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고소를 당했다면 — 블랙아웃과 심신상실의 차이, 그리고 약물 검출의 진실
준강간 고소를 당했다면 — 블랙아웃과 심신상실의 차이, 그리고 약물 검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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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 고소를 당했다면 — 블랙아웃과 심신상실의 차이, 그리고 약물 검출의 진실 

김혜주 변호사

안녕하세요.

혜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혜주입니다.

(12년 검사 재직 /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등 성범죄 수사 전담)

합의된 만남이었다고 기억하는 하룻밤이, 며칠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상대방의 말과 함께 준강간 고소로 돌아오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검사 시절 이런 구조의 사건을 수사자의 자리에서 여러 건 다뤄보았기에, 무엇이 유무죄를 가르는지를 피의자 입장에서 정리해 드리려고 합니다.

1. 준강간죄의 성립요건 — '술을 마셨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을 강간죄와 같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합니다.

성립을 위해서는 ① 당시 상대방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 ②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점, ③ 그 상태에서의 간음이 각각 증명되어야 합니다.

음주 사실 자체가 곧 심신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유무죄를 가르는 법리 —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대법원 판례(2018도9781)는 기억만 형성하지 못하고 행동은 가능한 '알코올 블랙아웃'과, 의식 자체를 잃는 '패싱아웃'을 구별합니다.

준강간이 전제하는 심신상실은 의식을 잃은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상대방이 사후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시 심신상실이 증명되지 않습니다.

블랙아웃 상태의 사람은 겉보기에 정상적으로 걷고, 말하고, 결제하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래서 이 사건들의 실질적인 승부처는 진술의 대결이 아니라, 당시 상태를 보여주는 객관적 기록 — CCTV, 이동 경로, 결제 내역, 메신저 사용 흔적 — 의 확보전이 됩니다.

3. '약물 검출'이라는 감정 결과의 실체

소변·모발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 대부분의 피의자는 그 자리에서 체념합니다.

그러나 검출 사실이 곧 유죄는 아닙니다.

투약 시점과 용량, 투약 행위자, 그리고 범행 당시 심신상실과의 인과관계가 각각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졸피뎀은 복용 후 15분 내에 약효가 발현되고 소변 검출 기간은 통상 40~72시간이므로, 채취가 주장 시점에서 며칠 뒤에 이루어졌다면 역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법원 역시 이런 사건에서 용량 특정과 엄격한 인과관계 증명을 요구해 왔습니다.

4. 고소를 당했다면 — 반드시 지켜야 할 네 가지

① 첫 조사 전 사실관계 정리 : 만남의 경위부터 다음 날 연락까지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변호인과 점검한 뒤 조사에 임하십시오. 첫 진술이 사건의 뼈대가 됩니다.

② 객관적 기록의 즉시 보전 : 결제 내역, 숙박 기록, 메신저 대화를 확보하고, CCTV는 보존 기간이 지나기 전에 보전을 요청해야 합니다.

③ 고소인에 대한 연락 금지 : 사과·해명·합의 제안 모두 금물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자백의 정황으로, 금전 제안은 범행 인정의 정황으로 기록에 남습니다.

④ 수사 협조 요구의 선별 : 거짓말탐지기는 증거능력이 없는 반면 잘못된 반응의 위험은 실존합니다. 응할 것과 거부할 것, 역으로 수사기관에 요구할 것(상대방 통신기록 확인 등)을 변호인과 함께 구분하십시오.

덧붙이자면, 이 원칙들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기록 보전과 사실관계 정리가 먼저이고, 조사 대응이 그다음이며, 상대방과의 접촉은 어느 단계에서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정확히 반대로 움직입니다.

먼저 상대방에게 연락해 오해를 풀려 하고, 준비 없이 조사를 받고, 그다음에야 기록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 순서가 사건을 어렵게 만듭니다.

5. 실무에서 자주 받는 질문들

Q. 상대방이 먼저 가자고 한 것도 소용이 없나요?

제안의 주체는 중요한 정황이지만 결론은 아닙니다.

관건은 관계 당시의 의식 상태와 행위자의 인식입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걷고 대화하며 구체적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 정황들이 심신상실 인정을 막는 방어의 재료가 됩니다.

Q. 고소 전 단계에서 금전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변호인과 상의하기 전에는 어떤 명목으로도 송금하지 마십시오.

송금 기록은 추후 범행 인정의 정황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요구가 담긴 대화는 삭제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관하셔야 합니다.

Q. 혐의를 벗으면 무고로 맞고소가 가능한가요?

무고죄는 신고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 고소했을 때 성립하므로, 상대방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진실이라면 성립이 어렵습니다.

방어를 마치고 결정문을 확보한 뒤, 기록을 토대로 신중히 검토할 문제입니다.

6. 실제 해결사례

저는 졸피뎀 검출 감정 결과까지 나와 있던 준강간 사건에서, 검찰 송치 후 선임되어 의견서로 쟁점을 파고들어 보완수사요구 결정을 이끌어냈고, 재차 경찰 조사를 거쳐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검찰의 재수사요청까지 방어하여 결론은 최종 유지되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과정은 아래 해결사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7. 맺음말

준강간 사건은 첫 진술 전의 준비가 결과의 절반을 결정합니다.

12년의 검사 경력으로 수사기관의 시각에서 사건의 증거 구조를 먼저 읽고 대응을 설계합니다.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먼저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 관련 법령·판례 원문

구분

원문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알코올 블랙아웃)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 이는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증명의 정도)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프로필

[혜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혜주]

■ 주요 경력

* 2022-2024 대전지방검찰청 검사 (공판부, 특허범죄조사부 수석)

* 2019-2022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공판부 수석)

* 2015-2019 성남지청 검사 (기업범죄, 금융조세, 지식재산권 전담)

* 2013-2015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강력, 도박 전담)

* 2012-2013 여주지청 검사 (2012. 검사 임관)

* 2007-2008 (주)엔씨소프트 리니지2 사업팀 근무 (기획, 마케팅)

■ 주요 수상

* 2023 법무부장관 표창 (검찰업무유공)

* 2023 대검찰청 사법통제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3 대검찰청 국가송무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2 대검찰청 과학수사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2 대검찰청 양형업무 / 공소유지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1 대검찰청 공소유지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14 대검찰청 형사부 우수사례 선정 검사

[상담 문의]

* 전화: 031-211-2484 / 010-8565-2484

* 주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 248번길 40, 광교스마트법조프라자 507호

■ 광고책임변호사 및 면책 공고

본 게시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혜검 법률사무소 김혜주 대표변호사의 책임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건의 결과나 승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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