인과관계를 다투는 방향을 함께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